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널24: 영국/영국유학이야기

애플 스토아에 가다

윤오순 2012. 3. 14. 02:01

내가 사는 곳은 런던에서 기차로 두시간 반은 달려야 올 수 있는 시골이지만 30분 정도만 학교에서 걸어 나가면 읍내(?)에 애플 스토아가 있다. 여기저기 맥 유저들도 많고. 맥 유저들이 많아 애플 스토아가 생긴 건지 아니면 애플 스토아가 있어 맥 유저들이 많아진 건지는 잘 모르겠다.

이제 곧 전설이 될지도 모른다는 하얀색 플라스틱 맥북을 2007년부터 쓰기 시작했는데 요며칠 맛갈 조짐을 보여 싸짊어지고 애플 스토아를 찾았다. 배터리도 영 맛이 간 것 같고, 마우스패드가 내 손가락을 전혀 인식 못해 자주 강제종료를 해야했고, 브라우저로 쓰는 사파리는 주소창이 사라져버린 후 복구가 불가능했다. 사실 난 프로그램 다운도 잘 안 하고, 업데이트 하라는 메시지 나오면 엔터 쳐주고, 주로 문서나 인터넷만 사용하니 컴에 바이러스가 들어 올 여지가 별로 없는 이용자다. 맥은 버그가 발견되면 바로 경고 메시지가 떠주니 그때 그때 시키는대로 하면 되었고. 노트북을 들고 여기저기 많이 돌아다녀 충격을 많이 받았을 텐데 컴퓨터가 그 동안 쌓아놓고 버티다가 이 참에 폭발을 한 건 아닌지. 당장 써야 하니 고치는 건 당연한 건데 애플 스토아에 가는 동안 별 오만가지 생각을 다했다.

시내의 애플 스토아는 2층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1층은 애플에서 출하된 상품 전시 및 체험 공간이고, 신제품 셋업에서부터 각종 제품 이용방법에 관한 교육은 2층에서 이루어진다. 가방, 무선 키보드 등 다양한 악세서리도 직접 만져보면서 2층에서 구입할 수 있다. 같은 2층의  지니어스 바(Genius Bar)라는 곳에 가서 일대일 상담을 할 수 있게 예약을 했는데 컴퓨터가 이상해요, 하면서 내놓은 내 컴퓨터를 상담자가 잠깐만, 그러더니 들고 어딘가로 사라져버렸다. 그러기를 한 20분. 다시 돌아 오더니 키보드판을 전체 다 갈아줄 거고, 배터리도 체크를 해서 문제가 있으면 갈아준댄다. 일단 외형틀을 주문할테니 나머지 문제는 그 이후에 알아보자고 해서 고개 끄덕이고 왔다. 자기네들이 휘리릭 둘러봤는데 컴에는 아무 문제가 없어 보인단다. 그럼 왜 그런 거지? 마우스패드 이상한 건 마우스 빌려 줄테니 당분간 지네들 마우스 쓰다가 키보드 틀 도착하면 그때 돌려 달라고 해서 그것도 알았다고 그랬다. 내 컴퓨터에 뭔가 문제가 굉장히 많은 것 같았는데 기술자 앞에서는 컴퓨터가 쫄았는지 아무렇지도않게 돌아가는데 참 나 신기한 일일세. 키보드 틀 교체는 전부 공짜로 해주니까 걱정하지 말라고 해서 정말 걱정 안하는 중이지만 완전히 교체가 끝나고 기술자가 속을 속속들이 들여다봐주기 전에는 이 찜찜한 기분에서 벗어나기 힘들듯.

기다리다가 교육코너 여기저기에 앉아 아이패드 사용법, 맥북에어 사용법 배우는 나이 지긋한 노인분들을 보는데 어찌나 쿨해 보이던지. 우리나라 어르신들도 늦게 컴을 배울 경우, 애플제품으로 시작하기를 권한다. 윈도우는 너무 어렵다. 울엄마도 집 근처에 애플 스토아가 있었다면 처음부터 맥북이나 아이패드로 컴 공부를 시작하라고 했을 텐데. 이메일 주고 받는 것만으로 그냥 만족해야 하나. 

  
*사진출처: 구글이미지 (키워드: apple exet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