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널24: 일본/일본유학이야기
디지털 장애인
윤오순
2008. 10. 26. 18:43
짜증이 밀려온다. 누르라는대로 다 눌렀는데도 해답을 못 얻고 끊을 수 밖에 없었던 ARS 같다. 꼭 봐야할 자료인데 소프트웨어가 없어서 못 본단다. 그래서 몇 개의 경로를 거쳐 도착해보니 맥유저에게는 서비스를 안한단다.
한국에 있을 때 맥컴퓨터는 디자이너들의 전유물이라고 생각했었다. 디자인 하는 동생이나 친구 랍쇼, 외수샘이 사용하는 걸 본 적은 있는데 직접 써 본 적은 없다. 디자인 전문가들이 사용하는 컴인데다 프로그램 호환이 안된다는 얘기에 아예 관심을 뚝 끊었었다.
그런데 지난해 학교에서 영상처리관련 수업을 들으면서 1년간 맥 컴퓨터를 사용했다. 아니 꼭 사용해야했다. 윈도우에서도 소프트웨어가 없는 건 아니지만 수업방침이 그랬다. 맥이 없는 사람들은 학교에서 사서 빌려주는 시스템이었는데 그 덕분에 자연스럽게 맥의 세계에 입문할 수 있었다. 쓰다보니 유용한 게 많다는 걸 알았지만 어차피 남의 컴이고 언젠가는 돌려줘야한다는 생각에 파워유저가 되지는 못했다. 그러다 올초 몇년간 잘 쓰던 노트북이 그냥 맛이 가버렸다. 버벅대서 몇 번이나 새로 깔았는데 그 공도 몰라주고 다시는 깨어나지를 않았다. 윈도우와 애플 사이에서 고민했고, 결국 맥 유저로 말을 갈아타게 됐다. 애플에서 대학생들을 무료로 초청해 몇 번의 워크숍을 진행한 적이 있었는데 그 이유도 있었다. 고객의 마음이란 이렇게 간사한 것이다.
학교에서 사용하는 맥에는 필요한 소프트웨어가 다 깔려 있어 별로 불편한 점이 없었는데 이제 내 맥이 생기고 나니 소프트웨어를 완비해야하는 부담감이 엄습해왔다. 친구가 알려주는 사이트에서 무료로 다운받아 쓸 수 있는 소프트웨어만 가지고 그간 쭈~욱 사용했었는데 내가 쓰는 용도가 간단하다보니 그다지 문제는 없었다. 가끔 자료파일, 음악파일들에서 문제가 생겼지만 뭐 그러려니 했다. 그거 안 본다고, 안 듣는다고 죽는 것도 아니고. 그런데 아예 맥유저가 배제된 채 윈도우유저들만 쓸 수 있는 프로그램들이 의외로 아주 많았다. 아, 그래서 랍쇼가 그런 말을 했구나 싶었다. '한국에서의 맥 유저들은 디지털 장애인'이란 말.
휠체어 이용자들에게 불친절했던 예술의전당은 다리를 다쳐 휠체어를 이용 해야'만'했던 직원 덕분에 슬로프가 마련됐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 맥컴과 윈도우컴의 관계도 그런 거 아닐까 싶다. 맥유저들이 워낙 소수라서 별로 프로그램 개발의 필요성을 못 느끼는 거 아닌가 말이다.
선진국의 기준에는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내가 생각하는 선진국은 장애인과 비장애인(예비 장애인)이 함께 할 수 있는 것들이 많은 나라이다. 와서 살아보니 일본이 선진국인 이유가 아주 많지만 무엇보다 일본은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할 수 있는 게 많은 나라다.
평일 아침 6시 30분 NHK 종합TV에서는 체조방송을 내보내고 있다. 수십년도 더 된 프로그램인데다 유익하기까지 해서 세계 방송 프로그램들 콘테스트에서 올해 상도 받은 것 같다. 딱 10분짜리 방송인데 보다보면 초등학교(나 때는 국민학교였다) 때 국민체조가 생각난다. 아마 우리가 이 체조를 따라하지 않았나 싶은데 음악도 분위기가 비슷하고 동작도 비슷한 게 많다. 방송에서는 3가지 서로 다른 자세에서 체조를 할 수 있게 보여주는데 서서 할 수 있는 체조, 의자에 앉아서 하는 체조, 누워서 하는 체조가 그것이다. 에어로빅 프로든, 요가 프로든 시범을 보이는 사람들 동작은 언제나 똑같았던 것 같은데 이 체조방송에서는 대각선으로 자리를 잡은 세 사람이 서로 다른 자세로 체조시범을 보여준다. 내겐 참으로 신선한 광경이었다. 다리가 불편한 사람도 있을 테고, 일어나지 못하는 사람도 있을 텐데 그 자세에 맞는 체조를 보여주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디자이너가 아닌 일반인 맥유저가 많은 일본에서는 맥을 쓰기 때문에 특별히 불편하다는 얘기를 못 들어 덜컥 맥을 사용하기 시작했는데 한국의 맥유저들에게 미리 상담을 좀 할 걸 하는 생각이 들었다. 포스팅 하다보니 짜증은 좀 가라앉았지만 보고 싶은 '그' 자료를 볼 수 있는 건 아니어서 여전히 아쉽다. 능력횽들이 빨랑 나타나 맥유저와 윈도우유저들이 평등하게(?) 살 수 있는 그날이 어서 왔으면 하는 게 지금 내 심정이다.
한국에 있을 때 맥컴퓨터는 디자이너들의 전유물이라고 생각했었다. 디자인 하는 동생이나 친구 랍쇼, 외수샘이 사용하는 걸 본 적은 있는데 직접 써 본 적은 없다. 디자인 전문가들이 사용하는 컴인데다 프로그램 호환이 안된다는 얘기에 아예 관심을 뚝 끊었었다.
그런데 지난해 학교에서 영상처리관련 수업을 들으면서 1년간 맥 컴퓨터를 사용했다. 아니 꼭 사용해야했다. 윈도우에서도 소프트웨어가 없는 건 아니지만 수업방침이 그랬다. 맥이 없는 사람들은 학교에서 사서 빌려주는 시스템이었는데 그 덕분에 자연스럽게 맥의 세계에 입문할 수 있었다. 쓰다보니 유용한 게 많다는 걸 알았지만 어차피 남의 컴이고 언젠가는 돌려줘야한다는 생각에 파워유저가 되지는 못했다. 그러다 올초 몇년간 잘 쓰던 노트북이 그냥 맛이 가버렸다. 버벅대서 몇 번이나 새로 깔았는데 그 공도 몰라주고 다시는 깨어나지를 않았다. 윈도우와 애플 사이에서 고민했고, 결국 맥 유저로 말을 갈아타게 됐다. 애플에서 대학생들을 무료로 초청해 몇 번의 워크숍을 진행한 적이 있었는데 그 이유도 있었다. 고객의 마음이란 이렇게 간사한 것이다.
학교에서 사용하는 맥에는 필요한 소프트웨어가 다 깔려 있어 별로 불편한 점이 없었는데 이제 내 맥이 생기고 나니 소프트웨어를 완비해야하는 부담감이 엄습해왔다. 친구가 알려주는 사이트에서 무료로 다운받아 쓸 수 있는 소프트웨어만 가지고 그간 쭈~욱 사용했었는데 내가 쓰는 용도가 간단하다보니 그다지 문제는 없었다. 가끔 자료파일, 음악파일들에서 문제가 생겼지만 뭐 그러려니 했다. 그거 안 본다고, 안 듣는다고 죽는 것도 아니고. 그런데 아예 맥유저가 배제된 채 윈도우유저들만 쓸 수 있는 프로그램들이 의외로 아주 많았다. 아, 그래서 랍쇼가 그런 말을 했구나 싶었다. '한국에서의 맥 유저들은 디지털 장애인'이란 말.
휠체어 이용자들에게 불친절했던 예술의전당은 다리를 다쳐 휠체어를 이용 해야'만'했던 직원 덕분에 슬로프가 마련됐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 맥컴과 윈도우컴의 관계도 그런 거 아닐까 싶다. 맥유저들이 워낙 소수라서 별로 프로그램 개발의 필요성을 못 느끼는 거 아닌가 말이다.
선진국의 기준에는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내가 생각하는 선진국은 장애인과 비장애인(예비 장애인)이 함께 할 수 있는 것들이 많은 나라이다. 와서 살아보니 일본이 선진국인 이유가 아주 많지만 무엇보다 일본은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할 수 있는 게 많은 나라다.
평일 아침 6시 30분 NHK 종합TV에서는 체조방송을 내보내고 있다. 수십년도 더 된 프로그램인데다 유익하기까지 해서 세계 방송 프로그램들 콘테스트에서 올해 상도 받은 것 같다. 딱 10분짜리 방송인데 보다보면 초등학교(나 때는 국민학교였다) 때 국민체조가 생각난다. 아마 우리가 이 체조를 따라하지 않았나 싶은데 음악도 분위기가 비슷하고 동작도 비슷한 게 많다. 방송에서는 3가지 서로 다른 자세에서 체조를 할 수 있게 보여주는데 서서 할 수 있는 체조, 의자에 앉아서 하는 체조, 누워서 하는 체조가 그것이다. 에어로빅 프로든, 요가 프로든 시범을 보이는 사람들 동작은 언제나 똑같았던 것 같은데 이 체조방송에서는 대각선으로 자리를 잡은 세 사람이 서로 다른 자세로 체조시범을 보여준다. 내겐 참으로 신선한 광경이었다. 다리가 불편한 사람도 있을 테고, 일어나지 못하는 사람도 있을 텐데 그 자세에 맞는 체조를 보여주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디자이너가 아닌 일반인 맥유저가 많은 일본에서는 맥을 쓰기 때문에 특별히 불편하다는 얘기를 못 들어 덜컥 맥을 사용하기 시작했는데 한국의 맥유저들에게 미리 상담을 좀 할 걸 하는 생각이 들었다. 포스팅 하다보니 짜증은 좀 가라앉았지만 보고 싶은 '그' 자료를 볼 수 있는 건 아니어서 여전히 아쉽다. 능력횽들이 빨랑 나타나 맥유저와 윈도우유저들이 평등하게(?) 살 수 있는 그날이 어서 왔으면 하는 게 지금 내 심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