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널24: 네팔/S.E.A.Center

카트만두 도착 후 일주일

윤오순 2015. 5. 5. 03:36

지진이 난 후 3일 째인 4월 27일 월요일 카트만두에 도착했다. 시카고에서 볼 일을 보고 카트만두행 비행기를 타려던 날 지진 소식을 들었고, 한국에서는 카트만두 공항이 폐쇄되었으니 당장 한국으로 귀국해 추이를 지켜보자는 연락이 왔다. 네팔 현지 대표가 다음 날 공항이 열릴 것이고 큰 문제 없어보인다며 일단 들어오라고 해서 들어왔는데 씨센터에는 아무도 없었다. 네팔 와서 처음으로 무섭고 외롭고 아무튼 복잡한 감정들이 물밀듯이 밀려왔다.

씨센터가 있는 라짐팟은 외교공관도 많고, 주변에 고급주택도 많은 곳이다. 밖에서는 지진이 났었는지 감도 안 오는 곳이지만 워낙 강진이었던 터라 씨센터도 이번 지진을 피해갈 수는 없었다. 당장 직원들 소재파악을 해야했고, 센터에 작동이 안되는 것이 없는지 살펴야했다.

전기는 발전기가 있어 내가 도착한 날부터 쓸 수 있었는데 옥상의 물탱크가 무너져 당장 물을 사용할 수 없었고, 전화와 인터넷은 먹통이었다. 내 기준으로 도착 3일째 유선전화가 연결되었고, 5일째 물탱크 일부를 수리해 임시방편으로 화장실을 사용할 수 있게 만들었다. 전직원 소재 파악하는데 5일이나 걸렸다. 피해의 경중은 있었지만 다행스럽게도 전부 무사했다.

폭우가 내리던 이튿날 아침에 센터에 직원들 일부가 도착했다. 평소 꾸미기 좋아하는 카페 여직원이 세수도 안한 남루한 모습으로 나타났을 때 감정을 어떻게 추스려야할 지 몰랐다. 직원들에게는 그냥 5월 15일까지 쉬라고 했다. 센터를 탄력적으로 운영할 테니 나올 수 있는 사람은 나와서 센터에서 진행하는 아무 일이나 무조건 도우라고 했다.

내가 살던 집도 당장 들어가 지낼 수가 없어 며칠을 남의 집 신세를 져야했다. 매일 똑같은 옷을 입고 마르지 않은 수건을 싸들고 돌아다니다 지난 금요일에 원래 지내던 집에 들어왔다. 수도 꼭지에서는 물이 나오는데 샤워기에서는 아직 물이 안 나온다. 화장실에 전기가 안 들어오는데 다 견딜만하다. 매일 저녁 한두번의 여진으로 건물이 조금 흔들리고 있는데 그것도 견딜만하다.

지난 수요일부터 센터에 나오는 직원들 위주로 날마다 팀을 새로 짜서 복구작업에 매달리고 있다. 네팔에서 활동하는 한국 단체들의 네팔 재난 대응 상황이 날마다 업데이트 되어 SNS에 올라온다고 하는데 씨센터에는 당장 일할 수 있는 사람들도 없고, 현재 씨센터 규모로 다른 단체들이 하듯이 현금구호나 인력파견 활동도 할 수가 없다. 나이든 가드 아저씨는 날마다 내가 센터에 도착하면 문을 따주고, 오후 6시쯤 내 자전거를 타고 식사를 하러 가신다. 쉬시고 싶으면 쉬라고 했는데 계속 센터에 나오시겠다고 해서 그러시라고 했다. 아저씨가 식사를 하고 오시면 주섬주섬 정리해 퇴근을 했다.

카트만두 도착 후 날마다 씨센터가 할 수 있는 일이 뭘까 고민했고, 무조건 사람들이 센터를 다시 찾아 올 수 있는 일들을 찾기 시작했다. 오늘 드디어 센터에 인터넷이 복구되었다. 이제 뭔가 제대로 할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