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여름 현지조사를 마치고 아디스아바바의 볼레공항에서 귀국편 비행기를 기다리는데 아주 덩치가 큰 에티오피아 청년이 한국 가는 비행기를 기다리느냐고 묻더니 내 옆자리에 앉았다. 처음 만났는데 무척이나 사교적인 청년이었다. 뭐하는 사람이냐, 에티오피아는 뭐하러 왔느냐, 등등 이런저런 질문을 하다가 갑자기 벌떡 일어나 베이루트행 비행기를 타려는 사람들 줄에 들어 갔다가 다시 돌아왔다. 탑승구는 같았지만 서울행은 다음 비행기였다. 서울은 초행임이 분명했다.
다시 같은 자리에 앉더니 형이 한국에서 공부를 하고 있고 한국어를 한다는 게 아닌가. 반가운 마음에 형 이름을 물어봤고 즉석에서 홍보용(?)으로 가지고 있던 내 스테디셀러(?) ‘커피와 인류의 요람 에티오피아의 초대’에 형 이름으로 사인을 해서 선물로 건넸다. 기념 셀피까지 찍고 새로운 대화 주제를 찾던 중 그 청년이 불쑥 자기가 현 주한에티오피아 대사 아들이라는 거다. 최근 부임한 대사 사진이 있어 이 사람이 네 아버지냐, 그랬더니 그렇다는 것이다. 이야기를 듣고 보니 살짝 닮은 것 같기도 했다. 그리고 곧 비행기에 탑승해야해서 우리 인연은 여기까지인가 보다 그랬다.
인천공항에 도착했는데 비행기 탑승구 근처에서 승무원들과 함께 정말 주한에티오피아 대사가 혼자 아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일반인이라면 올 수 없는 곳인데 특권이 좋긴 좋구나, 속으로 생각하며 서둘러 짐을 찾으러 이동했다.
자동출입국심사 서비스 덕분에 짐 찾는 곳에 조금 일찍 도착했는데 대사 부자도 벌써 와 있었다. 자연스럽게 인사를 주고 받으며 대사의 고향자랑도 들어주고 옆동네 이야기까지 진도가 나갈참인데 아들 짐은 여전히 나오지 않았다. 내 짐은 벌써 나와 잘 지내라고 인사도 하고 그 자리를 떠날 준비를 끝냈는데 말이다. 낯선 환경에 당황해하는 부자를 위해 기꺼이 짐 찾는 것을 도와줬고 늦게 나온 짐 하나에는 인제라가 한가득이었다. 가방을 찾았으니 정말 잘 가라고 인사를 나눴는데 우린 세관 신고하는 곳에서 또 만났다. 아예 내 옆에 찰싹 붙어 일행 흉내를 내서 무사히 두 사람을 통과시켜 주고 드디어 입국장을 빠져 나올 수 있었다.
그런 우연한 만남이 있은 후 한달이 지났고 부산 영도커피페스티벌에서 대사님과 다시 만나기로 했다. 이번에는 내가 신세를 질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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