國立能樂堂 공연장 내부
계획에 없던 공짜 표가 생겨 國立能樂堂에 가서 노와 교겐을 관람했다. 왔다갔다 차비에 밥값, 프로그램을 한 권 샀으니 완전 공짜는 아니었다. 계산해보니 한국에서 공연 한 편 본 거랑 맞먹는다.
분라쿠(文樂), 가부키(歌舞伎)와 함께 일본 4대 연희로 일컬어지는 노(能)와 교겐(狂言)은 중세 일본에서 시작되었다. 노와 교겐을 합쳐 노가쿠(能樂)라고도 하는데 이는 메이지 시대 이후에 사용된 것이고 이전에는 사루가쿠(猿樂)라고 했다. 귀족들의 전유물이었던 노와 교겐이 대중속으로 급속히 파고든 건 패전 이후부터다.
‘교겐’은 노에 비해 희극적인 요소가 강하다. 대사와 몸짓이 주이지만 사용되는 언어들이 고어라서 나 같은 외국인들은 자막없이 이해하기가 쉽지 않다. 그러나 언제 웃어야 하는지는 감으로 알 수 있다. ‘노’는 탈을 사용하는 가무극인데 내용이 다소 무거운 작품들이 많다. 옛 이야기나 설화를 바탕으로 하는 경우가 많고, 교겐에 비하면 한참 비극적이다. 춤도 교겐에서 보는 그런 몸짓이 아니라 절제 그 자체이다. 교방무용의 하나인 우리나라 ‘태평무’를 언젠가 본 적이 있는데 ‘노’에서 춤이라는 게 꼭 그런 느낌이다. 극도의 절제된 움직임이 침도 못 삼킬 정도로 보는 이들을 긴장하게 만든다. 그리고 그 긴장감이 도를 넘게 되면 다들 객석에서 자야 한다. 토요토미 히데요시가 이 노와 교겐을 즐겼다는데 내가 아는 외국인들 중에도 노와 교겐에서 발견한 미학적인 감동 때문에 자주 공연장을 찾는다는 사람들이 있다.
이 공연장의 정면은 정자처럼 보이는 무대 바로 앞이다. 노와 교겐만을 위한 공연장은 무대가 일반 공연장과는 좀 다르다. 우리가 늘상 보던 공연장을 생각하면 균형감이 없어 보이지만 이 또한 이 공연장르의 큰 특색이라고 할 수 있다. 교토에서도 노와 교겐을 본 적이 있는데 공연장의 모습이 아주 똑같다. 일본판 민화집이라고 할 수 있는 ‘우키요에’ 관련 책들을 보면 17,8세기 그 시대의 무대랑 지금의 무대랑 별 차이가 없다. 무참한 전쟁을 겪지 않아 이런 전통을 그대로 간직할 수 있었으리라. 객석엔 기모노 차림의 관객들이 눈에 많이 띄었다.
노와 교겐의 메인 공연은 소나무가 그려진 정자 같이 생긴 곳에서 진행된다. 정자 왼편에 길게 보이는 통로도 무대의 일부이다. 천막 같은 게 올려졌다 내려졌다 하면서 배우들이 왔다갔다한다. 막이 오르면 무대 오른편에 여덟 명의 코러스(?)들이 등장해 앉고, 그 뒤를 이어 공연 내내 연주를 하는 연주자들이 무대 뒷 편에 자리를 잡는다. 그리고 주인공들이 등장한다. 공연이 끝나면 이 사람들이 다 퇴장을 하는데 끝났다고 후다닥 퇴장하는 게 아니라 한 걸음에 1분은 걸리는 것 같다. 무대의상들이 아주 죽이는데 공연 중에는 촬영이 금지되어 있어 찍지 못했다.
운이 좋아 티켓에 ‘정면’이라고 씌어있는 제일 좋은 좌석에 앉아서 봤는데 입장료가 6,100엔이다. 한국의 전통공연과 비교해 보면 입장료가 그리 싸다고 할 수 없다. 가장 싼 학생석이 3,300엔이었는데 이날 VIP석까지 꽉 찼다. 아, 부럽다.
'채널24: 문화예술 > 일본공연예술' 카테고리의 다른 글
망중한-피오렌차 코소토 공연실황 (8) | 2008.02.02 |
---|---|
일본의 음악교육 풍경 (1) | 2007.09.17 |
시민오케스트라 정기 공연 (6) | 2007.04.22 |
신나는 클래식 뮤직 페스티벌- "광란의 날" 음악제 2007 (4) | 2007.04.1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