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눈, 선물
오늘 엑시터에 첫눈이 내렸다. 종일 내린 게 아니라서 하루를 늦게 시작한 사람들은 그런 일이 있었나 할 것 같다. 어제 밤늦게 새로 도착한 학생들이 있어 만나는 데 학생을 태우고 온 택시기사가 짐을 내려 놓으면서 내일은 눈이 올 것 같다고 해 에이, 그랬는데 눈이 내리긴 내렸다.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뉴스 들으니 다른 지역은 많이 쌓여서 교통사고도 발생하고 그랬나보다. 냉장고가 텅텅 비어 시장에 가려고 했는데 눈발이 그치고 가랑비로 돌변해 그냥 포기하고 말았다.
첫눈과 함께한 또 하나의 기쁜 소식. 에티오피아의 아디스 아바바에 사는 일본인 부부가 오늘 마음이 듬뿍 담긴 선물을 보내 주었다. 우편물 모아놓는 곳에서 내 우편물을 찾는 중에 암하릭 글자들이 보여 에티오피아에서 온 학생이 있나 싶어 궁금해 들춰봤더니 나한테 온 소포였다. 현지조사 갔을 때 내가 일했던 카파를 좀 도와달라고 만나는 사람들마다 부탁을 했었는데 한국인들은 전혀 관심을 안보여 아예 포기하고, 그 나마 관심을 보였던 일본인들이 있어 계속 연락을 주고 받는 중이다. 이 부부도 그 사람들 중 하나인데 가끔 카파 소식을 전해 주신다. 그 사이 카파를 다녀왔고, 내용을 수정보완해 기존의 일본어판 에티오피아 커피 전설에 관한 책을 영어로 번역 출간하셨는데 그 책을 보내주셨다. 영어 타이틀은 <The Legend of Ethiopian Coffee>. 커다란 봉투에는 책이랑 에티오피아 커피, 그리고 커피콩으로 만든 악세사리들이 들어 있었다. Made in Ethiopia 딱지까지 붙여서 보내주셨는데 감회가 새로웠다. 내가 떠나오고 나서 일본의 커피전문가, 개발전문가들도 카파를 방문했다고 들었고, 일본의 한 방송프로그램에도 카파가 소개되었다고 한다. 같이 일했던 카파 공무원들은 일본대사관에서 초청을 해 아디스를 방문했다고 한다. 난 여기서 할 수 있는 게 그리 많지 않아 카파 공무원들에게 자료 준비며 숙소 예약 같은 걸 부탁하는 정도만 힘을 실어줬는데 오늘 책을 보니 반가웠다. 2010년 유네스코에서 생물권보전지역을 지정하면서 Kaffa가 아닌 Kafa라고 명시를 해서 일본인들한테 홍보물에 꼭 Kaffa라고 표기를 부탁했는데 책에는 전부 Kaffa로 소개가 되어 있었다. 전에는 이 분들도 Kafa라고 표기를 하고 있어 왜 Kaffa여야 하는지 설명하면서(이유는 Kaffa를 coffee의 고향으로 홍보하는 데 도움이 될 듯 해서) 앞으로 Kaffa로 써주셨으면 좋겠다고 부탁을 했었던 터였다. 일본 자이카의 지역개발 관련 팀이 카파의 유기농 꿀을 상품화하는 데 돕기로 했다고 하고, 올해부터 자이카 봉사단원들이 카파로 들어가 활동하기로 했단다. 현재 미국 평화봉사단원들이 다섯명 활동하고 있는데, 내심 한국의 코이카 단원들이 카파에 들어갔으면 하고 바랐었다. 자이카가 먼저 들어갔으니 그럴 일은 없을 것 같다. 카파 소식 들으니 한번 가줘야 할 것 같은데 올해는 갈 수 있을려나......
선물로 온 에티오피아 커피를 내려 마시고 싶었는데 케냐산 커피가 아직 남아 있어 며칠 후에나 맛 볼 수 있을 것 같다. 오늘 저녁 잠들기 전엔 에티오피아 커피 전설을 읽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