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널24: 일본/일본유학이야기

정다산 선생 가라사대

윤오순 2007. 3. 6. 19:00

정다산 선생 가라사대

다산 선생이 강진으로 18년간 유배당했을 때 무엇보다 제일 걱정했던 게
두 아들의 교육문제였다. (천연두로 아이들을 잃은 후 아마 아들 둘에
딸을 겨우 건졌던 걸로 안다.)

지금 다 기억은 못하는데 서울을 떠나지 말라고 했었던 것 같다. 저 살기
싫다고 처자식 다 데리고 산에 숨는 사람들을 아주 몹쓸 사람으로 매도했다.
저만 망하지 자식까지 망하는 일이란다. 그때나 지금이나 문화의 중심은
서울이었었나 보다. 그러면서 자식들은 꼭 서울에 붙어 있기를 주문했다.

그리고 닭을 한번 키워보겠다는 아들에게 이왕 키우는 것 제대로 키워보고
키우는 것으로 그치면 다른 사람과 다를 게 없으니 그걸 잘 기록해서 책을
한번 만들어보라고 조언을 했다. 처음부터 끝까지 온통 담배 이야기인 '연경'
처럼 너는 '계경'을 한번 만들어봐라, 이랬었다. 그리고는 책의 목차까지
잡아주고 참고하라며 참고문헌까지 적어주는 세심함을 보였다.

또 패족이라도 돈을 벌수 있다. 그러나 아무리 돈벌이가 힘들어도 돈놀이
같은 건 하지말고 힘 안들이고 돈버는 것도 하지 말라고 했다. 그러면서
한의원을 하는 아들에게 그렇게 쉽게 돈을 벌어서는 안된다며 당장
때려치우라고 했다. 대신에 누에를 기르고 과실수를 심으라고 했다.
고지식한 분 같으니라고.

따뜻함이 없으면 공부해서 뭐하냐고 했고 경제적인 기반도 없이 저
살 궁리만 하는 공부도 필요없다고 했다. 나아가 상아탑 속에서 공부만을
위한 공부를 하는 사람들도 경멸했다. 실질적으로 써먹을 수 없는 공부를
해서 뭐하냐며 거침없이 이야기하던 분이셨다. 아버지가 이런데 자식들이
바르게 크지 않을 수 없을 것 같다.

18년 동안 세상으로부터 버림받아 더 이상 회생이 불가능할 거라 다들
생각했을지 모르지만 강진 유배 생활이 끝났을 때 그는 500여 권에 달하는
막대한 분량의 책들을 들고 짜잔~나타났다. 조정에 있는 사람들이 경악을
금치 못했으리라. 지금의 내 상식으로도 잘 이해가 안 가는데... 책들은
제목만 봤지만 결코 시시하지 않았다. 게다가 다산 선생 성격에 책들을
허투로 만들 사람도 아니고. 참으로 놀랍다.

나도 이제 한 6,7년 쳐박혀 있을 계획인데 먹과 붓으로 18년에 500여권이면,
난 그럼 200권은 족히 만들 수 있는 시간에 무슨 일을 하며 날들을 보낼까.

이래저래 요즘 심난하긴 한데 이상하게 이럴 때 다산 선생 생각이 많이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