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천은 축제의 도시다. 화천을 아직도 군인이 많이 사는 그런 군사도시로만 알고 있는 분들이 많을 줄로 안다. 그러나 청정지역 화천에는 군대만 있었던 게 아니라 화천만의 문화가 있었고 무엇보다 축제가 있었다. 화천을 대표하는 축제로는 1월의 산천어 축제, 6월의 비목문화제, 7월의 토마토축제, 7월에서 8월로 넘어갈 때 열리는 쪽배축제가 있다. 이 중 비목문화제와 토마토축제는 화천군에서 직접 운영하고 있고, 겨울의 산천어 축제와 여름의 쪽배축제는 ‘화천군나라축제조직위원회’라는 축제조직위원회가 따로 운영하고 있다.
조직위원회와 관의 유기적 관계를 배우다
화천에서 축제란 그 힘이 아주 막강하다. 지난 1월에 있었던 산천어축제는 인구 2만5천이 사는 소읍인 화천에 무려 100만이 넘는 사람을 다녀가게 했다. 강원도 그 곳에 화천이 있는 줄도 몰랐던 시절이 있었지만 축제를 통해 이제 적어도 100만인의 사람이 ‘화천’이란 곳을 알게 되었다는 것이다. 화천에서 이런 축제가 있기 전에 고향인 화천을 소개하기가 힘들어 ‘춘천’에서 가까운 곳, 혹은 그냥 ‘춘천’이라고 소개한 적이 있다는 분을 만났었다. 그 분은 지난 겨울 화천에 100만이 다녀가면서 각 종 매체에 화천이 나올 때마다 친구들을 불러 술을 사셨단다. 지역축제의 힘이라는 게 바로 이런 게 아닐까.
올 여름 두 달 동안 화천에서 쪽배축제 일을 할 기회가 있었다. 축제일을 하면서 화천이란 곳을 다시 알게 되었고 화천에서 진행되는 축제의 특징을 체감할 수 있었다. 전국적으로 1,000여 개의 지역축제가 쉴 새 없이 오늘도 진행되고 있지만 해를 거듭해도 다 거기가 거기인 축제가 많은 게 사실이다. 화천 축제만이 가지고 있는 강점에 대해 몇 가지 소개하면서 지역축제의 발전방향에 대해 생각해보고자 한다.
나라축제조직위원회는 화천군의 예산으로 움직이지만 군청과 독립된 공간에서 자유롭게 축제를 만들고 있어 이는 여타의 지방축제와는 다른 운영상의 큰 차이점으로 보였다. 그러나 축제의 전반적인 기획은 조직위원회에서 나오지만 본 축제는 실과별로 담당부서가 있어 유기적으로 움직이고 있었다. 예를 들어 자치행정과에서는 축제 종합안내센터를 운영하고, 주민봉사과에서는 캠핑촌을 운영하는 식이다. 홍보의 경우 축제조직위원회에 홍보팀이 따로 운영되고 있지만 군청에서 매체의 언론취재활동에 대해 다각도로 지원해주고 있었다.
지역사랑상품권으로 먹고 쓰고 가세요
쪽배축제는 창작 쪽배 콘테스트가 주축이기 때문에 매년 기상천외한 쪽배를 볼 수가 있다. 그리고 겨울의 산천어 축제에는 창작 썰매 콘테스트가 있기 때문에 해마다 다른 프로그램을 만나볼 수가 있다. 이렇게 참가자가 주도적으로 변화를 주는 프로그램 이외에 기획자들이 머리를 굴려 만들어내는 참신한 프로그램들이 화천 축제에는 많이 보인다. 올해의 경우 1월 산천어 축제 때 사용했던 화천사랑 상품권 제도를 쪽배축제에서도 응용해 사용했다. 콘테스트의 상금 일부(10%)와 캠핑촌 이용료 등에 전부 이 상품권을 사용하게 하는 것이다. 화천지역사랑상품권은 화천지역에서는 현금과 똑같이 사용할 수 있는 일종의 지역화폐로 식사는 물론 주유소에서 기름을 사서 넣을 수도 있다. 일반 축제장의 바가지요금을 경험하고 압력밥솥에 마실 물까지 다 싸가지고 오는 사람들이 있지만 화천에 와서 최소한은 먹고 쓰고 가라는 측면에서 보면 아주 획기적인 프로그램이라고 생각한다.
요즘 자원봉사자가 없으면 문화행사가 안될 정도라는 얘기가 들리고는 하는데 축제를 비롯한 대부분의 문화행사에서 자원봉사자들의 활동이 눈에 띄게 많이 늘어나는 추세다. 행사에 자원봉사자를 활용할 경우 경제적인 이유 이외에도 긍정적인 부분이 분명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 화천에서는 축제에 참여하는 모든 도우미들에게 무료가 아닌 일당을 지급하면서 그들이 해야 할 일을 제공하고 있었다. 대학생 도우미들에게 있어 축제는 사회생활의 예비과정으로서의 역할도 확실하게 하고 있었다. 또 여름과 겨울에 축제가 개최되고 있기 때문에 방학이 되면 아르바이트를 하기 위해 자연스럽게 고향인 화천으로 오게 만드는 역할도 축제가 담당하고 있었다.
위기관리 대처 능력은 단연 탁월
올해는 여름에 비가 많아 쪽배축제의 경우 개최까지 세 번의 준비를 거치지 않으면 안되었다. 애초에 붕어섬이란 곳이 축제 개최지로 결정돼 이곳에 축제 상황실을 비롯해 프로그램 관련 시설을 마련했지만 집중호우로 축제장소를 옮기는 게 불가피했다. 강원도 일부 지역이 비로 인해 축제 전면 취소를 결정했지만 화천은 개최지 변경만으로 또 다시 축제진행을 강행했다. 짧은 시간 내에 변경된 개최지에서 축제를 준비 중이었으나 또 다시 내린 폭우는 거의 절망 수준이었다. 이때도 신속하게 결정해서 시설을 철거해 비가 그치기를 기다렸고 다시 주민이 합세해 결국 세 번째 준비한 프로그램으로 올 여름 쪽배축제를 진행할 수 있었다. 개최장소 변경이나 개최여부에 관해 긴급회의를 소집하고 결정하기까지의 과정은 사안이 사안이었던 만큼 순식간이었다. 하늘이 도와 축제 개막일 오전까지 내렸던 장대 같은 비는 오후부터 그쳐 축제가 끝나는 날까지 하늘은 맑음, 그 자체였다.
농촌체험 프로그램 연계, 지역주민의 적극적인 참가
올 여름 쪽배축제는 제한된 축제장에서만이 아니라 5개 읍면 7개 마을과 연계해서 운영되었다. 축제 본 행사장에도 30여 가지의 프로그램을 기획해 운영했지만 7개 마을에도 다양한 농촌체험 프로그램을 준비해 외지에서 온 손님들을 맞이했다. 일부 마을에서는 강의실과 첨단 프리젠테이션 시설 장비도 마련해 워크숍이나 강좌가 필요한 사람들에게 제공하고 있었다. 나라축제조직위원회에서는 축제 공식 홈페이지에 마을에 대한 안내는 물론 운영 프로그램까지 관리해주고 있었다. 내년은 좀 더 확대해서 농촌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할 예정이라고 한다.
화천 축제의 최대 강점이 바로 이것이 아닐까 싶다. 누구라도 만나면 소개하고 싶고, 축제에 관심있는 사람으로서 한편으로는 부럽기도 한 부분이었다. 화천엔 재주꾼이 많았다. 나라축제조직위원회의 본부장을 비롯해 조직위원회 위원으로 참가하고 있는 사람들이 다들 그런 사람들이었다. 그런 분들이 많다보니 뭘 하나 만들어도 지역 안에서의 해결이 가능했다. 축제 참가자들을 위해 내 놓은 평상은 화천에 있는 황토한옥전수학교 전수생들이 만들었다. 평상이라고는 하지만 예술품으로 보였다. 이번 축제 때 화천천에는 강을 가로지르는 두 개의 다리가 놓였는데 이 다리도 전부 지역주민들이 손수 놓은 다리들이다. 현재 하는 일 때문에 적극적으로 도와주지는 못하고 있다고 하는데도 축제기간이 되면 이렇게 알아서 움직이는 사람들이 아직은 많다. 목공에 재주있는 분들은 목공으로, 배선에 재주가 있는 분들은 배선으로 축제에 기여하고 있었다.
(월간 '너울' 2006년 8월호-한국문화관광정책연구원 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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