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오순 2013. 5. 23. 18:45

요즘 너무 게으르게 살아서 별로 업데이트 할 게 없지만, 게으르고 나른한 생활이 유지될 수 있음에 늘 감사하며 살고 있는 중이다. 규칙적으로 식사를 하고, 산책을 하고, 책을 읽고, 글을 쓴다. 가끔 사람들을 만나야 하거나, 행사에 참석해야할 때도 있지만 별 감흥은 없다. 대학시절 전공수업 때문에 칸트가 쓴 책을 읽으면서 그의 전기도 읽은 적이 있는데 매일 규칙적으로 산책을 나가는 그 남자를 이해할 수 없었다. 허나 요즘의 나를 보면서 지극히 정상적으로(?) 그런 생활이 가능하다는 걸 알게 되었다. 


가끔 한국에서 내가 어떻게 생활했는지 생각해 볼 때가 있는데 참 번잡하게 살았다는 생각이 든다. 꼭 그럴 필요가 없는 일에 에너지를 쏟고, 사람들과 다투기도 하고,  혼자 스트레스를 받고, 가까운 사람들에게 상처를 주기도 하는...언제 올 거야, 라고 묻는 가족들이나 친구들에게 가야지, 하면서도 돌아가면 또 비슷한 생활을 하게 되지 않을까, 라는 생각에 두렵기도 하고 그렇다. 그게 사람사는 거지, 라고 하면 할 말이 없지만.


사는 게 정답이 없으니 살아 볼 만하다고 하면서도 이렇게 사는 게 맞는 건가 때론 궁금하기도 하다. 내 친구가 사는 나라에는 산이 딱 하나 뿐인데 그나마 해발이 200미터도 채 안된단다. 그곳에서 태어나 평생 그곳을 떠난 적이 없는 사람들의 인생과 내 인생은 확실이 다를 게 분명하지만 그 사람들의 인생이 잘못되었다고 말 할 수도 없지 않나. 어떻게 사는 게 잘 사는 건가, 헷갈릴 때 제일 좋은 방법은 지금 당장 해야 할 일을 미루지 않는 것이다. 그게 스트레스를 줄이는 방법이기도 하다. 뭔가 쓰려고 책상에 앉았는데 다른 걸 쓰고 말았다. 이렇게 살면 안된다는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