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사이 여름이 다 지나가고 이제 슬슬 가을맞이할 채비를 해야할 것 같습니다. 다들 보람찬 하루하루 보내고 계신가요?

카파(Kaffa)에 잘 다녀왔습니다. (지방 정부에서는 Kafa라고 쓰고 싶어하는데 앞으로 Kaffa라고 쓰라고 제안해 그렇게 하기로 했습니다.) 대우기철에 어디 괜찮은 곳 있으면 거기 가 있을 생각이었는데 카파에 가길 잘 했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시간도 안 지키고, 물도 잘 안나오고, 전기도 자주 나가고, 전화도 잘 안되는 곳이었지만요. 현장에 나갔다가 이틀만에 왔는데 지붕에서 물이 뚝뚝 떨어지면서 4월부터 기록했던 연구노트가 완전 엉망이 되어 그냥 주저앉아 펑펑 운 적도 있었어요.  그 모습이 안쓰러웠는지 가드 할아버지가 걱정하지 말라면서 사흘동안 햇빛을 따라 노트 한장한장을 넘겨가며 말려주셨다는...


그 사이 <공부유랑>이 출간되어 서점에 깔렸다고 하더군요. 재밌게 읽었다고 메일 주신 분들도 있었고, 전화주신 분들도 있었습니다. 출판사에서 일본에 계시는 기노시타상한테 책을 여러권 보내줘서 기노시타상이 책에 소개된 다른 분들한테도 보냈나봐요. 츠쿠미에서 올해 처음 수확한 감귤을 기노시타상한테 보냈다면서 맛있게 먹고 있다고 연락이 왔습니다. 히토쓰바시대학의, 제가 듣던 고다마야 선생 세미나수업엔 또한명의 한국인 윤상이 있고, 그 윤상을 기노시타상이 보살피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깜짝 놀랐었습니다. 그 한국인 학생이 제 책을 일본어로 번역해 기노시타상한테 들려줬다고 하더군요. 세상 참 좁지요?  

수도 아디스에서 일주일 복작거리다 다음주에 영국 들어갑니다. 떠나기 전에 발표가 두개 남았는데 그거 준비하다보면 시간이 잘 갈 것 같습니다. 시간되면 또 소식 남기겠습니다.

오랜만에 포스팅한 기념으로 짤방사진 하나 올립니다. 카파에 세상에서 제일 오래된 커피나무가 있다고 해서 올라갔다 내려오면서 재미있어 찍은 사진입니다. 두달 동안 관광부서의 두명의 공무원이 저를 따라 다녔는데 이날도 같이 동행을 했었습니다. 그중 한 친구가 소변보고 내려오다가 망중한을 즐기던 양을 보더니 반갑게 쓰다듬고 있어 찍었는데 커피의 전설에 나오는 그 소년도 저러지 않았을까 싶었죠. 양 머리 위로 늘어진 나뭇가지에 막 익기 시작한 빨간 커피 체리 보이나요? 


 
Posted by 윤오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