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라르'에 해당되는 글 4건

  1. 2011.05.24 에티오피아 남부 커피산지 조사를 마치고 1
  2. 2008.01.12 다시 도쿄 11
  3. 2007.12.22 여기는 하라르 18
  4. 2007.12.19 다시 에티오피아
에티오피아의 유명한 커피산지로 짐마, 이르가체프, 시다마(시다모의 현재 이름), 하라르 등을 들 수 있는데 이르가체프, 시다마가 있는 남부의 커피 산지에 다녀왔습니다. 아프리카 하면 사막을 떠올리는 분들이 많겠지만 딜라, 워나고, 이르가체프 등은 아주 울창한 숲에 둘러 쌓여있어 이곳이 아프리카인가 싶은 곳이더라 말입니다. 아직 관광지가 아니라서 불편한 게 많았지만 좋은 구경 많이 하고 왔습니다. 한국은 요즘 걷기 열풍으로 난리라고 하는데 걷기에 에티오피아 남부의 커피산지만한 곳이 또 있을까 싶더라고요. 돈달라고 달려오는 꼬마들이 많아 성가시긴 했지만 걷기에 정말 좋았습니다. 물론 현지에서 커피도 마셨고요.  

돌아와서는 시름시름 앓다 이제야 정신을 차렸습니다. 열은 안나는데 전형적인 감기 증세에 기침이 심해 잠을 잘 수가 없었습니다. 말라리아일지도 모른다고 주변에서 그래서 놀라 병원에 갔더니 말라리아는 아니라고 하더군요. 증세에 대한 결과도 걱정이 되긴 했지만 바늘을 꽂아 피를 뽑을 때가 더 긴장되더군요. 2008년에 하라르에 갔을때 며칠 앓다 도저히 못참고 병원에 갔을 때는 의사의 혈액체취한다는 말에 그자리에서 주저앉아 울고 말았거든요. 더러운 키트로 피검사를 한다는데 어이가 없기도 했고요. 이번엔 포장지에 싼 주사바늘을 주길래 부들부들 떨면서 검사를 했습니다. 머리 자를때 혹시 더러운 가위로 귀를 자르면 어쩌나 걱정하면서 에티오피아에서는 미장원에 안가고 머리카락도 제 손으로 잘랐는데 이번엔 어쩔 수 없더군요. 구토도 멈추지 않고, 기침도 멈추지 않고, 이러다 꼭 죽겠더란 말입니다. 정말 꼼짝도 않고 며칠 자고 났더니 좀 움직일만 하네요. 먹기만 하면 쏟는 구토도 이젠 멈췄고요.

비만 오면 기름에 튀긴 음식이 땡기는데 객국을 떠돌아도 그 식성은 안변하더군요. 빈대떡이 없으니 도너츠라도 사서 먹어야 직성이 풀리는데 여기 에티오피아에도 한국에서 보는 도너츠보다 살이 훨씬 통통하게 찌고 크기도 큰 도너츠, '봄볼리노'라는 게 있습니다. 어떤 기름에 튀겼는지도 모르고 사서 먹고는 했습니다. 중국에서 유학할 때 아침시장에 가서 기름에 막 부쳐낸 지단삥(얇은 계란 부침)을 잘 사서 먹었는데 귀국하고 나니 절대 중국에서 사서 먹어서는 안되는 음식 중에 하나더라고요. 기름이 너무 더러워서요. 여기저기 다니면서, 강철도 소화할 위를 가졌다고 자신하며 길거리 음식도 잘 사먹었는데 나이를 먹어서 그런건지 아니면 위가 그 사이에 민감해진 건지 위생에 문제가 있는 음식들은 들어가기만하면 바로 위아래로 쏟아내는 통에 아주 죽겠습니다. 아무래도 연구지역을 바꿔야하는 것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지역연구자가 그 지역 음식을 제대로 못 먹으면서 무슨 연구를 할 수 있겠습니까.

내일부터 다시 서부 커피산지로 이동할 예정입니다. 한달 정도 걸릴 것 같습니다. 가깝게 지내는 일본인 연구자가 떠나기 전에 몸보신 시켜준다며 만났는데 한국 식당으로 가자고 하더군요. 매주 화요일은 삼계탕이 나온다는 정보를 주면서 그걸 먹일 계획이었다고 하네요. 예, 한마리 해치우고 왔습니다. 일 생기면 사륜구동차 보낼 테니 언제든 연락하라는 확답 받고 호텔로 돌아왔습니다. 약속 한 건만 끝나면 오늘 일정 끝. 내일 아침 일찍 떠날 계획이라 오늘 저녁은 짐을 챙겨야 할 것 같습니다.

서부 커피산지에 다녀와 다시 소식 남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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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윤오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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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하라르의 올드시티에는 골목이 300개가 넘는다. 300개가 넘는 골목에 다 이름이 있는데 그 골목을 훑고 다니다 이 소녀를 만났다.


다시 이틀 동안 비행기를 타고 아디스 아바바, 두바이, 간사이를 거쳐 도쿄에 도착했다. 아디스 아바바 공항에서 오사카 예술대학 교수를 만나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면서 오느라 그리 심심하지는 않았다. 기내에서 읽을 책을 따로 준비했는데 꺼낼 필요가 없을 정도였다. 60대 노교수였는데 좌석이 떨어져 있어 아쉬워하길레 스튜어디스에게 부탁했다. 엄마인데 같이 앉아가게 해 달라고.

하라르에서는 심하게 아파서 병원에도 가고, 우선 피부터 뽑자고 해서 안된다고 버티다 웃기는 사람 취급을 받기도 했고, 며칠을 먹지도 못하고 누워 있으니 호텔에서 메뉴에도 없는 음식들을 만들어 주어서 사람사는 곳이 다르지 않다는 것도 알게 되었고, 어쨌거나 내겐 이런저런 기억이 많이 남는 도시가 되었다.

아디스 아바바에서는 같은 호텔에서 4명의 한국인을 만나 연말을 함께 보낼 수 있었다. 하도 시끄러워서 밥만 먹고 헤어졌지만. 그 짧은 시간에 통성명을 비롯해 신상조사를 심하게 하는 바람에 내가 정신을 못 차릴 정도였다. 에티오피아가 싫다면서 식당 종업원들에게 어찌나 함부로 대하는지 내 얼굴이 다 뜨거워져서 일본인으로 행세하고 싶었다.

에티오피아의 마지막 황제인 하일레 셀라시에가 사용하던 방에 가서 몰래 사진 찍다 걸려서 얻어 맞고 경찰서에 끌려갈 뻔했는데 사진을 삭제하는 선에서 일이 마무리가 되었다. 다 지운 줄 알고 호텔에 와서 확인했는데 화장실의 비대 사진이 딱 한장 남아 있다. 황제라서 그런지 그 시대에 참으로 화려하게 살았다. 10년 후, 아니 20년 후 에티오피아에 관한 기록사진들을 공개할 일이 있을 때 황제가 사용하던 비데 사진을 공개할 예정이다.

에티오피아 시간으로 이제 밤 12시가 다 되어가니 잠이 들어야 하는데 아직도 잠이 안 온다. 큰 일이다. 내일은 지난 여름에 참가했던 지역개발 프로그램 보고회가 예정되어 있는데 아, 돌아버리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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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윤오순

 

며칠 안되었지만 하라르(Harar)에서의 생활은 많이 익숙해졌습니다. 여행시즌이 아니기 때문에 제가 동네에 나타나면 가이드를 희망하는 친구들이 수십 명 모입니다. 괜찮다고 해도 우린 친구니까 안내하고 싶다고 계속 따라오는데 지금까지는 그냥 모른 척 하고 있습니다. 아시아인은 단 한 명도 없기 때문에 동네에는 벌써 암하릭어를 하는 한국인인 저에 대해 소문이 난 모양입니다. 제가 지나가면 헤이, 차이나!” 혹은 헤이, 파렌지!”라고 부르지 않고 그냥 태권도!!”라고 부르거든요. 첫날 동네 꼬마들이 가라데를 보여달라고 해서 발차기를 살짝 보여주면서 태권도라고 그랬거든요.

 

 

지금 와 있는 하라르에 대해서 조금 설명을 하자면 에티오피아의 9개의 주() 중에 하나인 하라리주의 주도입니다. 2006년 유네스코는 하라르의 도시전체를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했습니다. 성벽의 도시라고 할 수 있는데 여기에 5개의 게이트(Assum Gate, Asmaddin Gate, Bedro Gate, Suqutat Gate, Argob Gate)가 있습니다. 도시 안에 이슬람교의 모스크가 90개가 넘고 에티오피아 정교회 교회가 10개 정도 있습니다. 이슬람교 4대 성지 중 하나라고 하네요. 도시는 크게 올드 시티와 뉴 시티로 나뉘어져 있고 볼거리는 올드 시티에 많습니다. 에티오피아 마지막 황제인 하일레 셀라시에 황제의 아버지의 출신지가 이곳이고 올드 시티에 가면 황제가 궁전으로 사용했던 건물이 있는데 관리 소홀로 거의 쓰러지기 일보 직전입니다.

 

프랑스 시인 랭보가 시 쓰기를 멈추고 아프리카 어딘가로 떠났다는 사실을 문학에 관심있는 분들을 잘 알고 있을 텐데요. 그 아프리카가 바로 이곳 하라르입니다. 이곳에서 랭보는 11년간 무기 거래상을 하며 엄청나게 돈을 벌었다고 하네요. 랭보가 밀매한 무기로 에티오피아가 이탈리아와 싸워 이긴 전투가 아도와 전투입니다. 아프리카에서 강대국을 상대로 싸움을 해 이긴 건 이 전투가 유일하다고 하네요. 에티오피아는 이 승전의 날을 매년 공휴일로 기념하고 있습니다. 올드 시티에는 랭보 박물관이 있는데 사실 랭보는 이 건물에 산 적이 없다고 하네요. 프랑스 정부차원에서 현재 랭보 박물관을 중심으로 하라리 문화개발 프로젝트를 진행 중입니다. 그러나 자문화 우월주의가 극심한 프랑스다 보니 관광안내 책자를 프랑스어로만 제작해 배포하고 있네요. 게다가 아무리 에티오피아가 개발도상국이긴 하지만 한 나라의 문화를 개발하겠다는 저 발상은 아주 위험해 보이기까지 합니다.

 

하라르에 유명한 게 몇 가지가 있는데 그 중 하나가 바로 커피입니다. BBC 다큐멘터리에서 스타벅스의 커피 감별사가 커피 맛을 보고 세계 최고라고 엄지손가락을 치켜 올린 후 브랜드를 보여주는데 에티오피아의 하라르산 커피더군요. 현지에서 커피 제조 공장을 방문해 물어보니 커피 1Kg 40~50birr 정도 거래되고 있습니다. 제가 외국인이기 때문에 비싸게 불렀는지는 모르겠지만요.

 

이번에 하라르에 오면서 시간이 없어 연구조사허가서를 받지 않고 와서 사실 불안해하면서 동네들 돌아다니고 있습니다. 관광객이라면 보통 길어야 3일을 머물고 떠나는데 저는 그 날짜도 넘긴 상태고 계속 이상한 것만 물어보고 다닌다면서 사람들이 수군수군하는데 머무는 동안 경찰서 구경할 일은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제 지도교수가 그걸 제일 걱정하고 있거든요.

Posted by 윤오순
지난 10일 월요일 도쿄를 출발, 간사이와 두바이를 거쳐 에티오피아의 수도 아디스아바바에 도착했습니다. 계절은 냉건기라서 낮에는 무지하게 뜨겁고 밤에는 두툼한 자켓이 필요할 만큼 아주 춥네요. 우리나라 교육부에 해당하는 일본의 문부과학성이 제가 다니는 학교에 학생 지원 프로그램을 하나 제공했고, 제가 첫 수혜자가 되어 이번에 에티오피아를 다시 방문하게 되었습니다.

도착하자마자 좀 앓았습니다. 기후탓인지 고산지대라서 그런지 이유는 잘 모르겠습니다. 아무도 찾아오지 않는 호텔에서 그저 잠만 잤는데 역시나 몸이 안 좋을 때는 수면탕이 최고더군요. 끊어놓은 비행기표를 변경할 수가 없어 몸을 대충 추슬러 지난 주말에 하라르라는 곳으로 이동했습니다. 아디스아바바(Addis Ababa)에서 디레다와(Dire Dawa)라는 에티오피아의 제 2도시까지 비행기를 탔고, 디레다와에서 버스로 다시 하라르까지 왔습니다. 아디스아바바에서 하라르까지 버스가 다니지만 저 같은 외국인이 혼자 가기에는 위험하다고 해서 일부 노선만 비행기를 이용하기로 했습니다. 디레다와는 작년 여름에 홍수피해가 심해서 사람들이 많이 죽은 곳입니다. 작년에 TV에서 헬기로 유엔 구호물자가 도착하는 장면을 본 적이 있는데 막상 도착해보니 언제 그런 일이 있었느냐는 듯 아주 평화롭네요. 참고로 디레다와는 에티오피아의 국내 도시지만 디레다와행 비행기는 국제선 청사를 이용해야 합니다.

비행기에서 독일인 친구를 만났는데 기내에서 제공한 빵과 주스를 먹는 저를 아주 놀라운 눈으로 바라보더군요. 사실 작년에 저도 저걸 어떻게 먹나 그랬었거든요. 1년 반을 이곳에 있었다면서 암하릭어로 숫자를 10까지 세어 주면서 중요하니 배우라고 해서 제가 100까지 세어줬습니다. 디레다와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호객꾼들과 실랑이를 벌여야 했지만 뭐 이젠 많이 익숙해져서 괜찮습니다. 공항에서 디레다와 시내까지 가는데 40birr(1USD≒9.04birr)를 요구해서 못 들은척 하고는 결국 10birr에 해결을 했습니다. 차를 타고 버스터미널까지 왔는데 친절한 젊은 친구가 가방을 들어주길래 고마워했더니 하라르행 버스에 가방을 싣자마자 20birr를 내라고 하네요. 음…5birr 줬습니다. 가방이 무거우니 두 사람 몫의 차비를 달라고 해서 가방이 차지하는 공간이 크지 않고, 나보다 가볍다고 그냥 20birr만 내고 배째라고 했습니다. 디레다와에서 하라르까지 버스 요금은 11birr.

얼마 되지도 않는 금액을 그냥 주고 말지 그러느냐고요? 이 사람들이 너무 쉽게 돈 버는 것도 원하지 않고, 제 연구지역이 이곳이기 때문에 앞으로 여기서 지낼 날이 몇 년이 될 지 모르거든요. 처음부터 포지셔닝을 잘 하지 않으면 밑빠진 독에 계속 돈을 쏟아 부어야 할 겁니다. 디레다와에서 하라르까지는 중국인들이 도로를 싹 포장해놔서 그냥 씽씽 달렸는데 중간에 타이어가 터지는 바람에 그만 차도 길 바닥에 퍼져버렸습니다. 도로에서 한참을 서성거리고 있었는데 동네 사람들이 다 나와 저를 구경하더군요. 같이 차를 타고 온 사람들이 핸드폰을 꺼내 사진을 찍는데 그냥 포즈 잡아줬습니다.

두어 시간을 땡볕에 서 있었는데 딱 한자리, 빈 좌석이 남은 차가 와서 누구 탈 사람 없느냐고 하는데 같이 길에서 서성이던 사람들이 전부 저를 먼저 보내야 한다면서 양보를 하더군요. 제게는 돈 다시 낼 필요 없고, 잊지 말고 이 친구를 호텔에 내려주라고 운전기사에게 당부까지 해주었습니다. 이렇게 친절한 사람들이 에티오피아에는 많습니다. 정부에서 운영한다는 호텔에 투숙을 하기로 했는데 방에 전화도 없고 물도 전기도 제한적으로 공급이 됩니다. 밤마다 바퀴벌레와 기타 등등의 벌레들이 제 신발바닥과 조우를 해야 하고요.

왜 거기 가서 그렇게 고생하느냐고요? 아직은 불편한 게 많지만 에티오피아, 정말 매력적인 곳이거든요.
Posted by 윤오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