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쿠라'에 해당되는 글 4건

  1. 2013.04.03 벚꽃 단상
  2. 2012.01.28 반가운 메일
  3. 2009.04.20 도쿄 사쿠라 6
  4. 2008.03.14 게으름에 대한 변명 14

엑시터에 소낙눈이 내리던 날 4월의 도쿄가 그리워 일본의 오카아상에게 메일을 띄웠다. 거긴 아마도 사쿠라 꽃비가 한창이겠지요, 하면서 말이다. 그때 난 말 그대로 桜雨(사쿠라아메)라는 표현을 썼다. 오카아상은 그럴땐 花吹雪(하나후부키)라는 표현을 쓴다고 하셨는데 꽃잎이 눈처럼 흩날린다는 의미란다. 내가 생각한 사쿠라아메보다 훨씬 낭만적인 표현이다. 오카아상은 덧붙여 사쿠라와 관련된 다양한 표현들을 알려주셨다. 花筏(하나이카다)는 꽃잎이 수면에 떨어져 흘러가는 걸 뗏목에 비유해 표현한 것이라고 하셨는데, 花吹雪(하나후부키)가 수면에 떨어진 후 뗏목처럼 흘러가는 걸 상상해 보라 그러셨다. 그리고 葉桜(하자쿠라). 꽃이 떨어진 후 푸른빛을 살짝 보여주는데 그 때의 벚나무를 의미한다고 하셨다. 그래서 사쿠라로 시작되는 다양한 표현들을 사전에서 찾아봤다. 연분홍색은 桜色(사쿠라이로). 심연에 사는 몸길이 4센티미터 정도의 작은 새우는 桜えび(사쿠라에비). 사쿠라에비 스시를 먹을 때 늘 이름의 연원이 궁금했었는데 이제야 이해가 된다. 분홍조개는 桜貝(사쿠라가이). 얇고 부드러운 휴지는 桜紙(사쿠라가미). 일본은 음력으로 달을 표현하는 이름들이 따로 있는데 몇개만 기억하고 있었다. 예를 들어 5월은 五月(5월이라고 쓰지만 '사츠키'라고 읽는다). 일본 오카아상의 이름이라 확실히 기억한다. 음력 3월을 桜月(사쿠라즈키)라고 부른다는 걸 이번에 알았다. 


커피의 발상지 에티오피아에 가면 커피 이름이 참으로 다양하다. 분나라고 하는 곳도 있고, 부나라고 하는 곳도 있고, 부노라고 하는 곳도 있다. 우리가 갈색이라고 하는 색을 에티오피아 암하릭어로는 분나라고 표현한다. 에티오피아 사람들은 커피 열매만 따서 우리처럼 마시는 게 아니라 껍질도 말려서 먹고, 잎도 말려서 먹는다. 죽처럼 끓여 먹기도 하고, 버터에 굴려 먼길 떠날 때 도시락으로 싸가기도 한다. 할례후 혹은 출산후 상처에 커피가루를 뿌리기도 하고, 소가 배탈이 탔을 때 커피를 여물에 섞어 먹이기도 한다. 사막에서 온 친구한테 들은 이야기인데 거긴 '모래'를 표현하는 말이 수백개가 넘는다고 한다. 얼음나라에는 당연하게도 '눈'을 표현하는 말이 수백개라지. 


우리가 흔히 아는 벚꽃이나 커피, 모래, 눈이 어떤 곳에 가면 우리가 알던 것과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소비된다. 일본의 국화이면서 일본 문화를 대표하는 게 사쿠라라는 말은 많이 들었는데 그게 어느 정도 일본인들의 생활에 영향을 주고 있는지 잘 몰랐다. 그러면서 문득 떠오른 생각 하나. 무궁화는 어떻게 한국의 국화가 되었을까? 우린 무궁화와 관련된 어떤 재미있는 이야기들을 가지고 있는지 궁금하다. 벌레 많이 생긴다는 거 말고. 풍류 한 가득 담은 이야기들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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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윤오순

雪がとけたら何になるかという質問にどの答えを選びますか?
①水になる。②春になる。
 

②を選ぶのは奥が深いですね、^0^
熱い紅茶を飲んでいる間は目を閉じ、イメージで春の丘を走ってください。  


해석) 눈이 녹으면 어떻게 될까, 라는 질문에 어떤 대답을 할래요?
         ① 물이 된다  ② 봄이 온다
 

       
 ② 을 골랐다면 생각이 깊네요. 
 
         따뜻한 차 마실 때는 눈을 감고, 봄의 언덕을 떠올리며 걸어 봐요.


차 한잔 마실까 그러고 있는데 일본의 오카상(기노시타 씨)한테 이런 메일이 왔다. 따뜻한 차 마시면서 정말 눈을 감고 봄의 언덕을 걸어볼까 한다. 사쿠라가 흐드러지게 핀 그런 봄의 언덕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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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윤오순

벚꽃은 이제 서서히 자취를 감추고 있고, 자연은 눈부신 신록의 5월을 준비하고 있다. 나는 여전히 언제 결과가 나올 지 모르는 신청서를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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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윤오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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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생 가족이 다녀가고 나서 나도 사람인지라 후유증이 좀 심했다. 밀린 일들 하다 보니 3월의 절반이 다 가는 줄도 몰랐다. 어쨌거나 봄이 오고 있다는 건 확실하다. 2월부터 꽃망울을 터뜨리던 벚꽃들이 요즘 아주 안간힘을 쓰고 있다. 며칠 전에만 해도 저 나무에도 꽃이 필까 했는데 어제 보니 그 나무에도 꽃들이 피고 있었다. 조만간 온천지가 사쿠라로 변할 것이다.

내가 몇 살까지 살 지는 모르겠지만 밥벌이로, 레포트로 스트레스 안 받는 그 시절이 오면 날마다 공공도서관에 가서 소설책 보는 꿈을 요즘 꾼다. 심심하면 영화도 좀 봐 주고. 뭘 하느라 바빴는지 잘 모르겠지만 밖엘 나와야 좀 한가했는데 이렇게 바다를 건너왔는데도 좀처럼 여유가 안생기는 것 보면 이제 일본이 어느새 내게 베이스 캠프가 된 것 같다. 한가했으면 하고 또 바라는 모양새를 보아하니 어딘가를 조만간 가 줘야 할 것 같다.

사진: 시즈오카의 봄.


Posted by 윤오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