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널24: 문화예술/일본공연예술

시민오케스트라 정기 공연

윤오순 2007. 4. 22. 17:36

시민오케스트라 공연 모습


하도 숙제가 많아 다시 고등학생이 된 기분이다. 내 인생 통틀어 그리 열심히 공부했던 시절이 없었는데 아, 여기서는 안하면 그냥 학교를 관둬야 하기 때문에 어쩔 수가 없다. 빡세다는 소문은 입학 전부터 듣긴 들었는데 이만저만 빡센 게 아니다. 한국의 서강대가 수업 시작과 끝을 알리는 종을 친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이 학교도 그렇다. 수업이 시작되면 학내가 아주 조용해진다.

어쨌거나 일본에 오고나서 주말이 참 좋아졌다. 한국에 있을 때는 매주 노동자센터에 가서 거기 외국인들이랑 놀거나 아니면 하모니카 부는 꼬마들이랑 고아원을 방문하느라 오롯이 주말을 즐길 여유가 없었다. 여기서는 숙제 할 시간도 있고, 딴짓 할 시간도 가질 수 있어서 참 좋다. 오늘 같은 날은 오케스트라 공연까지 볼 수 있어 더 좋다.

시민 오케스트라 공연이라고 해서 뭐 특별한 게 있겠어, 하고 들어갔는데 2시간이 아깝지 않았다. 늘 일과 연관되어 공연장 찾을 일이 많았는데 최근엔 그럴 시간이 없었다. 아프리카에 가 있느라, 저 강원도 시골에 가 있느라....차이코프스키, 보로딘, 림스키 코르사코프의 곡이 연주됐는데 마지막 곡은 4악장까지 전체가 다 진행되는 동안 악장 중간에 박수소리가 나지 않았다. 한국에서는 예술의 전당에서 수준 높은 단체가 와서 연주를 할 때도 악장 중간에 박수가 나와 관계자들을 당황하게 할 때가 많았는데 말이다.

객석은 군데군데 빈자리도 있었지만 80%이상 찬 것 같다. 내가 공연할 때보다 객석에 사람이 많아 배가 좀 아팠다. 연주가 끝나고 객석에서는 오늘의 감동을 말없이 박수로 전했고, 지휘자는 3곡의 앙코르로 화답했다. 마지막 곡은 지휘자가 객석으로 등을 돌려 시민들 박수 소리의 강약을 유도하며 지휘를 했다. 공연 내용이 좋지 않았더라도  사람들이 흐뭇해하며 귀가할 거란 생각이 들었다. 물론 오늘 공연 내용은 좋았다.

우리나라 구민회관 격인 공민관이라는 데를 통해 전문 연주자들이 아닌 사람들이 모여 연습을 해서 매년 이렇게 정기연주회를 여는 것 같은데 벌써 29회나 되었다. 시민들에게도 인기가 많은지 이 단체는 '시민오케'라는 닉네임이 있었다. 계획하지 않은 공연이었지만 내 보기에 아주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