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수비자로 홍콩에 갔다가 마카오를 들렀다 오느라 대륙에 못 돌아가고 홍콩세관에 잡혔던 적이 있다. 세관직원이 벽에 세워놓고 막 사진을 찍어대는데 무척 공포스러웠다. 해결되고 대륙으로 돌아가는 버스에서 먹던 단팥빵 맛이 아직도 생생하다.


중국 서부지역을 여행할 때였다. 새벽에 출발하는 버스를 타러 터미널에 갔는데 아무도 나타나지 않아 혼자 세시간을 기다린 적이 있다. 막상 버스가 도착하자 어디선가 승객들이 나타났고, 허기진 배를 부여잡고 목적지에 도착하기만을 기다렸다. 물론 버스사고가 날 기다리고 있었고 낙석사고가 빈번하게 발생하는 도로 한가운데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다시 서너시간을 기다려야했다. 한밤중에 목적지에 도착했고, 다음날 아침에야 난 겨우 요기를 할 수 있었다. 그후 어딜 가든 간단한 요기거리와 물을 챙기는 버릇이 생겼다.


여행지로써 나폴리를 좋게 기억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은데 난 집시에 대한 기억때문에 별 감흥이 없다. 떼로 나타나 가방을 뺏으려고 덤비던 집시들로 난 혼비백산했었다. 피자고, 두오모 성당이고, 나폴리의 모든 게 사소해져버렸다. 지금도 안 땡기는 도시 중 하나다.


에미레이츠 항공의 배려로 장거리를 비즈니스석에 앉아 여행해 본 적이 있다. 이코노미석의 진상 고객 때문에 자리에 앉자마자 얻은 행운이었다. 두세시간 이내의 단거리 비행 때 비즈니스석과는 확실히 차원이 다른 경험이었던 터라, 당황하지않고 당연히 누릴 권리라며 여유있는 표정을 만들기가 솔직히 힘들었다. 이코노미석에서는 받아보지 못한 서비스 덕분에 승무원이라는 직업이 결코 만만한 일이 아니라는 걸 그때 알았다. 무릎을 꿇고 주문을 받는다든지....분위기도 조용하고, 소란스럽지 않은 그런 곳에서 어떻게 잡지로 승무원을 때리고, 라면을 여섯번이나 끓여오게 했는지 이해가 안된다. 기내식 인증사진도 그렇고. 내 옆엔 프랑스 기자가 앉아 있었는데 몸 뒤척일 때도 방해가 될까 신경이 쓰였다. 그 친구도 몹시 미안해했고. 다양한 종류의 빵, 치즈, 와인 앞에서 조금먹기 신공을 펼치느라 힘들었던 기억이 난다. 지금은 운좋아 비즈니스석에 앉아가게 되어도 그냥 잠을 잘 때가 많다. 도착해서 시차적응없이 바로 움직이고 싶어서다.


여행하면서 당황했을 때가 언제였는지 누가 묻기에 생각해보니 이런저런 일들이 떠올랐다. 다녀오면 써야 하는 보고서에 대한 부담없이 여행하고 싶다. 그런 여행해 본 지 오래다. 어떤 황당한 일들이 기다리고 있을지 모르지만 그건 여행자들만이 누리는 특권이지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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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윤오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