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널24: 한국/2015

그 많던 20,30대 여성들은 어디로 갔는가

윤오순 2015. 12. 24. 01:39

지인이 음악작업에 참여를 한 덕에 실로 오랜만에 무용공연을 보러 간 적이 있다. 유명한 무용인들을 많이 만날 수 있는 무대였지만 무대에서 남자들이 거의 안 보였다. 무대에서 볼 수 있는 남자들은 메인 댄서를 서포트 하거나 음악하는 남자들 뿐이었다. 여대에서 공부한 덕에 여자들만 많은 자리가 익숙하지 않은 건 아닌데 대학졸업 후 그런 자리는 처음이지 않았나 싶었다. 매 씬의 주인공이 모두 여자였고, 공연이 끝나고 출연자들과 함께 무대인사를 하러 나온 관계자들도 온통 여자들, 그러니까 곱게 꾸민 아주머니 혹은 할머니들이었다.    


요즘 행사에 가면 참가자들의 성별의 차를 유심히 보게 되는데 돈이 잘 안 되는 분야는 인턴도 여학생들이 많고, 행사진행도 여자들이 하는 경우가 많다. 위에 언급한 무용공연은 물론 예외다. NGO 혹은 국제개발협력 관련 행사가 대표적인데 여기도 가면 자리를 차지하는 다수가 20,30대 여성들이다. 네팔의 개발현장에서 내가 만난 NGO 활동가들도 대부분 20,30대의 비정규직 여성들이었다. 물론 위로 올라가면 대표도 남자고, 이사도 남자고, 부장님, 팀장님도 남자들이 많다. 


얼마 전 한 대학의 아프리카 지역연구 관련 세미나에 초대되어 간 적이 있다. 교수님들을 제외하고 20,30대로 보이는 여학생은 열 명이 넘었던 것 같은데 남학생은 딱 세 명이었다. 한국에서 아프리카 지역연구는 돈이 안되는 분야임이 분명하다. 


지난 달에 하토야마 일본 전 수상의 강연이 있어 갔다가 저녁식사 자리까지 가게 되었는데 머리카락도 별로 없고, 볼품없어진 50, 60,70대 아저씨 혹은 할아버지들이 인삿말도 제일 오래하고, 사진도 자기들만 찍고, 상석에 앉아 식사를 즐기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그 테이블의 여자는 동시통역하는 사람 뿐이었다. 그 많던 20,30대의 '일하는' 여성들은 다 어디로 사라지고 상석을 지키는 자리에는 언제나 남자들 뿐인지 모르겠다. 


연말이라 여기저기에서 행사가 많다. 듣고 싶은 행사가 겹치는 날도 많은데 오늘도 그랬다. 두 번의 행사 모두 요즘 뜨는 분야가 아니라서 그런지 여학생들이 많았고, 남학생들은 많이 보이지 않았다. 생각보다 내용이 너무 엉성해서 자료집만 챙겨 나올까 했는데 그냥 끝까지 앉아 있다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