채널24: 일본/일본유학이야기

새학기 기념 포스팅

윤오순 2008. 4. 13. 20:17


여러분 잘 지내셨어요? 겨울잠이 좀 길었습니다. 봄 방학이 어떻게 흘러갔는지도 모르게 흘러갔고 어느새 새학기가 시작되었습니다. 작년에 오자마자 아는 사람도 없는 이곳이 참 낯설었는데 올해는 아주 씩씩하게 4월을 보내고 있습니다.

4월 초에는 다들 벚꽃놀이를 하는 분위기인데 바빠서 사쿠라 사진 한장 제대로 못 찍어 그건 아쉽네요. 학교는 수업 신청하느라 요즘 아주 부산해요. 듣고 싶은 강의라고 다 듣는 게 아니라 경쟁을 통과해야 들을 수 있는 강의가 있어 그럴싸하게 신청서 쓰느라 머리 좀 아팠습니다. 영상정보 처리 관련 수업이 1년간 개설이 되는데 소수정예라 경쟁이 아주 치열했죠. 결국 듣게 되었습니다. 영상 편집 스킬을 배울 수 있는 수업인데 아주 재미있을 것 같습니다. 재미있는 작품 만들면 여기에도 공개하죠.

올해는 죽이 되든 밥이 되든 논문을 써야해서 더 바빠질 것 같습니다. 수업시간에 교수가 뭘 좀 하라는데 다들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어 제가 하겠다고 손을 번쩍 들었죠. 별로 시간도 안 걸리는 단순한 일인데 일본 애들도 참. 그런데 교수님이 윤상은 올해 논문 써야 하니까 거기에만 집중하라면서 벌써부터 스트레스를 살짝살짝 주시네요. 제가 문어발처럼 일을 깔아놓고 하는 걸 아시면 아마 펄쩍 뛰시겠죠.

기숙사에는 새로운 학생들이 많이 들어왔습니다. 아프리카 학생도 4명이나 입주를 했는데, 제 프랑스어 선생님인 기니아 학생도 입주에 성공했습니다. 기니아 이외에 세네갈, 가나, 말리에서 온 학생들이 제 이웃이 되었습니다. 말리나 세네갈은 프랑스어권인데 다들 영어를 어찌나 잘하는지 놀랐습니다. 기니아에서 온 친구는 작년에 만났을 때 영어를 전혀 못했었는데 그새 배웠는지 대화에 무리가 없더군요.

그리고 작년 5월 나가사키에 갔을 때 만났던 벨로루시 학생이 쥐도새도 모르게 시험을 쳐 합격한 데다 기숙사 입주에 성공했다고 합니다. 아직 바빠서 못 만났는데 조만간 만나 저는 아시히에서 나온 프리미엄 맥주를, 그 친구는 기린 맥주를 마시기로 했습니다. 바레인에서 온, 일명 아라비아 왕자가 아랍어를 가르쳐 준다고 해서 매주 일요일 한시간씩 아랍어를 배우기로 했습니다. 에티오피아 공용어인 암하릭어에는 아라비어에서 온 단어들이 무우척이나 많아요. 3개월 속성, 뭐 이런 식으로 언어를 배우는 게 아니라서 천천히 문자 배우고, 기초 문법 배우고, 그러기로 했습니다. 이제 러시아어권 말고는 여행가서 굶어죽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오늘은 저녁 초대를 받아서 이제 나가봐야 합니다.
여러분도 즐겁고 유익한 저녁 시간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