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레인'에 해당되는 글 3건

  1. 2009.06.21 This is CNN. 2
  2. 2008.04.13 새학기 기념 포스팅 3
  3. 2007.07.07 5000년 전 악기 '우드' 2
기독교는 선이고 이슬람은 악이라는 분위기에 우리가 너무 익숙해서 그런지 사실 지식인들의 글에서 이슬람을 가해자로만 묘사하는 표현들을 어렵지않게 만날 수 있다. 이슬람이 정말 악의 축인가. 적어도 지식인이라면 균형감각을 유지해야 하지 않나. 세상엔 그런 말도 안되는 오해로 억울하게 사는 사람들이 여전히 너무 많다.

영국으로 박사과정 공부하러 간다고 심하게 들떠있던 친구가 있었는데 아무래도 못갈 것 같다. 영국대사관에 학생비자를 신청했는데 서류미비를 이유로 미뤄진 지가 벌써 넉달째. 4월에 학기가 시작되어 3월에 간다고 했었던 것 같은데 아직도 바레인이란다. 그 친구 작년 6월에 영국에서 있었던 학회에도 비자때문에 못 갔었다. 참으로 안타깝다. 아무래도 무슬림이라서 그런 것 같은데 정확한 이유는 나도 모르겠다. 바레인정부가 못 가게 하는 건지, 영국정부가 못 오게 하는 건지 오직 신만이 알 일이다. 

친구가 미국에서 공부를 끝낼 즈음에 9・11테러가 일어났었는데 거의 매일 조사를 받으러 다녀야했단다. 그 친구 뿐만아니라 이슬람 국가에서 온 학생들은 전부 그렇게 조사를 받았단다. 스트레스가 심해서 상담창구를 찾았는데 상담하는 선생이 그 친구 상황을 도저히 이해못하더란다. 당시 대부분의 미국인들은 이슬람을 악으로 규정하는 분위기였을 테니까 그럴 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친구는 미련없이 미국을 떠났다는데 조사가 그것으로 끝난 게 아니었나 보다.

걸프 전쟁이 터졌을 때 바레인에도 폭탄이 떨어졌었단다. 학교에서는 날마다 전쟁을 대비하는 훈련이 실시되었고, 뉴스에서는 실시간으로 전쟁상황이 내보내졌다고 한다. 밤이면 전쟁에서 친구와 가족을 잃는 꿈을 꾸었단다. 어린 아이가 처음 배우는 말은 "엄마"나 "아빠"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걸프전이 한창일 때 바레인의 많은 어린이들이 처음 내뱉은 말은 "엄마" 혹은 "아빠"가 아닌 "This is CNN."의 "CNN"이었단다. 너무 비참하지 않은가.

출신지역 때문에, 종교 때문에, 나도 모르게 억울한 대접을 받는다면 돌아버릴 것 같은데, 체질이 될 수밖에 없도록 악순환이 반복된다면 과연 인간정신으로 살아갈 수 있을까. 이 놈의 대립과 전쟁은 언제 끝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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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윤오순


여러분 잘 지내셨어요? 겨울잠이 좀 길었습니다. 봄 방학이 어떻게 흘러갔는지도 모르게 흘러갔고 어느새 새학기가 시작되었습니다. 작년에 오자마자 아는 사람도 없는 이곳이 참 낯설었는데 올해는 아주 씩씩하게 4월을 보내고 있습니다.

4월 초에는 다들 벚꽃놀이를 하는 분위기인데 바빠서 사쿠라 사진 한장 제대로 못 찍어 그건 아쉽네요. 학교는 수업 신청하느라 요즘 아주 부산해요. 듣고 싶은 강의라고 다 듣는 게 아니라 경쟁을 통과해야 들을 수 있는 강의가 있어 그럴싸하게 신청서 쓰느라 머리 좀 아팠습니다. 영상정보 처리 관련 수업이 1년간 개설이 되는데 소수정예라 경쟁이 아주 치열했죠. 결국 듣게 되었습니다. 영상 편집 스킬을 배울 수 있는 수업인데 아주 재미있을 것 같습니다. 재미있는 작품 만들면 여기에도 공개하죠.

올해는 죽이 되든 밥이 되든 논문을 써야해서 더 바빠질 것 같습니다. 수업시간에 교수가 뭘 좀 하라는데 다들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어 제가 하겠다고 손을 번쩍 들었죠. 별로 시간도 안 걸리는 단순한 일인데 일본 애들도 참. 그런데 교수님이 윤상은 올해 논문 써야 하니까 거기에만 집중하라면서 벌써부터 스트레스를 살짝살짝 주시네요. 제가 문어발처럼 일을 깔아놓고 하는 걸 아시면 아마 펄쩍 뛰시겠죠.

기숙사에는 새로운 학생들이 많이 들어왔습니다. 아프리카 학생도 4명이나 입주를 했는데, 제 프랑스어 선생님인 기니아 학생도 입주에 성공했습니다. 기니아 이외에 세네갈, 가나, 말리에서 온 학생들이 제 이웃이 되었습니다. 말리나 세네갈은 프랑스어권인데 다들 영어를 어찌나 잘하는지 놀랐습니다. 기니아에서 온 친구는 작년에 만났을 때 영어를 전혀 못했었는데 그새 배웠는지 대화에 무리가 없더군요.

그리고 작년 5월 나가사키에 갔을 때 만났던 벨로루시 학생이 쥐도새도 모르게 시험을 쳐 합격한 데다 기숙사 입주에 성공했다고 합니다. 아직 바빠서 못 만났는데 조만간 만나 저는 아시히에서 나온 프리미엄 맥주를, 그 친구는 기린 맥주를 마시기로 했습니다. 바레인에서 온, 일명 아라비아 왕자가 아랍어를 가르쳐 준다고 해서 매주 일요일 한시간씩 아랍어를 배우기로 했습니다. 에티오피아 공용어인 암하릭어에는 아라비어에서 온 단어들이 무우척이나 많아요. 3개월 속성, 뭐 이런 식으로 언어를 배우는 게 아니라서 천천히 문자 배우고, 기초 문법 배우고, 그러기로 했습니다. 이제 러시아어권 말고는 여행가서 굶어죽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오늘은 저녁 초대를 받아서 이제 나가봐야 합니다.
여러분도 즐겁고 유익한 저녁 시간 보내세요.



Posted by 윤오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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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핫산의 홈페이지
               http://www.hasanhujairi.com/

우드(Oud)라는 악기를 난생 처음 봤다. 음색은 보통의 클래식 기타 같았는데 생김새가 보는 사람의 시선을 확 사로잡았다. 올 5월에 바레인에서 왔다는 핫산이라는 친구를 만났는데 그때 취미가 우드라고 해서 그게 뭔가 그랬었다. 지난주에 국제교류클럽 파티에 갔었는데 중간에 우드 연주시간이 있었다.

아라비아 전통(사실은 바레인) 의상을 입고 짜잔, 등장한 핫산은 전혀 다른 사람이었다. 일본 노래도 두곡 정도 연주했는데 이미 잘 알고 있는 노래라서 감흥이 떨어졌지만 이라크에서 제일 유명하다는, 본인에게 우드를 처음 가르쳐 준 선생이 작곡한 곡과, 스페인의 안달루시아 풍의 곡이 아주, 정말 아주 인상적이었다. 연주 실력은 프로가 아니었지만 전체적인 내용이 충분히 감동적인 무대였다.

엠파스 백과사전에서 우드가 어떤 악기인지 궁금해서 찾아봤다.

oud라고도 함.

중세와 근대 이슬람 음악에서 유행한 현악기.

유럽 류트의 조상인 우드는 오목한 배 모양의 몸체에 줄받이가 없는 지판, 짧은 목, 유럽 류트보다 급하게 굽은 줄감개집으로 이루어져 있다. 조율하는 줄감개는 줄감개집 옆면으로 부착되어 있으며, 플렉트럼으로 뜯어서 연주하는 양장현은 (기타처럼) 악기의 앞판에 있는 접착식 줄받침에 고정되어 있다.

우드는 크기나 현의 수에서 다양하다. 4쌍(고전적인 수)의 현이 가장 보편적이나 간혹 5~6쌍도 있다. 조율법도 다양하며 음역은 기타 또는 류트와 유사하다. 우드는 터키에서는 라우타로, 발칸에서는 오우드 또는 우티로 알려졌다. 7세기 중세 페르시아에서는 바르바트라는 이름으로 불렸다. '우드'(아랍어로 '나무'라는 뜻)라는 악기의 이름은 가죽으로 앞판을 댄 초기 류트와는 대조적으로 앞판을 인도산 향나무로 만든 데에서 비롯되었다.

핫산이 연주한 우드는 줄이 11개로 구성되었다. 얼핏보면 여섯 줄로 보이는데 맨 윗줄을 뺀 나머지 줄들이 두겹씩이었다. 줄감개집은 마치 부러뜨리다 만 것처럼 뒤로 꺾여 있었다. 악보가 궁금해 보여달라고 했는데 일반적인 서양 악보에서 쓰지 않는 1/2b 도 보였고, 한 마디 안에 표현하는 박자의 리듬도 빠른 게 많았다. 무엇보다 신기한 건 악보의 제목은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써 나가지만 악보는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그려나간다는 것이었다. 5천년 전부터 사용된 악기며, 기타처럼 생긴 모든 악기의 원조라면서 아주 자랑스럽게 말하던 핫산의 모습이 떠오른다.

친구가 왜 객국에서 그 생고생을 하면서 지내냐고, 한국에 들어올 생각이 없느냐고 자주 묻는데 일상에서 가끔씩 이렇게 만나는 문화적 충격들이 나를 계속 떠나게 만드는 건 아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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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윤오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