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문화홍보'에 해당되는 글 4건

  1. 2013.02.16 한국문화 어떻게 홍보할 것인가
  2. 2013.01.21 책 소개 - A Geek in Japan 2
  3. 2012.07.11 타임스퀘어 한국홍보 광고를 보면서
  4. 2010.08.19 한국은 없다 3

친구들이랑 가볍게 차 한잔을 하고 일어서려는데 그리스 친구가 내게 묻는다. 한국문화 관련 된 책에서 보니 기독교인 비율이 25% 정도에 불교를 믿는 사람들도 비슷한 수준으로 (두 종교 모두 30% 이상 되지 않나? 내가 직접 안 찾아봐서 정말 그런지는 잘 모르겠다.) 인구 절반 이상이 종교를 가지고 있는 데다 여자들은 굉장히 보수적이라고 들었는데 K-POP의 주인공들은 한국인이 맞느냐고... 왜 다 얼굴이 똑같고, 보여주지 못해 안달을 하느냐고 하는 데 할 말이 없었다. 옆에 있던 홍콩 친구는 자기 얼굴과 가슴 쪽을 두손으로 과장해 훑어 주면서 한국은 성형수술 세계 1위 국가라 그렇다고 덧붙였다. 그리고 자기가 아는 한국 여자들은 전혀 보수적이지 않고, 스킨십도 자유롭고, 잠자는 것도 자유로워 처음에 당황했다고 그랬다. 난 아직도 소녀시대와 원더걸스를 구분 못하는데 그 친구들은 애들 이름까지 다 알고 있어 좀 놀랍기도 했다. 안녕하세요, 사랑해요, 뭐 이런 말들은 깨끗한 발음으로 아주 쉽게 했다. 유튜브에 다 있단다. 걸그룹의 무대위 모습에서 한국의 군대문화가 보인다고 하는데 그건 한번 찾아봐야겠다. 둘 다, 한국 정부는 그게 무슨 자랑스러운 문화라고 홍보를 도와주느냐며 주변 아시아 국가에서 그런 식으로 자국문화를 홍보하는 나라는 처음 봤다고도 그러는데 한류의 부정적인 모습을 보는 것 같아 혼자 부끄러웠다.


연구실의 내 뒷자리에 앉아 있던 영국학생이 내게 처음 했던 질문이, 그것도 몇달만에, 너네 나라 사람들은 중국어로 의사소통을 하느냐, 였다. 무식한 인간 같으니라고. 우리가 남아시아 너머에 있는 나라들에 별로 관심이 없듯 사실 영국 사람들도 인도 너머의 나라들에 별로 관심이 없다. 따지고 보면 우리도 그루지아 사람들이 그루지아 말을 쓰는 지 러시아 말을 쓰는 지 잘 모르지 않나. 그래도 무식한 건 무식한 거지만. 싸이 덕분에 한국인이 중국어가 아닌 한국어를 사용한다는 게 많이 알려졌을 것이다. 좋아하는 가수와 연락하기 위해, 그 가수의 노래를 따라 부르기 위해 한국어를 배우는 외국인들이 많다고 들었다. 분명 한류의 긍정적인 모습이다.


이런 분위기에서 서경덕 교수는 왜 또 비빔밥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는지 모르겠다. 그렇게 알려서 외국인들이 비빔밥이 한국문화라고 알면 좋을 건 또 뭔가. 사람들이 비빔밥을 좋아해 이나라저나라에 비빔밥 집이 생기면 우리가 로열티를 받는 것도 아닌데 왜 그런 일에 에너지를 쏟는 지 원. 그렇게 홍보하고는 꼭 한국매체에 홍보를 다시 하는 이유를 난 잘 모르겠다. 어차피 쓸 돈도 있고, 홍보도 할 계획이라면 광고효과에 대해서도 생각했으면 좋겠다. 무턱대고 한 방향으로 쏟아낸다고 홍보가 되는 것도 아니고 게다가 긍정적인 효과만 나타나는 건 아니지 않는가. 많은 세계지도들이 여전히 Sea of Japan 아래 Sea of China (황해쪽)를 표기하고 있는데 왜 굳이 Sea of Korea도 아닌 East Sea 표기에만 목을 매는지도 잘 모르겠고. 그런 지도 볼 때마다 바다도 없는 대한민국이 불쌍하긴 하다. 어쨌거나 좋은 일 한다고 광고도 몰아주고, 훌륭한 사람인 것처럼 무조건 포장해주고, 뭘 좀 잘못해도 무조건 칭찬해주고 하는 것도 못마땅하다. 민간차원에서 하는 일이라도 잘못된 건 말려야 할 판에 정부도 이 운동에 밥숟가락을 얹을 거라는 기사를 본 적이 있다. 벌써 얹었는 지도 모르겠다.


한국에 있을 때 이주노동자들에게 매주 일요일 한국어를 가르치는 봉사활동을 몇년 한 적이 있다. 그때 알았다. 그렇게 우리나라에 온 사람들이 그 나라에서는 아주 엘리트 계층이라는 사실을. 당연하지 않나. 인터넷도 안되고, 정보접근도 쉽지 않은 나라에서 먼 나라까지 올 수 있는 사람들이 어떤 사람들일까는...밥벌이랑 연관되니 절실한 이유도 있겠지만 머리가 좋아 말도 금방 배운다. 오히려 영어 가르치러 한국에 와서 몇년씩 체류하는 영미권 사람들이 한국어를 더 못한다. 알아서 통역도 해주고, 이래저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채널이 많아서겠지만. 금발에 백인이라면 국적불문, 배경불문하고 한국 사람들이 얼마나 친절해지는지 다들 알지 않나. 


이야기가 좀 산만해지긴 했는데 결론은, 내가 한국문화홍보 관련 일을 해야한다면 난 뉴욕의 타임스퀘어 광고판이나 K-POP의 해외마케팅 도와주는 일 등에 절대 돈이나 에너지를 쓸 생각이 없고, 이주노동자들의 권익신장에 더 힘을 쏟을 것 같다. 한국에서 유람을 한 게 아니라 정말 생활을 했던 이 사람들이 돌아가서 한국에 대해 어떤 이야기를 해 줄 수 있을까를 생각하면 가슴 뜨끔한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공장에서 제대로 대우도 못 받고 팔 잘리고, 다리 잘리고 그 나라에 돌아가서 한국이란 나라에 대해 과연 어떻게 이야기를 할까? 한국에서 일하는 누이가 보내 준 삼성 카메라, 엘지 핸드폰 만지작거리며, 한국은 어떤 나라야, 라고 분명 물어볼 텐데 말이다. 한국 사람들은 비빔밥을 먹어, 이거 완전 코메디 아닌가. 왜 우린 여전히 잘 사는 나라에서 온 사람들한테는 기도 제대로 못 펴면서, 우리보다 경제수준이 떨어지는 나라에서 온 나라 사람들은 제대로 대접을 안 해주는 지 잘 모르겠다. 몽고에서 대학교수하던 분이 한국의 남대문시장에서 옷장사를 하면서 겪은 일에 대한 기사를 읽은 적이 있는데 마치 내가 그런 것도 아닌데도 그 분이 겪은 부당한 처우에 몹시 부끄러웠다. 그 사람이 살았던 나라가 가난한 거고, 그 나라가 가난한 게 그 사람의 죄는 아니지 않나. 


대선 이후 한국포털도 아예 안들어가고, 뉴스도 읽지 않는데 이러다 5년 후에는 한국에 대한 관심이 뚝 떨어지지 않을까 걱정이 되면서도 위에 언급한 내용들이 들리면 여전히 솔깃해진다. 한국 소식으로 우울한 날 난 주로 한국이 배출한 넘사벽들 -  세리공주, 유나퀸, 빅토르 안 등등 - 의 황홀한 포퍼먼스를 좀 오래 감상하곤 한다. 오늘도 그래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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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윤오순

지난 주말엔 한 스페인 오타쿠가 쓴 <A Geek in Japan>을 읽었다. 일본의 다도 혹은 차도(Tea Ceremony) 관련 자료를 찾는데 이 책이 걸렸다. 책에서는 Tea Ceremony가 아주 짧게 소개되었는데 작가한테는 운이 좋았던 거지. 이런 식으로 책을 구입하는 사람이 있으니...커버며 편집은 마음에 안들었지만 일본문화에 대해 두루두루 손 안 댄 키워드가 없을만큼 아주 공들여 쓴 일종의 일본문화 탐험기였다. 일본을 처음 방문하는, 특히 서양인들에게 강추할 만한 입문서가 될 것 같다. 우리나라 문화 입문서로는 론리 플래닛 말고 어떤 책을 소개하면 좋을까. 아직 눈에 확 띄는 책을 발견하지 못했다. 영부인은 어차피 써야 할 예산이라면 그 좋은 재료들로 후세에 길이 남을 한국문화 입문서나 한권 만들 것이지....


책 읽으면서 느낀 건데 일본에 살면서 내가 의식하지 못했던 것들이 의외로 많았다. 작가는 오타쿠답게 관찰력이 아주 예리했다. 예를 들어 일본 사람들은 중고품 구매를 싫어한단다. 왜냐하면 모든 물건에 혼이 담겼다고 믿는데 중고품을 구입할 경우 이전에 사용하던 사람의 혼이 따라올지도 모르기 때문에 구입을 꺼린단다. 몰랐던 사실이다. 그럼 간다의 그 헌책방들은 왜 있는 거지? 전부 동의하긴 힘들었지만 그렇게도 볼 수 있구나, 하는 게 많았다. 


일본의 첨단 기술에 대한 한없는 찬사에 작가가 아마 스페인 어디 시골 출신이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했는데 사실 유럽애들 도쿄나 서울 오면 다 눈이 빙빙 돌아갈 거다. SF 소설에나 나올법한 세계에 사람들이 살고 있으니....작가가 2013년 서울의 무역센터 근처나 강남을 한바퀴 돌고 나면 현재 도쿄의 하이테크가 아무것도 아니란 거 느낄 지도 모른다. 아니 인천공항에 내리자마자 일본의 나리타 공항과 확 비교되는 시설들에 놀라 자빠질 듯. 나도 한국에 잠깐 들어갔다가 아주 깜짝 놀랐다. 국민의 절반 이상이 스마트폰으로 무장을 하고 있고, 금방 지은 건물들은 내부 인테리어도 전부 새 것에다 번쩍번쩍 황홀하다. 영국 와서 놀란 게 패스트푸드점을 비롯해 건물 내부 시설들이 너무 낡았다는 것. 우리보다 수십년 먼저 오픈했을 테니 당연한 일이겠지만. 


작가가 침이 마르게 자랑하는 우수한 일본문화의 뿌리가 중국이라는 데 이의를 제기하고 싶지 않지만 설명에 한국이 철저하게 제외되었다는 것은 지적하고 싶다. 물론 작가의 탓은 아니다. 나도 일본에서 친일파 교육(일종의 문화연수)을 8개월 받은 적 있는데 그때도 느낀 거다. 외국인 대상의 일본역사 혹은 일본문화 관련 책자에 한국은 거의 등장을 안한다. 전부 중국에서 직접 일본으로 문화가 전수되었다는 식이다. 학위취득을 위해 일본에서 4년을 공부하고 한국에서 6개월간 한국어를 공부한, 한 외국인 청년이 내게 그랬다. 한국은 너무 자국 홍보에 인색하다고. 자기가 일본에서 일본이 오리지널이라고 배웠던 게 전부 한국에 있고, 역사가 훨씬 더 앞서 있다는 사실에 놀랐단다. 섬나라 일본이 한국이 필터가 되어 걸러진 문화를 받아들였다는게 상식일 텐데 일본에 있을 때는 중국에서 직접 문화를 전수받았다는 게 의심할 여지가 없는 사실이었단다. 한국문화 관련 자료는 영어로 된 게 거의 없어 찾아보기 힘들고, 한국은 중국과 일본 사이에 끼어있는 별볼일 없는 나라라고 생각했단다. 저 스페인 오타쿠도 아마 그렇게 생각하고 있겠지. 


레이디 프레지던트가 5년 동안 한국의 국격상승에 좀더 힘을 실어줬으면 좋겠는데 지금 시점에서 이런 거 기대해도 되나 모르겠다. 그 보다는 스페인 오타쿠처럼 한국을 매력적인 나라로 여겨 글도 많이 쓰고, 재미있는 영상도 많이 소개하는 이방인들이 더 많아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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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윤오순


타임스퀘어에 하는 한국문화홍보 광고가 얼마나 효과가 있을까에 의문을 던지는 신문기사가 난 김에 몇자 적고 싶어졌다.

http://www.koreatimes.co.kr/www/news/nation/2012/07/117_114835.html


난 개인적으로 서경덕 교수를 잘 모른다. "대한민국 홍보 전문가"라는 직함을 꼭 사용하시던데 이런 직업이 있는 지도 잘 모르겠다. 정부도 하기 힘든 일을 열심히 하시니 뭐라 할 입장은 아니지만 원칙없이 작업을 하고 계신 거 아닌가라는 생각은 오래전부터 했다. 왜 하필 타임스퀘어이고, 그 광고효과에 대해 제대로 분석은 하셨는지. 거기서 의미심장하게 독도 광고할 때도 좀 불만이었는데, 비빔밥 광고도 그렇고, 아리랑 광고도 그렇고, 비용대비 효과 생각하면 돈이 참 아깝다는 생각이 든다. 광고비에 사용되는 돈이 개인 호주머니에서 나오지는 않았을 것이고, 대부분 외부에서 조달되는 돈일 텐데 더 이상 타임스퀘어 고집부리지 마시고 이쯤에서 다른 방법을 찾아야하는게 아닌가 싶다. 한 나라의 문화라는 게 일방적으로 그렇게 많이 노출을 한다고 해서 사람들이 관심 갖게 되는 성질의 것은 아니지 않는가. 아무런 맥락없이 진행되는 노이즈마케팅으로 과연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을까 싶다.


전부 조사는 해보지 않았지만 우리나라 해외공관 창고에는 제때 사용을 못한 대한민국 홍보물이 산더미처럼 쌓여있을 것이다. 달력이며, 근사하게 만든 대한민국 지도 및 안내서가 먼지를 뒤집어쓰고, 자리만 지키는 곳이 많을 것이다. 대한민국 홍보 잘하라고 비싼 배송료 지불하면서 해외까지 보냈을 텐데 참 아깝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 우연히 어느 해외공관 창고에 들어갔다가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다. 저것도 내 세금일 텐데 생각하니 씁쓸했다. 한국식당이나 필요로 하는 교민들에게 선심을 쓰던지, 아니면 열심히 접대하면서 사용할 수도 있었을 텐데, 어떻게 6년 7년 전 자료들이 저렇게 많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나 싶었다. 철지난 홍보물들은 전부 쓰레기통에 들어가야 하는데 내 현금을 쓰레기통에 버리는 것처럼 아깝다.  


서경덕 교수가 앞으로 타임스퀘어 보다는 돈 많이 안쓰면서 한국문화홍보하는 방법들 더 많이 고민했으면 좋겠다. 대한민국 홍보 전문가 아니신가. 그 직함 덕분에 나 같은 일반인 보다는 훨씬 한국문화홍보 작업하기가 쉽지 않으신가라는 의미다. 해외 여행할 때마다 대한민국 홍보물 취급하는 기관에 연락해서 홍보물을 부탁할 때가 많은데 어찌나 뻣뻣하게 구는지 내가 거지도 아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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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윤오순
*사진: 대영박물관 서점. 아시아 코너인데 한국 관련 도서는 단 한 권도 없다. 기념품 코너도 마찬가지였다.

서울시가 진행하는 재외동포초청프로젝트 덕분에 올여름 잠시 서울에 다녀왔다. 2005년 이후 서울의 여름을 접할 기회가 없었는데 적응안돼 아주 혼났다. 날씨가 덥기도 더웠지만 어찌나 습하던지 돌아다니기가 쉽지 않았다. 오랜만에 만났는데 반갑게 맞이해 주신 분들께 다시 한번 감사드린다.

서울시가 재외동포를 초청한 목적은 서울을 해외에 좀더 알리고자 함이었다. 밖에 나와 있다보니 외국 사람들이 서울은 물론 한국에 대해 얼마나 무지한지 놀랄 때가 많다. 연구실의 내 뒷자리 박사과정 학생은 내가 쓰는 말이 중국어인 줄 안다.  올림픽도 열렸고, 월드컵도 개최한 국가인데 누굴 탓해야 할 지 모르겠다. 

커피 투어리즘을 공부하면서 커피숍 뿐만아니라 시내의 여행사들도 자주 다니는데 갈 때마다 새로 나온 여행 책자들을 들고 나온다. 여행사가 취급하는 각 나라의 여행지를 화려한 사진과 함께 소개하는 두툼한 책자인데 공짜다. 주로 아프리카, 아시아 쪽 책자가 내 관심분야이다. 지금은 그러려니 그러지만 처음 아시아 소개책자를 보고 많이 놀랐었다. 대여섯군데 유명 여행사 안내 책자 중에 서울이 소개 된 곳이 하나도 없었다. 아시아 하면 중국, 일본, 인도,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의 여러 도시들이 소개되어 있는데 한국은 아예 내용에서 빠져있는 것이다. 중국은 베이징, 상하이가 일본은 교토, 나라, 오사카 등이 근사한 사진들과 함께 소개되는데 한국은 아예 없다는 말이다. 내 느낌에 한국의 서울이나 제주도는 아시아의 매력적인 여행지로써 베트남의 하노이나 인도네시아의 발리 등에도 밀린다.  최근에 지정된 하회/양동마을까지 합쳐서 세계유산을 10개나 가지고 있는 나라인데 어찌 이다지도 해외에 안 알려졌는지,  그리고 안 알려지는지 모르겠다.  2010년 현재 대한민국과 수교국이 188개나 되는데 여기 담당하는 외교관들이 한나라씩만 집중해서 한국을 홍보해도 이정도로 세계가 한국을 모르지 않을 텐데 참으로 아쉬운 노릇이다.  

런던의 대영박물관 3층에 가면 중국관과 일본관 사이에 한국관이 초라하게 자리를 잡고 있다. 소장된 작품들 면면을 살펴보면 자랑스럽기 그지 없는 보물들이지만 중국관, 일본관과 비교하면 작품수에서 한참 밀린다. 2000년에 한빛문화재단 한광호 이사장이 기부한 100만 파운드로 유물을 구입해 전시하기 시작했다고 하는데 현재까지 소장된 작품만으로는 각 시대를 이해하기도 힘들고, 문화적 특징을  잡아내기도 힘든 실정이다. 기념품 판매점에 가면 더 기가 막히다. 일본, 중국, 인도가 아시아 문화를 대표하고 있다. 심지어 전시되지도 않은 작품들이 도안으로 사용된 기념품들이 일본 코너에 전시되어 있다.  대한항공이 2009년부터 대영박물관에 외국어 안내 서비스 단말기를 후원하고 있는데 덕분에 이제 한국어로도 작품 설명을 들을 수 있다.  기념품 코너를 지나 박물관 입구쪽으로 나오다 보면 오른쪽에 보이는 단말기 대여코너의 대한항공 마크에 우울한 마음을 위로받곤 한다.

세계가 한국을 많이 기억하면 밥이 나오냐 떡이 나오냐 할 지 모르겠지만 문화가 국력인 시대가 이미 와 버렸다. 문화의 나라에서 만든 차는 프레미엄이 붙어 비싸도 사지 않는가. 삼성이나 엘지가 초박형 TV나 모바일을 해외에 팔면서 한국을 적극적으로 홍보하지 않는 이유다. 삼성이나 엘지를 일본기업으로 기억하는 외국인들이 많고, 굳이 싸구려 이미지를 가진 나라를 홍보하면서 제품 이미지까지 영향을 줄 필요가 없지 않겠나.

사건이 하나 터지면 벌떼처럼 모여 경찰들도 두손두발 들게하는 우리나라 네티즌들이 그 능력, 그 에너지를 해외에 한국을 홍보하는 일에 쏟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두루 돌아다녀보니 한국처럼 네티즌들이 센스도 넘치고, 그 결집력이 대단한 나라를 못 봤다. 영문 위키피디아에 소개되지 않은 한국의 작가들, 예술가들이 있다면 간단하게라도 소개해주고, 한국을 대표하는 물건들이나 사람들, 사상들이 빠져 있으면 채우는 일들에 이들이 앞장 섰으면 좋겠다.  그리고 매년 해외로 나가는 공무원들, 상사주재원들, 외교관들, 유학생들, 배낭여행객들이 조금만 한국 알리는데 노력을 해도 지금보다 더 많은 외국인들이 한국을 기억하지 않을까 싶다. 드라마 한편으로 순식간에 한국이 일본의 가장 가까운 나라가 되지 않았나. '문화의 힘'이란 그런 것이다. 
Posted by 윤오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