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기심
지난 여름 자주 다니던 산책로 한쪽에 큰 건물이 올라가는 게 보였는데 가을이 되니 사람이 살기 시작했다. 직접 들어가서 확인해본 건 아니고 길가의 낙엽을 치우는 사람도 본 적이 있고, 집 주변의 공사자재를 정리하는 사람도 본 적이 있다. 옷차림이 평상복인 걸 보면 그 집에 사는 사람들임에 틀림이 없다. 다락방으로 보이는 층까지 합하면 지상 4층의 웅장한 저택인데 세탁실이나 와인저장을 위해 지하에도 한층 정도 더 만들지 않았을까 상상해본다. 담장이 아주 낮아 집 외관이 훤히 보이는데 지날 때마다 여기저기 조금씩 변하는 모습이 신기하다. 아무래도 집안 식구 중에 건축가가 있는 게 아닐까 싶기도 하고. 벽난로가 있는지 건물 외벽에 굴뚝이 보이는데 그냥 밋밋한 굴뚝이 아니라 돌을 하나하나 깎아 정성스럽게 쌓아 올린 형태다. 외관이 그 정도이니 실내는 훨씬 더 섬세하게 디자인을 하지 않았을까. 어느새 산책하면서 뭐가 새로 생겼나 기웃기웃해보는 취미가 생겼다. 이른 아침, 오랜만에 그쪽으로 산책을 다녀왔는데 얼마 전까지 안보이던 잔디가 집 앞마당에 깔렸고, 주변 여기저기에 과실수를 심어놓은 것이 보였다. 비치 파라솔과 함께 나와있는 의자와 테이블 디자인이 아주 독특했는데, 분위기가 집이랑 너무 잘 어울려 그곳에 사는 사람들은 멀리 차를 마시러 가고 싶어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겨울엔 안 보였는데 밖에 나와 있는 것 보면 이 집에도 봄이 온 거겠지. 대저택 여기저기를 소꿉장난하듯 꾸미고 있는 집주인은 참으로 부지런한 사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