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블로그에 자주 오신 분들은 알겠지만 현재 영국에서 박사과정을 이수중이다. 그런데 메일로 영국의 박사과정보다는 대학예비과정이라고 하는 파운데이션 코스에 대한 문의가 많아 오늘은 여기에 간단히 정리를 하려고 한다.

영국의 파운데이션 코스는 외국인이 영국대학이나 대학원에 입학하기 전 반드시 이수해야하는 코스이다. 이수를 요구하는 정확한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영국과 모국의 학제차이에서 비롯되는 것 같다. 우리나라의 경우 대학입학전에 초중고 총 12년의 교육과정을 이수해야하지만 영국의 경우 그게 총 13년이다. 1년이 모자라기 때문에 이 과정을 요구하는 것 같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영국대학에 입학하고자 하는 학생은 반드시 이 코스를 이수해야한다. 한국에서 대학을 다니다 중퇴했을 경우 편입이 가능하다고 하지만 이때도 대개의 대학에서 파운데이션 코스를 요구한다고 한다. 현지적응훈련을 위해서 요구할 수도 있고, 부족한 영어실력을 보강하라는 의미일 수도 있겠다.

대학마다 파운데이션 코스를 전부 운영하는 건 아닌 것 같고 내가 다니는 엑시터 대학에는 인투(INTO)라는 영어학교가 있는데 여기서 이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INTO University of Exeter 이렇게 부르기 때문에 꼭 대학부설 같은 느낌이 들지만 대학이랑 상관은 없다. INTO는 런던, 벨파스트, 맨체스터를 비롯해 영국내 여러 도시에 영어학교를 운영하고 있으며, 영어수출의 첨병노릇을 하는 교육기관이라고 할 수 있다. 엑시터 대학과 파트너십 같은 걸 체결했는지 캠퍼스 한가운데 자리잡고 있는 도서관 바로 옆 노른자위에 인투(INTO) 메인 오피스가 있다. 대학입학예비과정, 대학원입학예비과정 모두 이곳에서 들을 수 있다. 입학 첫날 레벨테스트를 하는 것 보면 영어 수준별로 파운데이션 코스가 진행되는 것 같다. 영어를 한마디도 못하는 학생들도 많이 만났는데 이런 학생들은 1년 이상 이 코스를 듣는 것 같다. 엑시터 대학의 모든 외국인 유학생은 입학후 인투에서 제공하는 다양한 영어코스를 무료로 들을 수 있고, 이 혜택은 학생 본인은 물론 배우자에게도 해당된다. 

사실 내가 지금 머물고 있는 기숙사가 인투(INTO)에서 제공하는 것으로 내가 주로 만나는 학생들이 인투(INTO) 학생들이다. 코스 비용에 기숙사 비용이 포함이 되는 것 같은데 가격은 만만치 않다. 홈스테이 하는 학생들도 있지만 대부분은 인투 기숙사를 이용하는 것 같다. 기숙사는 작년에 새로 오픈했으며 블록 A에서 E까지 총 다섯채의 빌딩에 거의 600명에 이르는 학생들이 함께 살고 있다. 기숙사는 방안에 침실, 부엌, 화장실, 욕실이 다 들어가 있는 스튜디오 타입이 있고, 부엌, 화장실, 욕실을 둘이 나눠 쓰는 공용 스튜디오 타입, 4명에서 6명이 부엌은 나눠 쓰고, 개인용 화장실, 욕실은 따로 있는 타입으로 나뉜다. 방안에는 아무것도 없이 기숙사에 도착하자마자 바로 생활할 수 있도록 침구며, 그릇들이 구비되어 있다. 약 50여명의 학생당 한명 정도의 레지던트 튜터가 배정되어 있고, 나도 그 중 한 사람이다. 

기본 코스 외에 각종 소셜프로그램이 운영되는 것 같고, 도서관을 비롯해 엑시터 대학의 모든 서비스를 엑시터 대학 학생들과 똑같이 이용한다. 코스를 마친 학생들은 그대로 엑시터 대학 혹은 엑시터 대학 대학원에 입학하기도 하고 다른 대학으로 가기도 하는 것 같다. 학비는 학교마다 차이가 있지만 결코 싼 것 같지는 않고, 영어성적을 비롯해 학교가 요구하는 조건을 다 갖추면 입학허가를 받아 대학이든 대학원이든 입학을 하는 것 같다. 참고로 엑시터 대학의 파이낸스 및 어카운팅은 영국내 탑으로 관련 전공의 파운데이션 코스도 인기가 많다고 한다. 중국, 인도, 중앙아시아, 러시아, 중동의 부유한 자제들이 많이 오기 때문에 네트워크를 만들기 위해 엑시터로 오는 학생들도 있다고 들었다. 

영국은 캠브리지나 옥스포드처럼 영국 밖에서도 유명한 대학이 있긴 하지만, 학교마다 강세를 보이는 과나 전공이 있기 때문에 학교 이름만으로 랭킹을 따지는 게 의미가 없다. 그러나 대개의 한국학생들은 내가 가서 공부할 대학의 전공이나 가르치는 교수진 보다는 무슨무슨 언론사 같은데서 매년 정해주는 랭킹을 따라 학교를 선정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영국에는 미국의 아이비리그 같은 러셀그룹(Russell Group)이라는 게 있는데 일종의 대학협력기구로 모든 연구기금을 공동으로 운영하고 분배한다. 엑시터 대학은 이 러셀그룹에 포함되어 있고, 캠퍼스가 엄청 예쁘고, 별걸 다 연구하는 대학으로 유명하다. 졸업하고 취업이 어렵기는 여기 영국도 마찬가지라서, 빡세게 공부하지않으면 졸업후 잔류하기가 어려운 곳이다. 엑시터의 분위기는 이 블로그에 여러번 소개를 했으니 참고하시길.  

 

 


 



 


Posted by 윤오순

내가 사는 곳은 런던에서 기차로 두시간 반은 달려야 올 수 있는 시골이지만 30분 정도만 학교에서 걸어 나가면 읍내(?)에 애플 스토아가 있다. 여기저기 맥 유저들도 많고. 맥 유저들이 많아 애플 스토아가 생긴 건지 아니면 애플 스토아가 있어 맥 유저들이 많아진 건지는 잘 모르겠다.

이제 곧 전설이 될지도 모른다는 하얀색 플라스틱 맥북을 2007년부터 쓰기 시작했는데 요며칠 맛갈 조짐을 보여 싸짊어지고 애플 스토아를 찾았다. 배터리도 영 맛이 간 것 같고, 마우스패드가 내 손가락을 전혀 인식 못해 자주 강제종료를 해야했고, 브라우저로 쓰는 사파리는 주소창이 사라져버린 후 복구가 불가능했다. 사실 난 프로그램 다운도 잘 안 하고, 업데이트 하라는 메시지 나오면 엔터 쳐주고, 주로 문서나 인터넷만 사용하니 컴에 바이러스가 들어 올 여지가 별로 없는 이용자다. 맥은 버그가 발견되면 바로 경고 메시지가 떠주니 그때 그때 시키는대로 하면 되었고. 노트북을 들고 여기저기 많이 돌아다녀 충격을 많이 받았을 텐데 컴퓨터가 그 동안 쌓아놓고 버티다가 이 참에 폭발을 한 건 아닌지. 당장 써야 하니 고치는 건 당연한 건데 애플 스토아에 가는 동안 별 오만가지 생각을 다했다.

시내의 애플 스토아는 2층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1층은 애플에서 출하된 상품 전시 및 체험 공간이고, 신제품 셋업에서부터 각종 제품 이용방법에 관한 교육은 2층에서 이루어진다. 가방, 무선 키보드 등 다양한 악세서리도 직접 만져보면서 2층에서 구입할 수 있다. 같은 2층의  지니어스 바(Genius Bar)라는 곳에 가서 일대일 상담을 할 수 있게 예약을 했는데 컴퓨터가 이상해요, 하면서 내놓은 내 컴퓨터를 상담자가 잠깐만, 그러더니 들고 어딘가로 사라져버렸다. 그러기를 한 20분. 다시 돌아 오더니 키보드판을 전체 다 갈아줄 거고, 배터리도 체크를 해서 문제가 있으면 갈아준댄다. 일단 외형틀을 주문할테니 나머지 문제는 그 이후에 알아보자고 해서 고개 끄덕이고 왔다. 자기네들이 휘리릭 둘러봤는데 컴에는 아무 문제가 없어 보인단다. 그럼 왜 그런 거지? 마우스패드 이상한 건 마우스 빌려 줄테니 당분간 지네들 마우스 쓰다가 키보드 틀 도착하면 그때 돌려 달라고 해서 그것도 알았다고 그랬다. 내 컴퓨터에 뭔가 문제가 굉장히 많은 것 같았는데 기술자 앞에서는 컴퓨터가 쫄았는지 아무렇지도않게 돌아가는데 참 나 신기한 일일세. 키보드 틀 교체는 전부 공짜로 해주니까 걱정하지 말라고 해서 정말 걱정 안하는 중이지만 완전히 교체가 끝나고 기술자가 속을 속속들이 들여다봐주기 전에는 이 찜찜한 기분에서 벗어나기 힘들듯.

기다리다가 교육코너 여기저기에 앉아 아이패드 사용법, 맥북에어 사용법 배우는 나이 지긋한 노인분들을 보는데 어찌나 쿨해 보이던지. 우리나라 어르신들도 늦게 컴을 배울 경우, 애플제품으로 시작하기를 권한다. 윈도우는 너무 어렵다. 울엄마도 집 근처에 애플 스토아가 있었다면 처음부터 맥북이나 아이패드로 컴 공부를 시작하라고 했을 텐데. 이메일 주고 받는 것만으로 그냥 만족해야 하나. 

  
*사진출처: 구글이미지 (키워드: apple exeter)
 
Posted by 윤오순
1. 폭설

 
엄청나게 눈이 오는 바람에 기숙사에서 연구실 가는 길이 참 멀었지. 폭설로 한국에서 그리고 일본에서 보낸 우편물을 몇개 잃어버렸고, EMS로 보낸 우편물을 보름이나 지나서 찾았다. 그것도 전혀 엉뚱한 건물에 내 우편물이 도착해 있었다. 눈 그거 좀 왔다고 시스템이 완전 맛간 나라라는 이미지가 저절로 생겼다. 그리고 인풀루엔자로 한달 넘게 고생하면서 면역력 증대와 마누라의 필요성을 절실히 깨달았다.

2. 망중한

 
에티오피아에 가야해서 이것저것 준비할 게 많았다. 주사도 맞아야했고, 자료도 챙겨야했고, 만날 사람들한테 미리미리 연락도 해두어야했고, 이삿짐도 챙겨야했다. 머리가 복잡할 때는 연구실에서 걸어서 40분쯤 걸리는 키(Quay)라는 곳에 가서 혼자 크림티를 마셨다. 아무것도 안해도 집으로 돌아갈 때쯤 숙제를 끝낸 기분이 들었다.

3. 영국동물원


내가 받는 장학금 조건에는 1년에 44시간 의무적으로 티칭을 하라는 게 포함되는데 가끔 공짜 같은 수업이 있다. 동물원에 간다든지 하는 야외수업이다. 교수님 따라 동물원에 가서 애들이랑 사진에 있는 쟤처럼 지칠 때까지 놀았다. 많이 답답했는데 동물원 야외수업으로 기분전환이 되었다.


4. 굿바이, 103호


15개월을 살던 기숙사였는데 에티오피아로 가면서 이별을 고했다. 겨울에 좀 추웠지만 남향에다 조용해서 참 좋아 했었다. 부엌이 넓었고, 햇살이 아주 깊숙히 들어왔었다. 

 
5. 다시 에티오피아, 그리고 커피


지금은 내가 에티오피아에 갔었나 싶은데 6개월간 오로지 커피와 함께 한 시간들이었다. 재미도 있었고, 의미도 있었지만 솔직히 힘들었다. 당분간은 에티오피아 갈 이유를 안 만들 것 같다. 

 6. 충전용 배터리

 
가끔 만나는 이런 꼬마들이 방전된 내 배터리를 콱콱 채워줬다. 가방을 잡아 당기며 돈을 달라는 아이들이 대다수였지만 그래도 나를 즐겁게 해주는 꼬마들을 에티오피아 여기저기에서 많이 만났다.

7. <공부유랑> 출간
 

 
에티오피아 가기 전에 자신이 없어 출판사에 접자고 연락을 했었는데 에티오피아에 있는 동안 우여곡절 끝에 책이 출간되었다. 외수샘의 추천사에도 불구하고 판매는 거의 안되는 것 같지만 가족들이 내 사는 모습을 이해하게 되었고, 친구들에게 격려의 메시지를 많이 받아 그것으로 위안을 삼는다.

8. 카파에서

 
아라비카 커피의 발상지인 카파(Kaffa)에서 커피와 함께 꿈같은 시간을 보냈다. 카파 아이들과 지도만들기 수업도 하고 (기사참조: http://www.artezine.kr/foreign/view.jsp?articleIdx=1512), 카파 사람들과 다양한 커피투어리즘 프로젝트도 진행했다. 

9. 카파버전 새마을 운동 

 
카파 사람들이 한국의 경제발전에 대해 많이 궁금해 하는데 어떻게 하면 좋겠느냐, 한국의 새마을운동본부에도 연락해보고, 에티오피아에 나와 있는 NGO단체에도 연락해보고, 한국국제협력단(KOICA)에도 연락해 봤는데 여력이 없다거나, 계획이 없다거나, 관심이 없다거나 해서 내 방식으로 한국의 새마을 운동을 전파하기로 했다. 에티오피아에 진출해있는 한국의 건설회사인 경남기업에서 일하시는 안성필 상무님을 초청해 그분이 어떻게 그 시대(1960년대, 70년대)를 겪었는지 생생하게 들어보는 시간을 가졌다. 약 200명 정도의 공무원과 NGO단체, 종교기관 관계자들이 참석했고, 약 2시간 동안 영어와 암하릭, 카피초(카피노노) 3개국어로 진행되었다. 반응이 아주 뜨거웠다. "나는 하루에 16시간 일했고, 1년에 360일을 일했지만 회사에 인센티브를 요구하지 않았다. 지금 우리 세대의 희생으로 다음 세대가 가난을 겪지 않을 수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했다." 나도 느끼는 게 많았던 강연이었다.  

 
10. 영국여행


영국에 돌아와서는 방을 못 구해 남의 집살이를 약 2개월 했다. 마음을 못 붙인 데다 날씨가 좋은 바람에 그동안 가고 싶었지만 못 갔던 곳들을 여행했다. 여왕님이 사시는 윈저성에도 다녀오고, 코벤트리의 자동차박물관에도 가보고, 셰익스피어의 생가가 있는 곳도 다녀왔다. 한풀이하듯 근사한 레스토랑이나 카페를 보면 들어가서 이것저것 시켜 맛있게 먹은 기억이 난다. 옥스포드에 갔을 때는 고풍스런 학교 건물보다는 영국에서 제일 처음 오픈했다는 커피하우스를 보고 감동하면서 아, 나한테도 직업병이 생겼구나, 싶었다.
 
11. 잡스를 애도하며



잡스가 창조해내는 획기적인 애플상품을 더 즐겨야하는데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잡스의 죽음을 애도하며 아이패드 2를 질렀다. 자서전은 아직 못 읽고 있는데 짬짬이 읽어야지.

12. 새 보금자리


두달간의 유목생활을 청산하고 새보금자리로 이사했다. 북향이라 햇살 한줄기 안 들어오지만 창으로 이런 낙락장송을 늘 볼 수 있다. 조선시대 선비가 된 기분이다. 조도가 일정해 공부하기 딱 좋다. 공부하는 사람들에게 북향집을 강력하게 추천한다. 같은 과의 동기가 이사하기 싫어서 계속 한집에만 산다고 했는데 올해 내 이사만 두번을 도와주면서 이사하던 날 아주 녹초가 되었다. 그날 미안하다, 고맙다를 수도없이 말했는데 그 뒤로 미안해서 아직 아무 연락을 못하고 있다. 그 집에 아직 내 짐이 몇개 있어 연락을 하긴 해야 하는데... 또 다른 여자 동기가 자기도 그랬는데 기다리면 물김치 싸가지고 맡긴 짐 들고 찾아올 테니 기다리라고 해서 그냥 기다리는 중이다. 내가 1월에 감기로 고생할 때 와이프한테 육개장을 부탁해 만들어온 친구다. 내년엔 협찬인생 벗어날 수 있으려나...

올해 물심양면 도와주신 많은 분들 이자리를 빌려 감사드립니다. 한해 마무리 잘하시고,  뜻깊고 보람찬 2012년 맞이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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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윤오순

*사진: 런던의 신도림이라고 할 수 있는 패딩턴 역(Paddington Station) 이다. 역사 안에 화장실이 있는데 사용하려면 돈을 내야 한다. 안에 커피숍이나 패스트푸드점이 있긴 한데 편하게 앉아 있을 만한 공간이 없으니 표를 끊은 후 여유있는 분들은 패딩턴 역 밖으로 나가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9월 1일이다. 한달 후면 새학기가 시작된다. 작년 10월 엉성하게 짐꾸려서 어디가 어딘지도 모르면서 엑시터에 도착하던 때가 떠오른다. 이곳에 오기 위해 꿈에 부풀어 있는 분들, 뭘 어떻게 준비해야할지 몰라 잔뜩 걱정만 하고 있는 분들이 있을지 모르겠다. 그런 분들을 위해 몇회에 나눠서 엑시터 관련 정보를 올릴 생각이다. 물론 여행을 오는 분들이 아니라 엑시터대학으로 공부를 하러 오는 분들을 위해서다. 오늘은 그 첫회로 히드로공항에서 엑시터까지 오는 방법이다. 게트윅 공항으로 오는 방법도 있고, 엑시터 공항으로 직접 오는 방법도 있다고 들었는데 이용한 적이 없어 잘 모르겠다. 

히드로공항에 도착하면 유학생들을 위한 입국심사 줄이 따로 있을 것이다. 입국심사장에서 언제든 쉽게 꺼내 보여줄 수 있게 다음과 같은 서류를 따로 준비하면 좋다. 서류미비로 다시 돌아가는 사람들도 있으니 주의해야한다. 서류는 그날 심사하는 사람 기분에 따라서라고 하니 어찌되었든 만일을 위해서 준비하는 것이다. 
1. Passport 여권 (안에 Student Visa 학생비자가 반드시 들어 있어야 한다.)
2. Visa Letter 학교에서 받은 학생비자관련서류
3. Academic Transcript 성적표
4. Bank Statements 비자 받을 때 냈던 재정보증관련 서류들
5. Medical Check-up Results 엑스레이 사진 등
6. Studentship Letter 장학금을 받을 경우 관련 서류들

커다란 지퍼백 같은 게 있으면 하나 사서 관련 서류를 전부 한꺼번에 넣어 놓고 있다가 요구하는 서류가 있으면 하나씩 꺼내서 보여주면 된다. 5번의 경우 의료시설이 낙후한 나라에서 온 학생들한테 주로 요구한다고 하는데 엑스레이 사진이 없다고 하면 입국심사장 옆에 가서 찍으라고 하니 걱정할 필요는 없다. 나는 일본에서 공부할 때 정기검진을 하면서 엑스레이를 찍은 적이 있는데 학교 건강상담실에 가서 당시 검사할 때 이상없었다, 는 내용의 서류를 영문으로 받아 챙겨왔다. 위의 6가지 서류를 모두 요구하는 경우도 있고, 여권이랑 여권안의 비자만 체크하는 경우도 있다는데 나는 후자의 재수좋은 경우였다. 학위를 받기 위해 오는 사람들은 공항검색대에서 큰 문제가 없는데 어학코스를 위해 오는 사람들이 서류 때문에 종종 문제가 생긴다고 들었다. 엑시터에는 INTO라는 어학코스가 있는데 이 과정으로 영어공부를 하러 오시는 분들은 공항검색대에서 불미스런 일이 안 생기도록 입국관련 서류를 꼼꼼하게 챙기시도록.... 서류를 제대로 못챙겨 열 몇시간 비행기를 타고 히드로 공항까지 왔다가 한국으로 다시 돌아가야 한다면 이 얼마나 쪽필릴 일인가.

입국심사 시간은 천차만별이다. 한국인들만 오는 게 아니라 전세계 이런저런 나라에서 오는 학생들이 많아 심사하는데 30초도 안 걸리는 사람이 있는가하면 두서너시간씩 걸리는 사람도 있다. 엑스레이를 찍어와라, 무슨 서류를 보여줘라, 왜 이런 서류는 없느냐, 왜 공부하러 오느냐, 왜 그 학교를 선택했느냐, 서류가 좀 이상하니 저기서 잠깐 서 있어라 등등 입국심사장에 서 있으면 다 체험할 수 있는 일들로 나쁜짓해서 서류를 꾸미지 않은 이상 그냥 자기 순서 기다리다 심사를 마치면 된다.  여권에 입국도장을 쾅, 찍어주면 끝이다.

그리고 짐가방을 찾아 기차역 혹은 버스터미널로 가면된다. 신입생의 경우 첫해는 학교에서 제공하는 기숙사에서 묵는 분들이 대부분일 텐데 기숙사가 시내에 있는 경우는 버스로,  기숙사가 캠퍼스 안에 있는 분들은 기차를 이용하는 게 편하다.  대낮에 히드로공항에 도착하는 경우 기차가 빠르고 편하다. 버스는 한번 밀리면 언제 도착할 지 모르기 때문이다. 버스터미널은 시내에 있고, 기차역은 캠퍼스에서 걸어서 10분 정도 걸린다. 참고로 엑시터는 어디든 가파른 언덕이 많다. 예쁜 구두보다는 운동화 혹은 등산화가 생활하는데 편하니 미리 준비하는 게 좋다. 

히드로공항에서 엑시터에 올 때는 늘 기차를 탔기 때문에 여기서는 기차로 엑시터까지 오는 방법을 소개한다. 가방을 끌고 공항을 나와 히드로 익스프레스(Heathrow Express)를 타고 패딩턴 역(Paddington Station) 까지 가는게 제일 편한 방법이다. 일반 전철도 있지만 시간이 제법 걸린다. 히드로 익스프레스의 경우 패딩턴 역까지 15분 정도 걸리며 가격은 다음 사이트를 참고하면 된다. http://www.heathrowexpress.com/ticket-prices

패딩턴 역에 도착하면 티켓 창구를 찾아가 다시 엑시터 세인트 데이비스 역(St.Davids Station)까지 가는 표를 끊어야한다. 가격이 천차만별인데 조금 기다릴 여유가 있으면 저렴한 OFF-PEAK Ticket을 달라고 할 것. 인터넷으로 예약하면 싼데 문제는 공항에서 언제 나올지 모른다는 단점이 있다. 예약 사이트는 다음과 같다. http://www.firstgreatwestern.co.uk/
기차에 따라 걸리는 시간이 조금 다른데 엑시터까지 두시간 반 걸리는 기차도 있고 4시간 정도 걸리는 기차도 있다. 기차 안은 노트북 충전이 가능한 객차도 있고, 인터넷 사용이 가능한 객차도 있으니 미리 문의할 것.

*사진: St Davids 역 전경

그렇게 기차를 타고 몇시간 후면 엑시터 세인트 데이비스 역에 도착하게 된다. 역은 사진에서 보는 것처럼 아주 남루하니 너무 기대하면 마음 상한다. 9월인데도 이곳은 아침저녁으로 쌀쌀하니 한국 날씨 생각하고 반소매 차림으로 오면 고생한다. 역으로 나오면 오른쪽에 택시정류장이 있으니 숙소까지 택시를 타면 된다. 기숙사가 St Davids 역 근처의 Brunel Close나 Kingdom Mews의 경우 택시 탈 필요없이 걸어도 된다. 

다음 회는 엑시터대학 기숙사 편이다. 
Posted by 윤오순
봄이 안 오는 줄 알았다. 아니 여긴 봄이 없는 줄 알았다. 그러나 자연은 거스를 수 없는 법. 꽃망울들이 하나씩 툭툭 터지고 있다. 3월 초만해도 새파란 싹만 보여주던 수선화가 캠퍼스 곳곳에 노랗게 만개했다. 그리고 난 두번째 방학을 맞이했고, 요즘 객국생활 10년을 회고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지난 주말에 다음학기 신입생 세명이 기숙사에 입주했다. 전부 중국인이었다. 한 사람은 영국의 다른 곳에 있다가 학교를 옮기면서 이곳으로 이사한 학생이었다. 밤 늦게 도착해 걱정했는데 만나보니 영어도 잘하는 것 같고 별로 내 도움이 필요없어 보였다. 두번째 학생은 오전에 도착했는데 영어가 완전 초보수준이었다. 계약서를 보여주면서 잘 읽어보고 싸인하라고 했더니 오케오케 하더니 바로 싸인을 해버린다. 엑시터가 아닌 다른 도시에 사는 친구 둘을 데리고 왔는데 그 둘은 영국에 좀 오래 산 것처럼 내가 무슨 말을 하면 다 아는 것처럼 추임새를 넣는다. 그래 얘네들이 이 친구를 도와주면 되겠다 싶어 안심했다. 

그리고 마지막. 문제의 학생이다. 밤 10시가 다 되어 긴급할 때만 연락하는 번호가 뜨면서 전화가 왔다. 학생 하나가 택시를 타고 기숙사로 가고 있으니 안내를 해달란다. 서류들 들고 튀어나갔는데 택시에서 낑낑대며 짐을 내리는 몸이 갸냘픈 여학생 하나가 보였다. 택시기사가 영어를 못해 오는데 혼났단다. 사무실에서 보낸 택시라 그나마 다행이었다. 인사를 했는데 무슨 말만 하면 땡큐였다. 이 학생이 아는 유일한 영어였다.

한개에 40킬로그램은 나가는(전문가 소견이다.) 큰 짐가방이 두개였다. 그리고 작은 가방 세개. 그 중 두개는 공항에서 짐이 많아 나눠 담느라 새로 산 것 같다. 짐가방은 아주 비싸보이는데 작은 가방들은 깨끗한데다 상표도 안 떨어져있었다. 이것들을 다 들고 혼자 여기까지 어떻게 왔나 참 대견했다. 중국 대도시에서 비행기를 타고 직항으로 왔더라도 런던에 내린 후 기차를 몇번 갈아타야 했을 텐데 참 대단하단 생각뿐이었다.

이 학생이 새로 살 집은 3층이었는데 큰 짐가방 두개는 둘이서 도저히 들어 옮길 수가 없었다. 작은짐도 들어보니 아주 묵직했다. 결국 다른 남자 레지덴셜 튜터를 불러 짐을 옮겨줬다. 그리고 안내를 해줬다. 그동안 중국어를 안써서 단어들이 생각이 안났는데 이 친구가 딱 감을 잡더니 내가 무슨 말을 하면 제대로 된 표현을 바로 중국어로 해줬다. 그래 그래 그거. 부엌은 어떻게 사용하고 쓰레기는 어떻게 버리고 우편물은 어떻게 찾아야 하는지 건물을 이동하면서 하나씩 설명해줬다. 설명이 끝날때마다 무조건 땡큐였다.

근처에 친구가 있느냐고 했더니 아무도 없단다. 다음주 화요일까지는 부활절 휴가기간이라 학교도 문닫고 시내 대부분 가게들이 문을 닫는데 먹을 건 있느냐고 했더니 없단다. 내가 빵이나 라면같은 게 있는데 좀 줄까 했더니 머뭇거린다. 그러더니 사무실에서 받은 과자가 좀 있고, 오늘만 버티면 내일 다른 도시에서 오는 친구들을 만나기로 했으니 걱정하지 말란다. 무슨 일 생기면 바로 연락하라고 하고 내려오는데 이상하게 마음이 안 편했다. 다시 올라가 옆방의 중국인을 미안하다면서 깨운 후 새로 온 사람이라고 신입생을 소개해줬다. 문제가 생기면 네가 선배니까 직접와서 얘기를 해달라고 부탁했다. 자기랑 다른 친구들이 오리엔테이션 해줄테니까 아무것도 걱정하지 말고 가서 자란다.

마지막에 도착한 여학생을 보면서 10년도 전에 중국에 처음 유학갔을 때 생각이 났다. 나도 무거운 짐가방을 들고 혼자 북경에 도착했었다. 물론 나는 고맙다는 의미의 씨에씨에도 몰랐으니 이 여학생이 나보다 좀 낫다고 할 수 있다. 어제 저녁 혹시나 해서 안심이 안되는 그 여학생한테 가보려고 했더니 방에 불이 꺼져 있었다. 자는 건지 아니면 친구들을 만나 안 들어온 건지 모르겠다. 오늘은 좀더 일찍 들러 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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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윤오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