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널24: 영국/영국유학이야기
9월 망중한
윤오순
2012. 9. 5. 19:15
마음은 아직도 7, 8월인데 벌써 9월에다 가을냄새가 솔솔 나기 시작한다. 아메리카노 한잔 만들어 마시면서 딴짓 중이다. 어제 같이 일하던 사감 하나가 그만두면서 조촐하게 파티(라기 보다는 조촐한 뒷담화 모임)를 했는데 남겨둔 사과파이도 함께 처리 중. 맛이 좀 되네?
어제 그 자리에 미국에서 온 사감도 있었고, 영국인 사감도 있었는데 일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둘다 학생들이 놀라워하면서 네 영어는 '거의' 완벽하다고 했을 때란다. 영어공부 하러 오는 애들이 많은데 네이티브 스피커들한테 참나. 사감들 중에는 나 같은 외국인들이 많아서 다들 그러려니 했겠지. 그래도 참 맹랑한 학생들이다. 미국에서 온 사감은 평소에도 모국 유나이티트 아메리카에 대한 자부심이 넘치는 사람인데 얼마나 나 미국에서 왔어요, 하고 싶었을까. 할줄 아는 요리, 자기네 나라 대표음식, 여행했던 나라, 공부했던 나라, 할줄 아는 외국어, 요즘 흰머리가 늘어나는 이유 등등에 대해 사정없이 수다를 떨다보니 금방 11시. 우리의 본격적인 업무는 밤 11시에 시작되기 때문에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어떤 정신 나간 놈이 새벽 3시가 다 될때까지 큰 소리로 노래를 부르는 통에 단단히 혼내 줄 생각으로 나갔는데 결국 어떤 방인지 못찾았다. 방에서는 들리는데 나가서 찾으면 잠잠. 결국 잠만 설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