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널24: 한국/2015

다시 한국

윤오순 2015. 12. 6. 06:59

매일 이곳에 들어오시는 분들이 있다는 것 알면서도 업데이트가 늦어 죄송합니다. 이 블로그 개설하고 이렇게 오래 방치한 적은 없었던 것 같은데 말입니다. 어떤 이야기부터 시작하면 좋을까요. 


네, 다시 한국에 왔습니다. 3년 예정으로 떠났던 네팔 일을 갑작스럽게 정리하고 한국에 왔습니다. 국제개발 현장에서의 사회적기업, 한국의 사회적기업들에 대해 알 수 있었던 시간들이었던 것 같습니다. 다시 비슷한 일을 하라고 하면 별로 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결심을 했습니다. 이제 싫어하는 사람 안 만나고, 싫어하는 일 안 하고, 싫어하는 곳 안 가겠다고요. 한국에 오니 안 좋은 일도 많고, 좋은 일도 많고 뭐 그렇습니다. 여러분이 살면서 겪는 한국과 비슷하지 않을까요. 


대학 연구소에서 연구공간을 마련해줘 요즘 거기에 나갑니다. 가끔 강연이나 국제학술회의 토론자로 부르면 거기 갈 때도 있고, 뭘 써 달라고 하면 그런 것도 쓰면서 지냅니다. 작은 출판사와 책을 한 권 계약했는데 내년에 출간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공동연구 진행하는 게 하나 있는데 관련 자료들 보다 보면 시간이 아주 잘 갑니다. 아무래도 연구자가 제 체질에 맞는 것 같습니다. 


한국에 와서 새로 만든 습관이 하나 있는데 하루에 10킬로미터씩 걷는 일입니다. 빨리 걸어야 운동이 된다고 하는데 그런 것 신경 안쓰고 모바일 앱을 이용해 매일 체크를 하며 많이 걷고 있습니다. 집에서 5분만 걸으면 학교까지 가는 셔틀버스가 있는데 그걸 타면 연구소까지 10분이 안 걸립니다. 해찰을 하면서 걸으면 집에서 연구소까지 도어투도어로 40분 정도 걸립니다. 왕복 걸어도 10킬로미터가 안되어 낮 시간에 연구소 빌딩에서 멀리 떨어진 식당이나 카페 혹은 중앙도서관을 다녀올 때가 많습니다. 내년 봄에는 자전거를 한 대 살까 생각 중입니다.


주말에는 특별히 일을 만들지 않는데 주로 미디어서평을 읽고 재미있어보이는 책들을 메모한 후 주중에 직접 서점에 가서 그 책들을 구입합니다. 유학 중일 때는 이삿짐 때문에 책 한 권 살 때마다 고민을 많이 했는데 요즘은 그냥 삽니다. 이런 것도 한국살이의 좋은 점인 것 같습니다. 은행도 인터넷 뱅킹을 이용하지 않고 직접 은행에 갑니다. 직접 연락을 해서 사람을 만나는 일은 귀찮은데 인터넷으로 모든 걸 해결해버리면 하루 중 사람을 만나야 할 일이 별로 없더군요. 한국에 오자마자 심심풀이로 가죽공예를 배우기 시작했습니다. 제가 바느질에 소질이 있다는 소식 전합니다. ㅋㅋㅋ 틈틈이 소품들 많이 만들었는데 언제 몰아서 사진방출 하겠습니다.

  

어제는 강남의 교보문고에 갔었습니다. 이외수 선생님이 위암 투병을 끝내고 첫 책 사인회를 하신다고 해서요. 최근에 <자뻑은 나의 힘>이라는 책을 내셨어요. 오늘도 영등포 교보문고에서 사인회를 하신다고 하는데 오늘은 시간이 안되어 어제 다녀왔습니다. 사인회 가면 늘 만나던 친구들을 만날 수 없게 되어 많이 아쉬웠습니다. 시간들이 쌓이는 모습이 다 같을 수 없으니까요. 멀찍이 서서 30분쯤 사인회를 지켜보다 자리를 떴습니다. 전에는 사인회가 다 끝날 때까지 기다렸다가 저녁까지 먹고 올 때가 많았는데 이제는 그런 일들도 과거가 되어 버렸습니다.


2015년이 이제 한달도 남지 않았군요. 정리할 일들이 많은데 내년으로 안 넘어갔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그럴려면 부지런해야겠지요. 업데이트 안되는 이 블로그를 꾸준히 방문해주시는 분들께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앞으로 자주 업데이트 하도록 하겠습니다.




사진출처: http://tongblog.sdm.go.kr/119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