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기업'에 해당되는 글 1건

  1. 2015.01.10 다시 유랑의 길목에서 4

이번엔 네팔이다. 지인들 중에 죽기 전에 꼭 가고 싶은 여행지 혹은 나라로 네팔을 꼽는 사람들이 많았는데 이상하게도 난 여행하고 싶은 곳 리스트에 네팔을 포함시킨 적이 한 번도 없었다. 그런데 이번에 네팔에 가게 되었다. 한국에 있는 3개의 사회적기업들이 네팔에 만든 또 다른 사회적기업 활성센터의 프로젝트 매니저로 가게 되었다. 막상 가기로 했지만 제안이 왔을 때 많이 흔들렸던 게 사실이다. 공부 끝내고 한국에 돌아와서 하고 싶은 일도 많았고, 1년 동안 헤매긴 했지만 뭔가 다시 시작해도 아프리카 지역연구와 관련된 일일 거라 내심 믿고 있었는데 꿈에도 생각하지 않았던 네팔이라고 해서 고민을 안할 수가 없었다. 허나 가는 지역이 에티오피아가 아닐 뿐 기회가 되면 에티오피아에서 하고 싶은 일들을 하는 회사라 결국 가기로 했다. 다음 주 출국 예정이라 이번에도 여유있게 준비하긴 그른 것 같다. 회사에서 티켓은 끊었다고 연락이 왔고, 전임자가 사는 숙소를 내가 쓰기로 해서 일단 한시름 놓은 상황이다. 


중국으로, 일본, 영국, 에티오피아로 처음 출발할 때 무슨 준비를 했었는지 가물가물하다. 예방접종은 필수사항이 아니고 권장사항이라고 해서 구충제나 준비할 생각이다. 개도국의 경우 뭘 신청하는 데 사진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아 사진은 넉넉하게 준비해야 할 것 같고, 우편으로 보내는 짐을 까다롭게 체크해서 얼토당토않은 세금을 물리는 경우가 많다고 해서 이번엔 할 수 없이 3단 이민가방에 필요한 물건들을 챙겨야 할 것 같다. 보통은 국제우편이나 선편으로 짐들을 보내놓고 공항에는 간편하게 갔었는데 이번에는 귀찮아도 어쩔 수가 없다. 공용어가 네팔어라고 하니 네팔어를 배워야 하는데 가기로 결정하고부터 기본적인 표현들과 네팔어 자모음을 매일 공부하는 중이다. 취미나 시험이 아닌 생존을 위해 어쩔 수 없이 배우는 내 인생 다섯번째 외국어이다. 문자가 완전 예술이라서 '옴마니반메훔' 하면서 한자한자 쓰다보면 수행하는 느낌이 든다.


에티오피아나 중국 갈 때와 비교하면 네팔 관련 자료는 넘치고 넘쳐 네팔이 어떤 나라인지 찾아보는 데 큰 어려움은 없다. 그 사이 히말라야 트레킹, 자원봉사 등을 통해 네팔에 다녀 온 사람들이 많고, 그 사람들이 쏟아낸 자료들이 아주 유용해 보인다. 그런 정보에 따르면 음식도 밥을 먹는 데다 다른 아시아 지역 보다 향신료를 덜 쓴다고 하고, 게다가 현지에는 한국 식당도 여러 곳 있는 것 같아 먹는 걱정도 덜었다. 베이스 캠프가 수도 카트만두라서 탁한 공기가 걱정이지만 지방 보다는 살기가 수월할 것 같다. 거기서 3년을 지낼 예정이다. 어떤 일들, 어떤 사람들이 네팔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을지 궁금하다. 학생 신분이 아니라서 책임감이 무겁게 느껴지지만 히말라야 정기를 받으며 내 인생 2막을 잘 준비하고 싶다. 



*지도정보: http://www.worldatlas.com/webimage/countrys/asia/np.htm 

Posted by 윤오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