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널24: 네팔/사람들2015. 5. 19. 22:38

지진으로 자주 다니던 식당들이 문을 다 닫아 네팔에 와서 처음으로 밥을 했다. 눈물 젖은 빵 이야기가 나오면 난 오늘이 생각 날 것 같다.

첫번째 지진 나고 자주 다니던 일본 식당의 쉐프가 저녁 초대를 해서 몇 번 간 적이 있다. 저녁을 먹고 집을 나설 때면 다음날 아침에 먹으라고 주먹밥을 두 개씩 싸줬더랬다. 내가 점심에 갈 때마다 스탭들이 보던말던 "오겡키데스카?"라고 인사하던 게 참 고마웠댄다.

1월 20일부터였던가. 그 식당에 가면 변함없이 런치박스를 시켰었는데 지금까지 내가 먹은 갯수를 모두 센다고 했다. 여기서 내 별명이 스티브 잡스인데, 옷 차림도 늘 비슷하고, 식당도 같은 식당에, 게다가 같은 메뉴만 시켜서라고...

어쨌거나 내가 그 식당 사람들에게 그냥 점심 고객이 아니라고 했는데 주먹밥을 먹으면서 그 생각을 많이 했었다. 여기 네팔에 와서 내가 단골로 자주 이용하는 카페나 음식점들이 몇 곳 있다. 다들 나를 자기네들 음식 팔아주는 고객 정도로 생각한다는 느낌을 받아서인지 일본 식당 '코테츠' 스탭들의 친절함과 태도가 참 고맙다.

두 번째 지진을 이 식당에서 겪었는데 새로 문을 열어도 같은 건물이라면 다시는 못 갈 것 같다. 그래서 더 슬픈 저녁이다.

Posted by 윤오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