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널24: 영국/영국유학이야기

한국의 정치인 사이클

윤오순 2011. 10. 25. 21:55
한국에서 정치하려면 무엇보다도 얼굴이 두꺼워야 할 것 같다. 나 같으면 쪽팔려서 못 살 것 같은데 그 사람들한테는 별로 데미지가 없나보다. 아무렇지도 않게 텔레비전화면에 얼굴을 디미는 것 보면. 왠만한건 주변에서 아무것도 아니라고 다 덮어주니 정치인이 되기 전까지만 그 얼굴로 잘 버티면 된다. 정치인이 되면 그렇게 아무것도 아니라고 덮어주던 주변 사람들 한번에 쫙 땡겨주면 된다. 그리고 그들만의 세계에서 사이좋게 잘 나눠먹으면 임기까지 탈없이 잘 지낼 수 있다. 안에 있는 사람들과 바깥에 있는 사람들과의 공정한 관계는 무시되어도 되지만 그 안에서만큼은 공정함의 룰이 깨어져서는 안된다. 한방에 훅 가는 수가 있다. 서로 밀어주고 땡겨주고 덮어주던 지들세계에서 한방에 훅 갈 일이 생기면 회생불능일 경우가 많다.

그러나 훅 갈 일이 안에서가 아니라 바같에서 조장된 거라면 사정이 달라진다. 그 자리에 어떻게 올라갔는지, 그때 표 찍어줬던 국민들과는 한마디 상의도 없이 밀어주고 땡겨주던 지들끼리 정한 후 당장 자리를 내놔버린다. 난 원래 이런자리 미련없었다는 듯이. 그리고는 몇달간 해외에 나가 있다가 에세이 한권 들고 다시 나타난다. 신간출간과 함께 미디어에 이름 석자를 내보내기 시작한다. 물론 새로 자리를 만들어 부르는 경우도 있지.

각종 유학사이트에 보면 비자가 안나와 다 준비한 유학을 포기하네 마네, 각종 위로와 팁들이 잔뜩 열거되는데 훅 가서 밖으로 나가려고 하는 정치인들은 비자 문제 같은 건 필요없나보다. 참 쉽게도 잘 나간다. 객원연구원, 객원교수 이름도 다들 그럴싸하다. (내가 이거 해봐서 잘 아는데) 영어로 Visiting Scholar, Visiting Researcher, Affiliated Researcher 등에 해당하는 포지션들로 사실 그냥 자리 fee만 주면 된다. 가서 연구를 하든 공부를 하든 그건 그 사람 몫이고, 학교에서는 돈 받고 영수증 발행해주면 소임 끝이다. 이걸 대단한 것처럼 포장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참 많이 웃기다. 학교에서는 도서관도 마음대로 이용할 수 있다고 하고 담당교수와 자주 '디스커션'도 할 수 있다고 하는데 나도 바쁘고 그 사람도 바쁠 것 같아 아예 만날 시도도 잘 안하게 된다. 기간도 고무줄이라 애초에 정해진 날짜와 무관하게 내 맘대로 조정할 수 있다.

여기까지는 내가 내 돈주고 저 포지션을 샀을 때 문제다. 그러나 저쪽 기관에서 초청해서 갈 때는 상황이 달라지는데 이때는 제공옵션이나 조건도 다르고 다녀오면 이력서도 쫌 폼난다. 그런데 훅간 사람들이 저쪽에서 초청해줄때까지 기다릴 수가 있나. 그러니 내 돈주고 갈 밖에. 앞으로는 객원연구원, 방문 학자, 이런 걸로 헷갈리지 말기를. 진짜 별것 아니다. 

이런 얘기로 흘러갈 건 아니었는데....서울시장 되려고 애쓰는 사람들 보다가 문득 한국의 정치인사이클에 대해 생각해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