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의 보르게세 미술관은 다른 데보다 붐비지않고 한적해서 좋은 기억으로 남았는데 며칠전 언급할 일이 생겨 반가웠다. 공원의 그린이 좋아 작품 감상을 빨리 끝내고 벤치에 누워 낮잠을 늘어지게 잤었다. 어차피 죽을 때까지 돌아다녀도 다 못 볼테니 무리할 필요 있나, 그런 생각이었는데 이십대 초반에 내 그런 여행철학이 좋았고 그게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고 그래서 가끔 귀한 걸 놓치기도 하고, 뭐 그렇다.

개인 소장 작품 뮤지엄 중에 보르게세도 좋았지만 나이가 좀 들어 다녀 온 캘리포니아의 패서디나(Pasadena)에 있는 노턴 사이먼 미술관(Norton Simon Museum)을 좋아한다. 우연히 들어가게 되었는데 컬렉션이 좋아 머무는 동안 여러차례 갔었다. 난 꿈을 잘 안 꾸는데 며칠전 꿈에 이 미술관 가든에 있는 조각상들이 떼로 등장해 이게 무슨 난리인가싶어 꿈해몽을 찾아보기도 했다.

노턴 사이먼 미술관에는 드가의 작품이 꽤 많고 내가 좋아하는 모딜리아니의 작품 중 Portrait of the Artist's Wife가 소장되어 있다. 공간 운영을 넓게 하고 있어 바글거리는 느낌이 없고 미술관 밖의 공원도 좋다. 역시나 한낮의 햇살을 받으며 여기서도 낮잠을 즐겼다는.....

요즘 중국 편도 비행기가 900만원이 넘는다는 기사를 봤는데 맘 먹으면 언제든 비행기를 타고 떠났던 분들한테 코로나19는 어마어마한 타격이 아닐 수 없을 것이다. 나도 올해는 아무래도 에티오피아에 못 갈 것 같은 불길한 예감이 든다. 새로 이사한 집에 짐도 다 두고 왔는데 말이다.

Portrait of the Artist's Wif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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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자란 꽃소식  (0) 2020.07.17
Posted by 윤오순

지난 겨울 에티오피아 가기 전에 화분 5개를 지인한테 맡겨놨었다. 어제 화분들 관리인한테 연락이 왔다. 이렇게 무럭무럭 잘 크고 있다고....내가 키울 때는 군자란 꽃이 대개 이른봄에 피었는데 환경이 바뀌어서인지 이제 피어 신기하다. 코로나19 때문에 급하게 만들어진 ‘쓸데없는 모임 안하기 운동본부’ 회원이라 아직 화분들한테 귀국인사도 못했는데 몹시 반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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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턴 사이먼 미술관  (0) 2020.07.18
Posted by 윤오순
채널24: 한국/20192019. 10. 20. 15:33

귀국한 후 이벤트 자리에서 이외수 선생님 뵌 게 참으로 오랜만이다. 날씨도 좋았고 풍경도 좋았고 다 좋았다.

Posted by 윤오순
채널24: 한국/20192019. 10. 15. 22:59

올해 노벨 화학상 공동수상자로 결정된 요시노 아키라(吉野彰) 선생이 훌륭한 말씀을 하시었다.

“쓸데 없는 일을 잔뜩 하지 않으면 새로운 것은 태어나지 않는다.”

쓸데 없이 바쁜 요즘 적잖이 위로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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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윤오순
채널24: 한국/20192019. 10. 7. 00:03

드디어 다음주 금토일이군요. 10월 11일부터 13일까지 개최되는 부산 #영도커피페스티벌 참가를 위해 알아두면 좋은 정보 안내입니다.

부산 #영도커피페스티벌 에서 #에티오피아커피클럽 부스 위치는 <스페셜티커피빌리지> 입구 바로 옆에 있는 A1, A2 부스입니다. 두 개를 쓰네요. 참고하시고 또 공유 부탁드립니다. 자료에 ‘에티오피아커피클럽’이 맞춤법에 맞게 제대로 나왔네요. 부산 영도구청 커피페스티벌 담당하시는 분들 제가 많이 애정합니다. 🙂

#에티오피아커피클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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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윤오순
채널24: 한국/20192019. 9. 29. 11:19

가을이 되니 여기저기 커피관련 행사가 많이 보인다.
- 강릉 커피축제: 10월 3일 - 10월 6일
- 부산 영도 커피페스티벌: 10월 11일 - 10월 13일
- 서울커피앤티페어: 10월 17일 - 10월 20일

등등.

요즘 커피행사 세미나 초청이 많아지고 있는데 다 갈 수는 없고 멀어도 재미있을 것 같은 데는 가려고 한다. 가면 커피가 있을 테고 자연스럽게 커피 하시는 분들도 만날 수 있어 좋은 것 같다. 그리고 지금까지는 강연료 없이 그냥 와서 세미나 해달라는 데가 없어 좋다. 🙂

각설하고,

시간이 촉박하긴한데 부산 영도에서 개최되는 제1회 영도 커피 페스티벌에 ‘에티오피아커피클럽 Ethiopian Coffee Club’ 이름으로 행사에 직접 참가하게 되었다. 이런저런 이야기하다 최근에 부산에 가야할 이유도 만들어야해서 겸사겸사 그렇게 되었다.

예전에 화천 산천어축제 홍보팀장으로도 일했었고 서울 동대문 DDP에서 3일간 개최된 서울아프리카페스티벌에서 총감독으로 축제를 지휘했는데 단독부스 참가 행사는 태어나서 처음이다. 참가하기로 했으니 재미있는 프로그램을 준비해야할텐데 에티오피아는 커피 관련 콘텐츠가 너~~~무 많아 뭘 선보일까 또다른 고민에 빠졌다.

일단 내가 혼자 움직여야 해서 주한에티오피아 대사관 마일리지(그 사연을 이야기하자면 길다)를 쓰려고 연락했더니 대사님이 뭔지 잘 모르겠지만 부산에 가서 3일간 행사지원을 해주시기로 약속했다. 대사관 스탭을 다 데리고 부산에 갈 계획이니 걱정말라고도 하셨다.

나도 1회 행사라 가진 자료가 없이 행사참가를 결정했는데 대사님도 일단 부산에서 만나 잘해보자고 의기투합만 한 상태다. 그러니 부산에서 뭘하게 될 지 모르겠지만 여러분도 일단 날짜를 비워놓으시고 이 기간에 부산 영도에서 같이 만나는 걸로 해둡시다. 축제와 관련된 구체적인 내용은 곧 업데이트 하겠습니다.

여러분, 저 믿죠?

#busan #부산 #yeongdo #영도 #커피축제 #커피페스티벌 #coffeefestival #ethiocoffeeclub #participation #southkorea #specialtycoffee #에티오피아커피클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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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윤오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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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를 마실 일이 많은데 특별한 상황이 아니면 에티오피아 커피를 주문해 마신다. 주문하면서 ‘에티오피아’, 혹은 산지이름을 내뱉을 때 내 마음은 벌써 에티오피아 커피산지의 비포장도로를 달리고 있다. 거기서 만났던 사람들, 먹은 음식들, 고생한 일들이 커피 한잔에 다 담긴 것 같아 에티오피아가 아닌 곳에서 에티오피아 싱글오리진을 마실 때 울컥해지곤 한다.

리브레에서 번역해 출간한 <에티오피아> 책을 누가 선물로 보내줘서 오전에 읽었다. 내가 머물렀고 자주 식사를 했던 ‘커피랜드’ 호텔로 첫 문장이 시작되었다. 마음은 벌써 서남부 카파(Kaffa)의 봉가(Bonga) 어디쯤에 가 있었다.

시장에서 작은 스니(에티오피아 커피세리머니에 쓰는 잔으로 ‘스니’는 아랍어로 차이나, 도자기를 의미한다. 옆 나라 에리트레아에서는 스니를 ‘핀잘 finjal’ 이라고 하는데 아랍어로 잔을 의미한다) 하나에 생두가 4-5브르(birr는 에티오피아 현지통화 단위고 현재 미화 1달러가 30브르 정도 된다) 정도 하는데 결점두를 다 골라내면 별로 먹을 게 없는데도 작가는 그 커피를 기가 막히게 맛있게 묘사하고 있다. 커피는 맛이 아니라 분위기로 마시는 음식이 분명한듯. 분위기가 좋으면 다 맛있게 느껴지는 것 같다.

박사과정 논문 사례조사한 곳이 카파지역이라 책을 읽으면서 그 시절이 많이 떠올랐다. 내가 자주 다녔던 길들, 동네 아저씨들, 언니들 사진을 보면서 반갑고 아련하고 그랬다. 올겨울 현지조사 때도 갈 계획인데 거기도 요즘 많이 바뀌고 있어 옛날 같지가 않다. 적어도 나한테는.....

이 글 읽는 분들도 시간 나실 때 꼭 읽어보세요. 에티오피아 커피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많이 되는 유용한 책입니다.
http://coffeelibre.kr/shop/item.php?it_id=1562898920

*리브레 사장님, 재판 찍으실 때 혹시 리뷰작업에 초대해 주시면 기꺼이 봉사하겠습니다. 🙂

#에티오피아 #커피 #ethiopia #coffee #coffee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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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에서 꽤나 평판이 좋은 카페를 물어물어 찾아 갔는데 소문대로 분위기가 그럴싸했다. 메뉴판의 맛있어 보이는 커피를 핸드드립으로 주문했다. 바리스타 앞에서 커피 내리는 모습을 대놓고 구경하기는 쑥스러워 멀리 앉아 지켜보는데 다 내린 커피를 작은 잔에 담아 홀짝이는 게 아닌가.

한 잔에 6,000원 정도로 기억하는데 커피를 홀짝이는 그 모습이 하도 궁색해보여 나까지 궁색해진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는 내린 커피에 계속 물을 붓는데 저래도 되나 싶게 계속 붓는다. 그리고는 또 홀짝인다.

이제 됐다 싶었는지 커피를 내오는데 자주 다니던 카페들과 다르게 잔이 몹시 작았고 손잡이가 너무 불편했다. 바리스타의 퍼포먼스와 상관없이 큰 기대를 안고 커피를 마셨는데 맛은 밍밍했고 내가 여기까지 왜 왔나 싶었다. SNS 활동이 활발한 카페인데 요즘 타임라인에 그 카페 기사가 등장하면 내가 간 날, 그 시간만 그랬을 거야, 라고 위로한다.

지인의 안내로 도쿄의 한 카페에 갔을 때다. 바(bar) 형태의 카페로 마스터 코 앞에 앉은 우리는 조용히 그가 커피 내리는 모습을 지켜볼 수 있었고 다 내려진 커피는 받침까지 화려한 커피잔 세트에 제공되었다. 맛 또한 일품이었다.

시종일관 일본 전통 무대예술인 ‘노(能)’를 연상 시키는 분위기에서 마스터의 일거수일투족은 군더더기가 없었고 한 잔에 2,500엔짜리 커피가 전혀 아깝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맛있는 커피를 마시며 한 편의 공연을 감상한 느낌이었다.

카페에 노트북을 들고 일하러 갈 때는 맛 보다는 공간의 편의성을 더 중시하게 되지만 그러지 않을 때는 무엇보다 중요한 게 커피 맛이다. 그 다음으로 욕심을 내자면 위생, 서비스 태도, 쾌적한 분위기, 적당한 소음 등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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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모모스커피의 전주연 바리스타가 세계 바리스타 대회에서 일등 했을 때 나도 문득 상 같은 거 받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요즘 상탈 일이 전혀 없는 인생이라 더 그런지 모르겠다.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한국영화로는 최초로 제72회 칸 영화제 최고상인 황금종려상을 수상했다. 저런 상 받으면 얼마나 기분이 좋을까, 잠깐 부러웠다. 프랑스어의 물결 속에서 봉감독의 자신감 넘치는 한국어 수상소감이 인상깊었다. 본인의 수상소감을 하던 중에 “가장 위대한 배우이자 나의 동반자인 송강호의 멘트를 꼭 듣고 싶다”며 송배우를 무대로 불렀을 때 봉감독이 정말로 멋진 사람이라 생각했다.

무능하지만 자리 욕심이 많은 사람들이랑 몇 년 같이 일한 적이 있었다. 일을 바라보는 방향이 달라 엄청 애를 먹었고, 결국 내가 거길 떠났다. 생각해보면 나쁜 놈들의 전성시대였다고 해야하나. 이제는 아, 하면 어, 하는 찰떡 궁합의 선수들과 재미있는 일 많이 궁리하며 오래 함께 일하고 싶다. 그래서 황금종려상은 아니더라도, 비록 종이쪼가리 같은 상이라도 누가 준다면 타고 싶고, 수상소감 중에 난 한 게 아무것도 없다고, 이 사람들이 다 했다고, 함께 일한 동료들을 무대로 다 불러 왁자지껄 소감 들으며 같이 박수받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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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윤오순
채널24: 한국/20192019. 5. 26. 03:01

블로그를 방치했다가 돌아올 때면 늘 변명을 늘어놓곤 했었는데 오늘도 그럴 것 같다. 다른 곳에 써두었던 글들을 시간이 날 때 여기에 모으면서 그때 저간의 사정을 설명해야지, 했는데 해를 넘기고 말았다. 일본에서, 영국에서, 네팔에서, 에티오피아에서 내 벗이 되어 주었고, 이 블로그 덕분에 책도 출간(공부유랑 http://www.yes24.com/Product/Goods/5400197?scode=032&OzSrank=2)했었는데, 그러니 내가 여기를 이지경이 되도록 소홀히 하면 안되는데 먹고살기 바쁘다보니 그렇게 되었다. 

그 사이 다니던 아프리카연구소를 그만두고 새로운 공간에서 새로운 사람들과 새로운 시간으로 살고 싶어 지방으로 이주했다. 그 사연은 내킬 때 천천히 풀어볼 생각이다. 여기서 언제까지 살지는 아직 잘 모르겠다. 그래도 지낼만하다. 오늘은 여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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