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이 바꾼 문화가 한둘이 아닐 것이다. 아빠 병문안 갔을 때 침상주변에서 다들 고개를 숙이고 만지작 거리던 것도 스마튼폰이었다. 주유소에서 기름을 살 때도 어디가 싼지 금방 검색이 가능하니 단골이라고 들러 기름을 사던 일도 이제 옛말이 되었다. 전자제품을 사러 용산에 갈 때도 스마트폰으로 대충 가격 검색을 끝낸 후 흥정에 들어간다. 인천공항을 가기 위해 공항철도를 타면서 기차 안에서 체크인을 한다. 원하는 좌석도 미리 지정할 수 있다. 스마트폰이 있어 가능한 일이다.
처음 유럽 여행을 갈 때 두툼한 여행서를 사서 필요한 국가만 떼어 바인딩을 해 들고 갔었다. 그 이후 여행서를 들고 여행을 간 적이 없다. 일주일 이내 여행을 해야할 때는 현지 여행자 안내 센터에 들러 업데이트 된 지도도 공짜로 얻고, 맛있는 집 소개도 받고, 꼭 가봐야 할 곳들에 대한 정보도 얻는다. 어차피 다 못 보고 올 거라서 별로 아쉬움도 없다. 일주일 이상 좀 더 길게 여행을 떠날 때는 인터넷에서 지명들만 간단하게 찾아 현지에 머물면서 여행정보를 수집하는 편이다. 이렇게 설렁설렁 여행준비를 하다보면 제일 힘들면서 귀찮은 게 숙소찾기이다. 여행문화가 잘 정착된 선진국은 미리 예약을 하고 떠나고, 좀 불안한 곳은 첫날만 비싸더라도 비교적 좋은 숙소를 예약하고 그 이후에는 현지에서 정보를 얻어 해결한다. 역사가 오래된 호텔이라든가, 배낭여행객들한테 유명한 곳이라든가, 주인도 재미있고, 숙소도 재밋거리가 많은 곳이라든가 등등. 인터넷이 잘 되어 있는 선진국 (한국 보다 잘되어 있는 곳은 없다고 봐도 된다)으로 여행을 갈 때는 이제 그럴 필요마저 없어졌다. 스마트폰에서 현지 지역정보가 담긴 앱을 다운 받으면 숙소며, 이동거리, 볼거리, 맛집 정보가 모두 해결된다. 커피숍이나 호텔, 레스토랑 등 고객에게 무선인터넷을 공짜로 제공해 주는 곳들이 많기 때문에 정보를 업데이트하면서 여행을 즐길 수 있다. 모국어로 된 읽을 거리에 언제나 목이 말랐는데 이젠 어디서나 간편하게 읽을 수 있는 전자책이 있어 여행 날짜에 맞게 넉넉하게 준비를 한다.
잡스형님은 스마트폰으로 이렇게 우리네 여행문화마저 완전히 바꾼 분이다. 이제 핸드폰 하나만 들고 여행을 떠날 수 있다. USB 포트 연결로 충전도 가능하니 무거운 글로벌 엑세스 어댑터 같은 걸 들고 갈 필요도 없다. 스마트폰 카메라가 왠만한 똑딱이 카메라 보다 성능이 좋으니 프로 수준의 사진촬영이 아니라면 용량 넉넉한 스마트폰 하나면 여행준비 끝이다. 미국에 다녀 오면서 아이패드 미니 하나 달랑 들고 갔었는데 일하는 것도, 여행하는것도 아쉬운 게 없었다. 현재 내 컴퓨터에서는 한글문서 작업이 불가능한데 아이패드미니에는 한글 오피스앱이 있어 문서작성도 뚝딱. 일을 해야하는 빌딩 1층에 커피빈이 있어 머무는 내내 내 전용사무실로 사용했다. 음료나 샌드위치 같은 간단한 음식을 늘 먹을 수 있고, 화장실, 인터넷도 무료도 이용할 수 있고. 도심 한복판이라 찾아오라고 이야기하기도 쉬워 언제든 그쪽으로 오면 날 만날 수 있다고 해서 오다가다 들르면서 친구가 된 사람들도 많다. 디저털 노마드라는 게 남의 이야기가 아니었다. 내가 가지고 있는 애플 제품들에 iOS 7을 업데이트 하면서 내 라이프스타일마저 바꿔버린 잡스형님이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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