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널24: 일본/일본유학이야기

2008년 5월을 보내며

윤오순 2008. 5. 31. 18:32

2008년 5월도 마지막 날이다. 요 며칠 화창했는데 그제부터 기온이 뚝 떨어진 데다 비까지 내린다. 종로빈대떡에 가서 녹두전에 막걸리 한잔 마시면 딱 좋을 것 같다.

하도 오랜만에 한글로 뭘 쓰려니 낯설다. 4월 말쯤이다. 신입생 환영 파티가 끝난 다음 날 학생 하나가 방에서 조용히 숨진 채로 발견됐다. 올해 히토쓰바시대학에 입학한 일본인 학생이었다. 사망 원인은 급성알콜중독. 꿈이 많았을 텐데 많이 안타까웠다. 자숙하는 의미로 5월은 기숙사에서 파티를 자제하는 분위기였고, 학교에서는 '학생제군에게 알림'이라는 타이틀로 경고성 안내문을 곳곳에 게재했다. 당시 같이 자리를 했던 학생들을 전부 소환해 조사했다는 데 결과는 잘 모르겠다. 99년 6월 구마모토 의학부 1학년 학생이 서클 환영파티가 끝난 후 급성알콜중독으로 사망한 사건이 있었다. 경찰은 동석했던 19명을 전부 소환해 조사했고, 후쿠오카 고등법원에서는 그중 8명에게 '안전배려의무' 를 위반했다는 이유로 1300만엔을 지불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세상에 무리해서 좋은 건 아무리 찾아봐도 없다는 게 결론이다.

4월, 5월 두 차례나 자전거 사고가 일어났고, 그 주인공이 나인 바람에 아주 심하게 고생을 했다. 거의 날마다 눈썰매장 다녀 온 다음 날의 몸 상태로 지내야 해서 아주 죽을 맛이었다. 오른 손에 아직 붕대를 감고 있지만 재활치료 결과도 좋고, 이젠 좀 살만해졌다. 1월부터 병원 신세를 많이 졌는데 이걸로 액땜은 끝~~~,이었으면 좋겠다. 옆 방의 중국인 유학생이 빨리 좀 나으라고 성화다.

지난해 도쿄의 히비야 공원에서 열렸던 아프리칸 페스티벌이 올해는 요코하마에서 열렸는데 못갔다. 내년에는 가야지. 제4회 아프리카 개발회의(TICAD)에 아프리카 각국 정상 42명이 모였다는데 거기도 못 갔다. 장소는 요코하마였고, 참가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는데 관뒀다. 차이나 아프리카 포럼이 열리던 2006년에 아프리카의 각국 정상 41명이 중국에 모였는데 일본은 이번에 한명이 더 왔다고 아주 우쭐해한다. 에티오피아의 제나위 수상도 요코하마에 왔다. 같은해 있었던 '한국 아프리카 포럼'에는 5개국 정상과 25개국 각료가 한국에 왔었다. 쪽팔린다. 도대체 게임이 안된다.

제 45회 아프리카학회가 지난 주말 교토에서 열렸다. 발표의 질은 작년에 비해 떨어진 것 같았고, 아디스 아바바에 있는 코리아빌리지를 연구하는 일본인이 있다는 사실을 새롭게 알게 되었다. 학회가 끝나고 금각사와 은각사, 기요미즈테라를 다녀왔다. 절을 둘러싸고 있는 숲이 내 지친 심신을 정화해 준 덕분에 돌아오는 신간센에서 앞으로도 더 열심히 살아야지, 하고 마음을 다잡을 수 있었다.

사진: 내 방에 등장한 공기정화식물. 흙에서 자라고 있는 것들이었는데 PET병을 잘라 물에서 키우고 있다. 나 말고 살아있는 게 있어 방 분위기가 달라졌다. 지금은 아이비와 싱고늄 두가지인데 조만간 수가 늘어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