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날쇠는 눈썰미가 매서운 대장장이였다. 쇠를 녹이고 두드려서 농장기와 병장기를 만들었고, 목수들의 연장까지 만들었다. 왼손잡이 목수들이나 손가락 두 개가 잘려 나간 석수들을 위해 그 일그러진 손에 맞는 대패며 끌, 징, 송곳, 톱을 만들었다. 깎고 쪼고 뚫고 파고 훑고 후비고 깨고 베고 거두고 찧고 빻고 밀고 당기는 모든 연장들이 서날쇠의 대장간에서 나왔다. 서날쇠는 연장을 구하러 온 사람의 몸매와 근력, 팔다리의 길이와 허리의 곧고 굽음을 잘 살펴서 남자와 여자, 아이와 노인, 키 작은 자와 키 큰 자의 연장을 달리 만들어주었다.
-남한산성 P.53-
그가 스타일리스트인 줄 진작에 알았지만 표현의 섬세함에 그냥 뻑 가버렸다. 김훈도 농장기와 병장기를 만들면 서날쇠처럼 만들지 않을까. 작가는 정말 신이 내린 직업이 아닐까 싶다.
언제 떠날 줄 모르는 비행기를 기다리며 이 책을 읽던 기억이 난다. 스토리도 스토리지만 모국어의 성찬에 무우척이나 행복했다. 책 한권으로 이렇게 많은 기쁨을 준 김훈 작가와 내 친구 기정이에게 참으로 고마웠다. 그날 에티오피아 디레다와 공항에서 난 김훈 작가와 내 친구 기정이를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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