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교수님들
오랜만에 지도교수님 만났는데 날씨가 좋으니 나가자고 하셨다. 선생님 표정이 꼭 바람난 봄처녀다. 면담하는 날이면 늘 그러셨듯이 가고 싶은 카페를 고르라고 하셨다. 좀 걷고 싶어 연구실에서 한참 떨어진 곳에 있는 카페를 가자고 했는데 오케이다. 오며가며 야, 저 파란 하늘 좀 봐라, 봄이 온 것 같지, 라고 몇번이나 확인을 하셔서 건성으로 대꾸해주었는데 혼자 집에 오면서 주변을 둘러보니 정말 봄이 온 것 같다. 늘 보던 것들의 빛깔이 달라졌다. 선생님이 방에만 있지말고 하루 30분에서 한시간 정도 꼭 산책을 하라고 말씀하실 때 갑자기 일본 대학의 지도교수님이 생각났다. 발표하는 날 자전거 사고가 나는 바람에 제대로 처치도 못하고 교실에 들어가야했는데 붕대에 흥건한 피를 보시더니 시무룩해하시며 빨리 병원에 가라고 하실때 그 모습도 생각났고, 입학금을 못내고 학교를 그만 두려고 작정한 날 하얀 봉투에 동전까지 딱 맞게 넣어 주시면서 잃어버리지않게 잘 챙기라고 말씀하실 때 그 모습도 생각났다. 에티오피아에 있을 때 뭐가 제일 힘드냐고 하셔서 메일에 베드버그가 너무 많아 미치겠다고 했더니 벌레에 물리지않도록 조심하고 연고같은 거 있으면 바르라는 답장을 보내셨을 때 혼자 선생님 표정을 상상한 적이 있었다.오늘 상상 속의 그 모습도 생각이 났다. 언어도 다르고, 문화도 다른 곳에서 좋은 선생님들을 만난 난 참 복이 많은 사람이다. 내가 혹시 가르치는 자리에 있게 되면 나도 학생들에게 내 지도교수님들처럼 기억되는 선생이 되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