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커피투어리즘 연구자
그동안 에티오피아 커피투어리즘 연구는 혼자하고 있었는데 교토대학의 시게타 마사요시 선생이 공동연구에 대한 관심을 표명했다. 유럽의 몇개 대학 젊은 연구자들이 공동연구에 대한 관심 메일을 보내고 있지만, 그 사람들은 커피나 에티오피아에 대한 지식이 거의 없어 망설이는 중이었다.
지난해 출간한 공부유랑 마지막에 등장하는 시게타 선생은 에티오피아 관련 연구만 30년 이상 하셨고 엔셋(enset)이라는 식물과 사람과의 관계에 대해 실천적인 연구를 하고 계시는 분이다. 엔셋은 가짜 바나나 (false banana)라고도 부르는데 멀리서 보면 꼭 바나나 나무처럼 생겼다. 에티오피아 남부, 서남부 지방에 가면 엔셋이 지천이다. 대개 엔셋 아래에 커피를 키우는 농가들이 많다. 잎은 음식을 싸거나 비올때 우산의 용도로, 뿌리는 꼬쪼라는 음식을 만들 때 사용한다. 테프(에티오피아 주식인 인제라의 원료)가 자라지 않는 곳은 인제라 대신 꼬쪼를 만들어 먹는다. 인제라나 꼬쪼를 좋아하는 외국인들도 더러 있긴 한데, 딱 하루 신기한 기분에 먹는 게 아닌 이상 그게 맛있다는 사람들은 존경스럽기까지 하다. 아, 난 둘다 별로라서 에티오피아 연구자들이랑 얘기할 때 그런다. 난 절대 에티오피아 지역 전문가가 될 수 없다고. 카파에서도 인제라가 안 나오는 날은 거의 매일 꼬쪼를 먹었다. 가장 신선한 재료로 만든 꼬쪼라며 그릇에 담긴 제법 먹음직스럽게 보이는 걸 권해도 맛있게 먹기가 힘들었다. 초대된 집에서 내 몫으로 나온 꼬쪼를 다 먹으면 다들 박수를 치는 통에 쑥쓰러워하곤 했다. 한덩어리 먹고 나면 그걸로 식사 끝이다. 모양은 우리나라 감자떡 같이 생긴 것도 있고, 시루떡같이 생긴것도 있고 다양하다.
시게타 선생은 자주 에티오피아에 가시는데 엔셋과 사람과의 관계를 넘어서 앞으로는 커피와 사람과의 관계에 대해 연구를 시작해보겠다고 하셨다. 엔셋이 있는 곳엔 거의 커피가 있기 때문에 일석이조라고 해야하나. 본격적으로 에티오피아 커피투어리즘에 대해 토론할 수 있는 외국인 연구자가 생겨 기쁜 마음에 몇자 적는다.
사진출처: http://vive-rie-ama.blogspot.co.uk/2010/06/on-our-way-to-omo-valley.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