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와서는 시름시름 앓다 이제야 정신을 차렸습니다. 열은 안나는데 전형적인 감기 증세에 기침이 심해 잠을 잘 수가 없었습니다. 말라리아일지도 모른다고 주변에서 그래서 놀라 병원에 갔더니 말라리아는 아니라고 하더군요. 증세에 대한 결과도 걱정이 되긴 했지만 바늘을 꽂아 피를 뽑을 때가 더 긴장되더군요. 2008년에 하라르에 갔을때 며칠 앓다 도저히 못참고 병원에 갔을 때는 의사의 혈액체취한다는 말에 그자리에서 주저앉아 울고 말았거든요. 더러운 키트로 피검사를 한다는데 어이가 없기도 했고요. 이번엔 포장지에 싼 주사바늘을 주길래 부들부들 떨면서 검사를 했습니다. 머리 자를때 혹시 더러운 가위로 귀를 자르면 어쩌나 걱정하면서 에티오피아에서는 미장원에 안가고 머리카락도 제 손으로 잘랐는데 이번엔 어쩔 수 없더군요. 구토도 멈추지 않고, 기침도 멈추지 않고, 이러다 꼭 죽겠더란 말입니다. 정말 꼼짝도 않고 며칠 자고 났더니 좀 움직일만 하네요. 먹기만 하면 쏟는 구토도 이젠 멈췄고요.
비만 오면 기름에 튀긴 음식이 땡기는데 객국을 떠돌아도 그 식성은 안변하더군요. 빈대떡이 없으니 도너츠라도 사서 먹어야 직성이 풀리는데 여기 에티오피아에도 한국에서 보는 도너츠보다 살이 훨씬 통통하게 찌고 크기도 큰 도너츠, '봄볼리노'라는 게 있습니다. 어떤 기름에 튀겼는지도 모르고 사서 먹고는 했습니다. 중국에서 유학할 때 아침시장에 가서 기름에 막 부쳐낸 지단삥(얇은 계란 부침)을 잘 사서 먹었는데 귀국하고 나니 절대 중국에서 사서 먹어서는 안되는 음식 중에 하나더라고요. 기름이 너무 더러워서요. 여기저기 다니면서, 강철도 소화할 위를 가졌다고 자신하며 길거리 음식도 잘 사먹었는데 나이를 먹어서 그런건지 아니면 위가 그 사이에 민감해진 건지 위생에 문제가 있는 음식들은 들어가기만하면 바로 위아래로 쏟아내는 통에 아주 죽겠습니다. 아무래도 연구지역을 바꿔야하는 것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지역연구자가 그 지역 음식을 제대로 못 먹으면서 무슨 연구를 할 수 있겠습니까.
내일부터 다시 서부 커피산지로 이동할 예정입니다. 한달 정도 걸릴 것 같습니다. 가깝게 지내는 일본인 연구자가 떠나기 전에 몸보신 시켜준다며 만났는데 한국 식당으로 가자고 하더군요. 매주 화요일은 삼계탕이 나온다는 정보를 주면서 그걸 먹일 계획이었다고 하네요. 예, 한마리 해치우고 왔습니다. 일 생기면 사륜구동차 보낼 테니 언제든 연락하라는 확답 받고 호텔로 돌아왔습니다. 약속 한 건만 끝나면 오늘 일정 끝. 내일 아침 일찍 떠날 계획이라 오늘 저녁은 짐을 챙겨야 할 것 같습니다.
서부 커피산지에 다녀와 다시 소식 남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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