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의 대표적인 겨울축제로 자리 잡은 ‘2007 얼음나라 화천 산천어축제’가 “얼지않은 인정, 녹지않는 추억”이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지난 2007년 1월6일(토)부터 1월 28일(일)까지 총 23일간 강원도 화천군 화천읍 화천천 일대에서 개최되었다. 산천어축제는 1급수 어종인 산천어를 얼음낚시와 루어낚시 등으로 잡으며 즐길 수 있는 이색 체험 축제로 40cm 이상 꽁꽁 언 얼음판 위에서 남녀노소 누구나 쉽게 참여 수 있는 ‘산천어 얼음낚시’, ‘산천어 루어낚시’, ‘산천어 맨손잡기’등의 산천어 체험 프로그램들과 ‘얼음썰매’, ‘눈썰매’, ‘눈조각’, ‘얼음축구’등의 겨울 체험 프로그램들이 다채롭게 마련되어 있다.
올해로 제5회째를 맞이한 이번 축제는 총 방문객 약 125만여명, 지역경제 파급효과 약 450억원(직접유입액 추정치), 축제 공식 홈페이지 접속자수 약 50만을 기록하며 성공리에 마무리 되었다. 산천어 얼음낚시를 비롯한 산천어 프로그램 체험시 제공했던 ‘농촌사랑나눔권’ 발행액은 총 5억1백여만원, 썰매 체험시 제공했던 '화천사랑상품권' 발행액은 총 3억6백여만원으로 최종 집계되었다. 특히 농촌사랑나눔권은 화천의 지역 농민들에게, 화천사랑상품권은 화천의 지역 상인들에게 그 혜택이 되돌아간다.
산천어축제는 2005년, 2006년에 문화관광부가 지정한 문화관광축제의 ‘예비축제’ 부문에 선정된 데 이어 2007년에는 문화관광축제 중 ‘유망축제’ 부문에 이름을 올렸다. 이렇듯 3회 연속 정부가 공인한 산천어축제를 올해는 전 세계가 주목했다. AP, AFP, EPA 등 세계적인 통신사가 앞 다퉈 산천어축제를 소개했고, 영국 BBC, 독일 슈피겔 등 유명 언론 매체의 국제면을 화려하게 장식하며 ‘Hwacheon(화천)'과 'Sancheoneo(산천어)’를 해외에 확실하게 알렸다. 산천어축제의 개최목적이 청정지역 화천을 홍보하고 어려운 지역경제를 살리기 위해서였는데 이번 축제를 통해 소기의 목적은 달성했다고 평가한다.
산천어축제가 열리는 강원도 화천군은 북한강의 최상류지역으로 상수도보호구역, 군사보호구역, 산림보호구역 등 각종 개발금지구역으로 묶여 있던 인구 2만5천의 작은 마을이었다. 80%이상이 산과 물로 이뤄져 있던 이곳에 북한의 금강산댐에 대응하기 위한 평화의 댐 공사를 하게 되면서 낚시의 메카로 불리던 파로호가 서서히 말라갔다. 자연히 낚시 이용객은 줄어들었고, 한 술 더 떠 군장병의 외출외박 정량제까지 시행되었다. 농업을 기반으로 한 1차 산업과 군장병 면회객, 낚시객을 대상으로 하는 3차 산업이 전부였던 화천의 지역경제가 무너져 내리기 시작했다. 당연히 생계가 막막해진 지역주민들은 하나둘 고향을 등질 수밖에 없었다.
2002년 가을, 산천어축제의 모태(母胎)이자 화천의 지역축제였던 ‘낭천얼음축제’를 준비하고 진행하던 민간인 30여명이 한 자리에 모였다. 가진 것이라고는 각종 규제(수도권 상수원 보호법, 군사시설보호법, 고도제한법 등등)에 묶여 개발되지 못한 청정한 자연과 사람뿐이었다. 화천이 가지고 있는 유일한 자원인 자연을 보호하면서 주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고 경제적으로도 도움이 되는 방법을 강구해야만 했다. 당시 이들이 내린 결론은 결국 자연과 생태만이 화천이 살 길이라는 것이었다. 화천만이 가지고 있는 자연생태에 대한 이해와 상생(相生)이 바로 답이었다. 그날 회의가 진행되고 있을 때 “그냥 지나는 길에 들렀어.”라며 합석해 묵묵히 자리를 지켜보던 이가 있었다. 그가 바로 정갑철 화천 군수(현재)였다. 화천에 공장이 들어올 수 없다면 ‘굴뚝없는 공장’인 관광상품을 개발하자, 그것으로 지역 활성화를 꾀할 수 있음을 공약으로 내세웠던 그에게 지역주민들의 이런 자발적인 움직임은 큰 힘이었다.
제1회 산천어축제의 개최결과로 축제의 성공가능성을 확인했고, 진정으로 화천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축제의 기획을 구상하게 되었다. 그러던 중 실질적으로 화천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축제가 되려면 좀 더 체계적이고 전문적인 담당부서의 존재가 필요하다고 인식하게 되었다. 개최 주기가 1년인 축제가 끝이 나면 다음년도 축제를 준비해야 할 필요성이 대두되어 결국 1회 축제 때 주축이 되었던 민간추진위원들을 중심으로 한 재단법인을 설립하게 되었다. 산천어축제를 기획하게 된 장석범 운영본부장을 주축으로 산천어축제를 경험한 홍보, 운영부분의 담당자로 구성된 나라축제조직위원회는 화천군의 행정적인 협조를 받아 그때부터 민과 관이 함께 하는 축제를 기획해 나가기 시작했다.
현재 축제조직위는 화천군민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는 축제 기획들을 추진하며 화천 경제에 가시적인 효과를 이뤄 내고 있다. 올해의 경우 역사나 규모에 있어 그 차이가 확연한 중국 하얼빈의 빙등축제, 일본 삿뽀로의 눈축제간의 겨울축제 상생 네트워크를 마련하기 위한 국제 심포지엄을 축제기간에 개최한 바 있다. 게다가 지역축제에서는 처음으로 축제에 상품권을 도입함으로써 지역농민과 상인들에게 경제적인 힘을 실어줄 수 있게 했고, 축제장과 인근 산농촌지역의 연계프로그램인 ‘농촌사랑방마실’을 운영함으로써 화천 전체가 축제장이 되는 토대를 마련했다.
(월간 '자치행정' 2007년 3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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