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강신청 변경기간에 폐강이 될 지 모르겠다고 생각한 강의에 소수의 학생들이 등록, 어제 첫 강의를 마쳤다. 아침부터 여기저기에서 미팅이 많았는데 수업이 가장 마지막 일정이었다. 실제로 집에서 학교까지 멀기도 멀었지만, 수업 끝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 너무 멀게 느껴졌다.
수업 시작 전 수강신청한 학생들을 우연히 만나 학교 근처에서 제일 맛있다는 중국집에서 같이 저녁을 먹었다. 학생 중 누군가가 내 수업 안 듣는 학생들까지 연락을 해서 생각보다 많은 학생들이 저녁식사에 참여를 했다. 요즘은 그렇게 하나 보다 그랬다.
일본에서도 영국에서도 교수님과 식사를 하면 당연한 듯 자기가 먹은 건 자기가 계산을 하는데 학생들이 식사가 끝나자 전부 일어나면서 "잘 먹었습니다!" 이러는 게 아닌가. 그 중 한 학생이 "교수님, 너무 많이 나왔는데 제가 좀 보탤까요?" 하는데 "그래, 너라도 보태라." 이럴 수는 없었다. 내가 한국에서 학교 다닐 때 교수님은 무조건 물주였었던 것처럼 이제 내게 그 차례가 온 것이다. 주문한 굴짬뽕이 맛이 없었으면 좀 서운했을 텐데 어쨌거나 다시 생각날 만큼 맛있었다.
20년도 더 전 내가 학교 다닐 때 개강 첫 날 어떻게 수업을 시작했는지는 전혀 기억나지 않았다. 배가 고파 우선 학생들과 같이 밥을 먹었고, 교실로 함께 이동해 수업을 시작했다. 학생들이 개강일에 3시간은 너무 길다고 성화를 해서 강의계획만 설명하고 끝낼 생각이었는데 마음대로 되지는 않았다.
내가 바깥 세상에서 배운 지식들을 이 젊은 친구들에게 잘 전달해야겠다는 생각이 앞섰지만 얼마나 전달이 되었는지 잘 모르겠다. 저 젊은 선생은 뭐 저런 것까지 가르치나, 그런 친구들이 없으면 좋겠는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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