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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01.12 다시 도쿄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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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하라르의 올드시티에는 골목이 300개가 넘는다. 300개가 넘는 골목에 다 이름이 있는데 그 골목을 훑고 다니다 이 소녀를 만났다.


다시 이틀 동안 비행기를 타고 아디스 아바바, 두바이, 간사이를 거쳐 도쿄에 도착했다. 아디스 아바바 공항에서 오사카 예술대학 교수를 만나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면서 오느라 그리 심심하지는 않았다. 기내에서 읽을 책을 따로 준비했는데 꺼낼 필요가 없을 정도였다. 60대 노교수였는데 좌석이 떨어져 있어 아쉬워하길레 스튜어디스에게 부탁했다. 엄마인데 같이 앉아가게 해 달라고.

하라르에서는 심하게 아파서 병원에도 가고, 우선 피부터 뽑자고 해서 안된다고 버티다 웃기는 사람 취급을 받기도 했고, 며칠을 먹지도 못하고 누워 있으니 호텔에서 메뉴에도 없는 음식들을 만들어 주어서 사람사는 곳이 다르지 않다는 것도 알게 되었고, 어쨌거나 내겐 이런저런 기억이 많이 남는 도시가 되었다.

아디스 아바바에서는 같은 호텔에서 4명의 한국인을 만나 연말을 함께 보낼 수 있었다. 하도 시끄러워서 밥만 먹고 헤어졌지만. 그 짧은 시간에 통성명을 비롯해 신상조사를 심하게 하는 바람에 내가 정신을 못 차릴 정도였다. 에티오피아가 싫다면서 식당 종업원들에게 어찌나 함부로 대하는지 내 얼굴이 다 뜨거워져서 일본인으로 행세하고 싶었다.

에티오피아의 마지막 황제인 하일레 셀라시에가 사용하던 방에 가서 몰래 사진 찍다 걸려서 얻어 맞고 경찰서에 끌려갈 뻔했는데 사진을 삭제하는 선에서 일이 마무리가 되었다. 다 지운 줄 알고 호텔에 와서 확인했는데 화장실의 비대 사진이 딱 한장 남아 있다. 황제라서 그런지 그 시대에 참으로 화려하게 살았다. 10년 후, 아니 20년 후 에티오피아에 관한 기록사진들을 공개할 일이 있을 때 황제가 사용하던 비데 사진을 공개할 예정이다.

에티오피아 시간으로 이제 밤 12시가 다 되어가니 잠이 들어야 하는데 아직도 잠이 안 온다. 큰 일이다. 내일은 지난 여름에 참가했던 지역개발 프로그램 보고회가 예정되어 있는데 아, 돌아버리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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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윤오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