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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7.11.05 천천히 그리고 오래
채널24: 한국/20172017. 11. 5. 21:05

근 1년만에 이곳에 글을 쓴다. 작년에 책이 나온다고 들어왔었는데 어느새 내가 블로그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도 잊고 지냈다. 바쁘다는 핑계로 올해는 통 쓰지 못했는데 <세계의 시장을 가다>라는 책의 공저로 참여했을 뿐이다. 네이버 캐스트에 소개된 글을 묶은 책으로 잘 나가고 있는지는 모르겠다.


대학내 부설연구소에 둥지를 텄고 1년을 잘 버텼다. 보스는 내가 언제고 여길 떠날 준비를 하고 있다고 느끼는 것 같다. 어쨌거나 길에서 버리는 시간이 너무 많아 베이스 캠프를 학교 근처로 옮기면서 서울 생활과는 멀어졌다. 꼭 가야하는 일이 아니면 서울에는 잘 안 가고 있다. 학부와 대학원에서 강의도 하면서 짬짬이 페스티벌 운영에도 참여했는데 올해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와줬다. 내년에는 더 큰 규모로 만들 생각인데 덕분에 저녁이 없는 삶을 살고 있다.


지난 여름 우여곡절 끝에 2개월간 에티오피아 현지조사를 다녀왔고, 한국에서 커피와 관련된 연구활동에 좀더 매진하기 위해 학교 안에 연구소를 하나 만드는 중이다. 커피를 잘 로스팅하고 추출하기 위한 목적보다는 커피와 관련된 학술적인 연구를 할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들고 싶다.


언젠가 기회가 되면 크루즈 투어리즘 프로그램에 관광객이 아닌 스탭으로 참여하고 싶다고 장난처럼 이야기한 적이 있었는데 올 초 약 45일간 호화 유람선을 타고 남태평양을 다녀왔다. 적도를 두 번이나 통과했고, 남태평양의 섬들 중 4개 섬에 정박을 했는데 눈 코 뜰새 없이 바쁘다는 핑계로 그 이야기는 어디에도 적지 못했다. 오는 겨울방학에 시간이 되면 그 이야기도 여기에 풀어놔야겠다.


원하지 않았지만 연구하는 사람, 가르치는 사람, 축제 만드는 사람, 글 쓰는 사람, 커피하는 사람 등의 n잡러로 살다보니 놓치지 말야하는 것들을 놓칠 때가 많다. 오랫동안 연락하지 못한 멘토한테 메일 한통을 보냈는데 아래와 같은 격려 메시지가 왔다.


"하여간 오랫동안 많은 일을 천천히 이루어내는 것이 중요합니다."


많은 일을 이루어낼 수 있을 지 잘 모르겠지만 '하여간' 천천히 하는 건 가능할 것 같다.



사진: http://grisem.tistory.com/entry/%EC%B2%9C%EC%B2%9C%ED%9E%88 

Posted by 윤오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