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리모찌 먹는 법
일본 음식 중에 키리모찌(切り餅) 라는 게 있다. '딱' 보면 '꼭' 비누처럼 생겼는데 사실은 찹쌀떡이다. 정말 아무맛이 없는데 난 그 맛이 좋아 일본에 있을 때도 즐겨먹었고, 영국에 와서도 일본 엄마가 보내주셔서 잘 챙겨먹었다.
먹는 방법은 다양한데 난 일본 엄마한테서 배운대로 팥죽에 넣어 먹거나, 미소시루에 넣어 먹거나, 오븐형 전자렌지에 구워먹거나 했었다. 팥죽은 내가 직접 쑤워먹는 건 불가능하고, 일본에서는 수퍼에서 깡통에 들어있는 팥죽을 사다 먹었었고, 영국에서는 일본 엄마가 팩에 든 팥죽을 보내주셔서 먹을 수 있었다.
비누처럼 생긴 게 열을 가하면 부풀어 올라 쫄깃해진다. 콩가루 같은 게 있으면 거기에 굴려 먹어도 되는데 맛이 딱 인절미다. 찹쌀떡이니까. 일반 떡은 바다건너 오는 동안 상해서 먹을 수가 없는데 이 찹쌀떡은 바다건너 오는데도 문제가 없을 뿐더러 보관 기간이 엄청 길다. 1년이 넘는 것 같다. 일본에서는 이 찹살떡 가공기술을 한국식 떡볶이에도 접목을 한 듯한데 일본 엄마가 보내주신 포장용 떡볶이를 해먹으면서 떡 맛이 키리모찌의 찹쌀떡이라는 걸 알았다. 모양은 우리나라 떡볶이 떡처럼 생겼는데 말이다.
오늘 아침 남은 버터를 어떻게 처치할까 궁리하다 후라이팬에 두른 다음 거기에 키리모찌를 구워먹어봤다. 아, 이런. 너무 맛있는 거다. 떡이 딱 세개 남았을 때 그 방법을 알았다니 통탄을 금치 못했다. 일본 엄마가 내가 귀찮아하는 거 아시고 그런 방법은 안 가르쳐주셨나 보다. 그냥 간단히 국에 넣어 먹거나 전자렌지에 돌려먹는 법만 알려주셨던 거지. 마지막 한개를 먹으면서 문득 일본에 가고 싶어졌다. 일본에 가면 키리모찌를 실컷 먹을 테다, 그런 말도 안되는 계획을 세웠다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