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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 최대의 교역 중심지 악숨

3세기에 세상을 움직이는 4 제국이 있었으니 바로 로마, 중국, 페르시아, 그리고 오늘 이야기 하려는 악숨제국이다. 앞의 나라는 비교적 익숙하지만 마지막의 악숨은 생소할지도 모르겠다.

 

악숨(Axum) 9세기까지 홍해를 지배한 악숨제국의 수도로 당시 아프리카 최대의 교역중심지였고, 지금의 에티오피아에 똑같은 이름으로 남아 있다. 악숨의 오늘은 조금 초라한 모습이지만, 3,000년을 거슬러 올라가면 고대의 에티오피아의 수도로 찬란한 문화의 도시였다. 악숨은 1세기경부터 로마제국, 비잔틴제국과 어깨를 견주었, 홍해 연안을 중심으로 무역으로 번성할 수 있었.

 

에티오피아가 지금은 바다를 잃고 내륙국 신세로 전락했지만 4세기 에자나왕의 시대에는 누비아(현재의 수단 지역) 예멘까지 아우르는 대제국의 시대를 구가할 있었다. 사실을 증명하는 석비가 1980년대에 농민에 의해 발견되었다. 석비의 내용은 에자나왕이 시대에 사우디아라비아를 정복했던 일을 신에 감사한다는 것으로 그리스어, 아랍어, 기에즈어 3개국어로 씌어있다.

 

전설에 따르면 모세의 십계 석판이 들어 있는계약의 상자 악숨의 교회에 안치되어있다고 한다. 계약의 상자는 에티오피아 초대 왕인 메넬리크 1세가 이스라엘에서 가지고 왔다고 하는데 영화 인디아나 존스에서 주인공이 찾고 있는 법궤이기도 하다

 

악숨의 세계문화유산오벨리스크

본래 고대 이집트에서 태양 신앙의 상징으로 세워진 기념탑인 오벨리스크가 에티오피아 악숨에도 있다. 에티오피아의 오벨리스크는 크기와 무게에 있어 이집트의 것을 능가한다. 악숨의 상징이기도 한 오벨리스크는 왕의 권력을 드러내기 위한 비석으로 악숨제국 만들어졌다. 형태는 단순하고 몸체 표면에 새겨진 문양들은 이집트의 것들과는 다르다. 악숨에는 규모가 대형 오벨리스크가 64, 중형 오벨리스크가 246, 그리고 작은 크기의 오벨리스크들이 산재해 있으며, 이 오벨리스크들은 1980년에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되었다.

 

오벨리스크는 장의 화강암을 조각해 만들었고 지하에는 무덤이 있다. 오벨리스크 가장 것은 높이가 33m, 무게가 100톤에 이르는데 이탈리아 침략시기에 붕괴되어 동강으로 나뉘어 쓰러져 있다. 에티오피아에는 아직 이걸 세울 힘이 없어 보인다. 번째로 것은 높이 24m 무게가 60톤이 나가는 1937 무솔리니가 로마의 영광을 재현하겠다며 코끼리 500마리를 동원해 빼앗아갔다. 그러나 오벨리스크는 약탈된 지 68년만인 2005년에 러시아산 안티노프 124 화물기에 실려 악숨으로 돌아왔다. 당초 그 해 가을부터 제자리를 찾는 공사를 시작한다는 발표가 있었는데 2006년 현재 터 파기 공사가 진행 중이다. 번째로 것은 높이 23미터로 시온의 마리아 교회 근처 광장에서도 보인다. 오벨리스크들은 지금의 자리에서 20km 정도 떨어진 산에서 돌을 가공하여 코끼리와 인력을 동원해 세웠다고 한다.

2007.10.30 서울신문 <에티오피아를 가다>
http://www.seoul.co.kr/news/newsView.php?id=20071030500001&spage=1

Posted by 윤오순
채널24: 에티오피아2007. 4. 14. 16:56

 

우연인지 모르겠지만 주변에 미국이 몇 개의 주로 이루어졌는지 물었을 때 답변을 못하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 심지어 뉴욕이 어디에 있고 플로리다가 어디에 있는지도 그들은 훤히 잘 알고 있었다. 그곳을 방문한 적이 없어도, 또 그곳에 친척이나 지인이 살고 있지 않아도 그들은 그렇게 미국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이번엔 아프리카에 몇 개의 나라가 있는지 물어 보았다. 토고와 가나가 아프리카에 있다는 사실을 이번 월드컵을 통해 알았다는 사람이 적지 않았고 정확하게 그 숫자를 알고 있는 사람은 단 한 사람도 없었다.


아프리카에는 가장 최근에 에티오피아에서 독립한 에리트리아를 포함해 53개의 나라가 있다.(모로코까지 포함하면 54개국이지만 모로코는 아직 AU(African Union)에 가입하지 않았다.) 이 지구상에 아프리카라는 대륙이 엄연히 존재하고 있는데 우린 마치 그런 세상이 없는 것처럼 살고 있다. 심지어 개별 국가의 고유성을 무시하고 아프리카에 있는 한 나라를 아프리카라고 하는 단일개념으로 이해하려고까지 한다. 한국이라는 나라를 아시아에 내포된 개념으로 동일하게 이해할 수는 없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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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프리카의 중심 에티오피아

세계 지도를 펼쳐 놓고 아프리카를 찾아보면 북동쪽 근방에 뾰족한 뿔 모양을 한 대륙 에티오피아가 보인다. 에리트리아, 지부티, 수단, 케냐, 소말리아는 에티오피아의 이웃 나라이다. 이집트도 이곳에서 아주 가깝다. 아프리카에서 전혀 아프리카답지 않은 땅 에티오피아에 대해 소개하려다 서두가 길어졌다.

아프리카에 대해 무지한 것처럼 우린 에티오피아에 대해서도 그리 많은 정보를 가지고 있지 않다. 맨발로 마라톤에서 금메달을 딴 아베베의 나라, 세계 최빈국으로 UN이나 NGO단체의 지원이 없으면 살지 못하는 나라, HIV/AIDS 천국의 나라, 이 정도가 우리가 에티오피아에 대해 알고 있는 정보 전부가 아닐까 싶다.

 

80여 여개 종족으로 구성된 다민족 국가

에티오피아는 대한민국의 5배 정도 되는 땅덩어리에 현재 약 77백여만 명이 살고 있다. 민족 구성은 오로모족, 암하라족, 티그레이족, 거라게족 등 약 80여 개의 종족으로 이루어진 다민족 국가이다. 현재 총리를 비롯해 정치적 실권을 잡고 있는 사람들은 전체 인구의 약 4~5%를 차지하고 있는 티그레이족이고 상권을 쥐고 있는 사람들은 전체 인구의 약 4%를 차지하고 있는 거라게족이다. 특히 거라게족은 악착같이 돈을 모으는 민족으로 잘 알려져 있는데 길거리에서 구두를 닦는 어린 꼬마나 차가 섰을 때 쏜살같이 뛰어가 화장지 꾸러미를 파는 청년들은 대부분 이 거라게족이다.


수도인 아디스아바바는 에티오피아의 중심에 위치해 있고 평균 해발 고도가 2,300m 정도의 고지대로 약 350만 명이 거주하고 있다. Addis아디스’는 여기 말로 ‘New’를, Ababa아바바’는 ‘Flower’를 의미한다. 공식 언어는 영어와 암하릭(Amharic)어로 간판 등에 영어와 암하릭어를 병기하고 있지만 암하릭어를 알면 에티오피아에서의 생활이 아주 편해진다.


서울에서 출발해 홍콩이나 태국의 방콕을 경유해서 이곳에 올 수 있다. 유럽에서 올 경우 프랑크푸르트를 경유하고 아프리카 항공을 이용할 경우 남아프리카공화국이나 케냐 등을 경유한다. 두바이 공항에서는 약 네 시간만 비행하면 아디스아바바에 도착한다. 역사가 60년이 넘는 에티오피아 에어라인이 한국에 취항하지 않는 관계로 에티오피아 땅을 밟으려면 아직까지는 몇 나라를 거치거나 공항에서 하릴없이 많은 시간을 허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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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전쟁 때 지상군을 파견한 아프리카 유일의 나라

에티오피아는 한국전쟁 당시 아프리카에서는 유일하게 6천여명의 지상군을 파견한 나라이다. ‘칵뉴부대’라고 불리던 에티오피아 참전용사들은 황제의 근위병들로 단 한명의 포로도 없이 전장에서 용감하게 싸웠으며, 전쟁이 끝난 후 잔류 부대원들은 DMZ근방에 고아원을 만들어 당시 전쟁고아들을 돌보기까지 했다. 지금은 우리가 국제협력단의 봉사단원 파견을 비롯해 정부차원에서 혹은 각 종 NGO 및 선교단체들이 에티오피아를 음으로 양으로 도와주고 있지만 불과 50여 년 전에 에티오피아가 우리를 도와주던 시절이 있었다. 현재 한국에 참전용사후원회가 있어 아디스아바바에 참전용사회관을 건립하는 등 한국과 에티오피아와의 인연의 끈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1년은 13개월, 올해는 1999

아프리카 대부분의 나라가 영국이나 프랑스로부터의 오랜 식민지 경험이 있는 것에 반해 에티오피아는 이탈리아에 잠깐 점령당한 것 이외에는 식민지 경험이 없어 아프리카에서는 유일하게 고유의 문자를 사용하고 있다. 공식 언어로도 사용되는 암하릭어는 표음문자로 33자의 자음과 7자의 모음으로 구성되어 있다. 게다가 우리가 사용하는 보편적인 서역 Gregorian을 사용하지 않고 Julian Solar 캘린더를 사용하고 있어 에티오피아역으로 계산하면 1년이 12개월이 아니라 13개월이 된다. 한 달을 30일씩 계산하니까 남은 5일 혹은 6일이 이들에겐 13월이 되는 것이다. 그렇게 따지다 보니 우리의 신년이 에티오피아에서는 1 1일이 아니라 9 11일이 된다. 그래서 모든 에티오피아의 달력은 1월부터가 아니라 9월부터 시작한다. 물론 올해도 이곳은 2006년이 아니라 1999년이다. 전 세계 모든 나라가 다 치룬 밀레니엄을 이들은 지금부터 준비하고 있다.

 

고대 기독교 문명의 보고

아프리카 대부분의 나라는 고유의 토착종교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이슬람교도 북아프리카 정도까지만 포교가 되었다는 아프리카에 수백년동안 번성했던 기독교 왕국이 있었으니 그곳이 바로 에티오피아이다. 교리상의 차이로 서구 기독교 문화와는 단절된 에티오피아만의 독특한 기독교 문화를 형성해 왔는데 현재 약 50%정도가 에티오피아 정교회 신자이고 이를 바짝 뒤쫓는 게 이슬람교 신자이다. 전설에 따르면 에티오피아 최초의 왕조인 악숨(Axum) 왕조는 이스라엘의 솔로몬 왕과 시바여왕의 후손이라고 한다. 이들 사이에 태어난 메넬릭(Menelik) 1세가 에티오피아의 초대 황제라고 한다. Lalibela 교회(거대한 돌 하나를 통째로 깎아 만든 교회)를 비롯해 악숨 오벨리스크, 곤다르(Gondar) 등 에티오피아 곳곳에는 기독교 문화유산을 비롯해 지난날의 번성을 짐작케 하는 문명의 보고들이 많이 남아 있고 이들 중 대부분은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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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by Paul Zizka


커피와 인류문명의 발상지

커피의 발상지가 어디인지 아는가. 그렇다. 에티오피아이다. 에티오피아를 설명할 때 이 커피를 빼놓을 수가 없는데 수출량의 대부분도 이 커피가 차지하고 있다. 에티오피아 사람들은 커피를 ‘분나’라고 하며, 독특한 의식을 통해 커피를 마신다. 이를 ‘커피 세레모니’라고 하는데 에티오피아에서는 어디서나 쉽게 볼 수 있는 장면이다. 호텔이나 커피 전문점에서 전통적인 방식의 커피 세레모니를 만날 수 있다. 생두를 직접 볶아 이것을 절구에 곱게 빻은 후 이 가루로 커피를 만드는데, 우리가 마시는 커피는 에스프레소처럼 작은 잔에 담아 나온다. 향은 물론이고 색깔이나 그 맛이 아주 진하다. 여기에 홍차를 섞어 마시기도 한다.
 

한편, 에티오피아의 국립박물관에 가면 그들이 자랑하는 ‘루시’를 만날 수 있다. 에티오피아가 인류문명의 발상지라고 주장하는 것도 이 ‘루시’ 때문인데, 박물관 지하 한 켠에 350만년전 인류화석인 ‘루시’의 뼈 조각들을 전시해 놓고 있다. 이 화석은 현재도 조사 중이며, 지금까지 발견된 그 어떤 인류화석 보다 앞선 것이라고 한다.

이 밖에 에티오피아가 처음이라고 자랑하는 게 또 하나 있는데 바로 ‘블루 나일’이라는 것이다. 블루 나일은 이집트 나일강의 발원지이다. 화이트 나일의 발원지는 우간다의 그린 힐이고, 블루 나일은 이곳 에티오피아의 하이랜드가 그 원류이다. 아디스아바바에서 갈 경우 자동차로는 이틀을 잡아야 하고 비행기로는 45분이면 블루 나일에 도착한다. 처음 보는 사람은 그 장엄한 광경에 입을 다물지 못 한다.

 

아프리카의 허브 에티오피아

그간 우리가 알고 있는 미디어란 미디어는 온통 에티오피아의 가난과 기근밖에 보여 준 적이 없어서 비행기가 착륙할 공항이나 있을까 하는 심정으로 이곳에 왔다. 그러나 이곳도 사람이 사는 곳이었다. 문명이란 잣대로 봤을 때는 우리 보다 조금 늦은 곳이고 환경이란 측면에서 바라봤을 때 이곳은 아직 자연과 많이 가까운 곳이다. 조금만 들여다보면 이 나라가 얼마나 매력적인가 알 수 있을 텐데도 우리가 아프리카에 대해 무지한 것처럼 에티오피아라는 나라에 대해서도 그간 무관심으로 일관한 면이 없지 않다.


에티오피아의 수도 아디스아바바는 아프리카의 제네바라고 할 수 있는 곳이다. 이곳은  뉴욕, 브뤼셀, 제네바에 이어 세계에서 4번째로 외교공관이 많다. 한국에서는 자주 접하기 힘든 나라를 비롯해 100여개가 넘는 대사관들이 이곳에 터를 잡고 있다. AU(African Union), UNECA(UN Economic commission for africa) 등 주요 국제기구가 이곳에 본부를 두고 있다.
2006년 한국의 대통령은 에티오피아를 외면했지만 중국의 후진타오 주석과 일본의 고이즈미 전 총리가 차례로 이곳을 다녀갔다. 국경을 맞대고 있는 소말리아와 에리트리아와의 불안한 관계가 지속되고 있지만 에티오피아는 아프리카의 허브로서 여전히 그 존재가치를 무시할 수 없는 곳이다.

(월간 '문화공간' 2006년 11월호-세종문화회관 발간)

Posted by 윤오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