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하루 종일 비가 내려 오늘은 날씨가 좀 쌀쌀하지 않을까 싶었는데 꼭 봄 같았다. 황사 때문인지 길거리에 마스크를 쓰고 다니는 사람들이 많이 보였지만 옷차림은 확실히 가벼워졌다. 내일도 기온이 높은 것 보니 한낮은 따뜻할 것 같다.
햇살이 따뜻해서인지 밖에 나와 계시는 어르신들을 많이 보게 되었다. 씩씩하게 혼자 걷는 분들 보다는 누군가의 부축이나, 바퀴가 달린 지팡이 혹은 의자에 몸을 실어 한걸음씩 힘들게 움직이는 분들이 유독 눈에 들어왔다. 누구나 나이를 먹고, 어느 순간에 이곳을 떠난다. 허나 바쁘게 살다 보면 이걸 잊을 때가 많다.
전에는 동시에 여러가지 일을 처리하기도 하고, 하루에 여기저기 다니면서 사람도 만나고 기관방문도 척척 잘 했던 것 같은데 요즘은 한 번에 한가지 일 밖에 못하고, 어쩔 수 없는 경우가 아니면 같은 날 여러 일정을 잡지 않는다. 나이들었다는 신호다.
눈이 점점 나빠지면서 책을 읽을 때마다 내가 몇 살까지 읽을 수 있을까 아찔하게 느낄 때도 많다. 박완서 선생이 어떤 글에서 눈이 나빠지면 안경을 쓰듯이 덤덤히 늙음을 받아들이라고 했는데 그게 마음처럼 잘 안된다. 아프면 치료를 받고, 안경이나 보청기처럼 보조기구가 있으면 사용하면 되는데 그게 쉽지가 않은 것이다.
지인의 어머니는 인플란트를 할 때 우시기까지 했다 그러고, 내 엄마도 백내장 수술을 할 때 우시지는 않았지만 내게 그런 기척을 보이셨다. 엄마가 여기를 떠난 후 남아있는 자식들 고생시키고 싶지 않다고 요즘 매일 물건을 정리 중이시라는데 마흔 초반에 가족들만 남기고 갑자기 떠난 친구들 생각하면 엄마의 짐정리가 내게 그리 먼 이야기도 아니다.
올해는 가볍게 살아야지, 일단 마음은 먹었는데 얼마나 버릴 수 있을 지 모르겠다. 날씨가 풀리고 있으니 겨울 옷부터 정리하는 게 나쁘지 않을 것 같고. 지난 12월부터 2월까지 손도 안댄 겨울 옷은 나랑 인연이 없는 옷이니 우선 그것부터 처리를 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