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널24: 일본/사람들'에 해당되는 글 5건

  1. 2009.09.29 수상한 식사초대 2
  2. 2007.11.28 기니아에서 온 '알리' 1
  3. 2007.11.08 다시 인연(2) 4
  4. 2007.10.21 인연(1) 8
  5. 2007.08.05 한여름의 산타클로스 4
채널24: 일본/사람들2009. 9. 29. 08:24
영국으로 떠나기 전이라서 그런지 이런저런 식사모임이 많다. 일본에서 섬처럼 지냈다고 생각했는데 그래도 내가 떠난다니 아쉬워하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아 놀라는 중이다. 어제 모임은 좀 웃기면서 특별했는데 처음에 나갈까말까 망설이다 결국 나갔다. 

올해 6월에 학교에서 장학생후보로 추천을 받아 그동안 면접을 기다리고 있었는데 얼마전 영국유학을 결정하면서 장학생 사퇴서를 제출했었다. 신청서 및 관련서류는 장학재단에 이미 보내진 상태지만, 면접이 10월이고 난 곧 떠나야하니 장학생이 되든 안되든 포기한다는 내용의 서류였다. 그 장학재단에서 선고결과가 발표되었는데 이번에 응모자들 대부분이 훌륭한 학생들이라서 면접없이 서류로만 장학생들을 결정했단다. 그리고 재단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내가 평가가 제일 좋았단다. 한국인이 일본에 와서 아프리카쪽 연구를 하는 것도 참신한데 연구내용이 너무 유니크해서란다. 게다가 나의 수상한 이력 때문에 지금 한창 바쁠 때라 생각되지만 꼭 한번 만나고 싶으니 나올 수 있느냐고 묻는 게 아닌가. 처음엔 밥 사주지말고 그냥 돈으로 주시지, 라고 속물처럼 생각하다가 결국 그 자리에 나갔고, 도쿄에 있는동안 내가 방문한 가장 좋은 호텔일 것 같은 곳의 근사한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하게 됐다. 

이사장은 91세의 할아버지에 이사는 거의 80에 육박한 할머니였다. 이 할머니는 40대에 접어들었을 때 10년간 돈을 벌어 50대에 미국유학을 다녀오신 재미있는 분이었다. 석사부터 박사까지 미국에서 하셨다는데 박사논문 제출까지 무려 8년이나 걸렸다며 이야기내내 오랜 미국생활을 자랑하시느라 여념이 없으셨다. 물론 나에 대한 무한애정을 드러내시며 마치 나를 당신의 손녀처럼 대해주셨다. 작년에 (럭셔리) 크루즈에서 만난 이 분들이 장학재단을 하나 만들자 의기투합을 했고, 올해 첫 결실을 맺은 거였는데, 내가 당신들의 장학재단 첫 장학생이 되지 못하는 게 몹시 아쉬워 식사초대 계획을 세웠단다. 어르신들이 연세에 비해 피부도 팽팽하고 아주 건강해보였는데, 그 이유가 돈 덕분인지 이분들의 건강한 삶 덕분인지 헷갈렸지만 나도 나이 들어 이분들처럼 살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장학재단의 룰이 장학금은 일본에서 거주하는 학생들만을 대상으로 수여하는 거라 나는 해당사항이 없지만 앞으로 어떤 형태로든 내가 가는 길을 당신네들 방법으로 응원하고 싶단다. 그래도 어차피 결정된 거 주시지, 라고 내 속마음을 드러내고 싶었는데 결국 잘 참았고, 내 코가 석자인데 앞으로도 공부만 하고 싶어하는 학생들 많이 지원해주셨으면 한다는 당부말을 날리며 자리를 마무리했다.

그림자처럼 내가 모르는 자리에서 내 삶을 응원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은데 이 두 분도 그럴 것 같다는 예감이 들었다. 여자분은 어제가 첫 만남이었는데 돌아가실 때 자기가 소장하고 있는 책을 나한테 다 줄 테니 좋은 곳에 써 달라신다. 내가 통제할 수 없는 속도로 내 인생이 흘러가고 있다는 생각때문에 요즘 내 마음이 정리가 잘 안됐었는데, 우울할 틈도 불안할 틈도 없이 난 그저 닥치고 열심히 살아야 할 것 같다.

 

'채널24: 일본 > 사람들' 카테고리의 다른 글

기니아에서 온 '알리'  (1) 2007.11.28
다시 인연(2)  (4) 2007.11.08
인연(1)  (8) 2007.10.21
한여름의 산타클로스  (4) 2007.08.05
Posted by 윤오순
채널24: 일본/사람들2007. 11. 28. 23:41
사용자 삽입 이미지
기니아에서 온 '알리'와 오늘 점심을 같이 먹었다. 4월에 만났을 때 언제 같이 점심이나 먹지, 했었는데 서로 뭐가 그리 바빴는지 오늘에야 만나 학교 구내 식당에서 각자 돈 내고 먹었다. 파인애플 양이 많아 같이 먹자고 했더니 지네 나라에서는 파인애플은 지천이라서 별로 안좋아하는데 내가 주는 거라 먹는다며 낼름 먹는거 아닌가.

2년간 히토쓰바시에는 아프리카에서 온 학생이 없어 많이 심심했단다. 그 동안 흑인이라서 차별 받은 적은 없었느냐고 물었더니 그 사람들은 차별을 했는지 모르지만 자기는 신경 안써서 잘 모르겠단다. 좋은 습관이다. 겨울이 되면 아무리 껴 입어도 대책없이 추워 그게 유학생활의 유일한 어려운 점이란다. 행복한 친구 같으니라고...

알리는 세네갈 정부에서 초청을 받아 거기서 석사학위를 받았고 1년간 연구생 과정을 거쳐 올해 4월에 히토쓰바시대학 법학과 박사과정에 입학을 했다. 중간에 프랑스로 1년간 유학도 했다면서 살짝 자랑을 해주는 것도 잊지 않았다. 얼굴에 성실, 이렇게 써 있는 친구다. 아프리카 연구를 하고 있다는 이유로 날 보면 늘 반갑게 인사를 했었다. 현재 '세계 평화를 위한 UN의 역할'이라는 거창한 주제로 논문을 준비하고 있는데 나중에 에티오피아에 있는 AU(아프리칸 연합)에서 일을 하면 좋겠단다. 혹시 에티오피아에서 나중에 만나면 서로 친하게 지내자고 그랬다.

요즘 유네스코에서 나온 자료들을 보고 있는데 꼭 보고 싶은 자료는 프랑스어로 나오는 통에 애를 먹고 있다고 그랬더니 당장 프랑스어 공부하잔다. 음...그래서 에티오피아 다녀오고 나서 문자 읽는 법부터 배우기로 했다. 오늘은 그거 기념으로 "메르씨 보꾸 Thank you very much" 와 "아나나스 a pineapple"을 배웠다. 기니아 말 몇 개랑. '안녕'은 기니아 말로 '이니케'.

'게무초'라는 사람을 안다고 했더니 기니아에서는 넘치고 넘치는 이름이 '게무초'란다. 게무초 이 친구, 지금 기니아 외교부에서 일하는데 기니아의 '철수'?

기니아는 서아프리카에 위치한 아주 작은 나라다. 국토 면적은 남북한 합친 것 보다 조금 큰 것 같다. 수도는 코나크리(Conakry). 아프리카에는 내륙국이 많은데 기니아는 복도 많지, 바다를 가지고 있다. 수도 코나크리는 항구도시다. 기니아 전체 인구는 1000만명 정도. 이슬람교가 국민의 90% 정도인데 기니아의 문화와 맞게 토착되어 율법이 그리 엄격하지 않단다. 이슬람교는 북아프리카 정도만 전파된 줄 알았는데 이미 9세기 경부터 기니아 사람들은 이슬람교를 믿었다고 한다. 1884년부터 1958년까지 프랑스 식민지였기 때문에 공용어는 프랑스어다. 프랑스 통치기에 종교에 대한 문제가 없었느냐고 했더니 이렇다 할 큰 변화는 없었다고 한다. 다른 아프리카 국가에 비해 소수민족이 적은 편인데 15개의 종족이 있다고 한다. 기후는 일년의 절반이 우기고, 또 절반이 건기에 기온은 22~3도에서 32~3도 사이를 왔다갔다 한단다. 현정부 관심은 오직 development라는데 그건 믿거나 말거나.

아프리카 사람들을 만나면 이 사람이 어느 나라 사람인 지 구분할 수 있느냐고 했더니 가능하단다. 내가 몇가지만 팁을 알려달라고 했더니,  서부 아프리카 사람의 경우 피부색이 검고 일단 키가 무지하게 크단다. 알리도 187cm다. 현재 전 세계 63개국이 가입되어 있는 프랑스어권 국가연합(OIF)의 사무국장(머릿속으로 이렇게 번역이 되었는데 확실하지 않음)이 세네갈 사람이라는데 키가 2m가 넘는단다. 피부는 훨씬 더 검고. 알리도 내가 보기에는 상당히 검은 것 같은데 자기는 아무 것도 아니란다. 그리고 남쪽으로 내려가다 보면 숲이 많은 곳에 사는 아프리카 사람들이 있는데 이 사람들은 키가 아주 작단다. 피부도 덜 검고. 특히 숲이 많은 지역의 사람들은 인육 이외에는 아무거나 다 먹기 때문에 딱 봐도 강단이 좋단다. 진짜 그런가? 그리고 몇 가지 더 알려줬는데 그새 다 까먹었다.

전 국민 1000만명 중에 뽑혀 머나먼 아시아까지 온 알리와 난 무슨 인연으로 또 이렇게 만나 밥을 먹으면서 프랑스어를 공부하고 또 기니아라는 나라에 대해서 알게 되었는지. 시간이 흐를수록 인생이라는 게 참 재미있다는 생각이 든다. 서로 바빠 오래 수다를 떨 수는 없었는데 어쨌거나 아주 유익한 점심 시간이었다.

지도출처: http://www.uneca.org/aisi/nici/country_profiles/Guinea/guineab.htm

'채널24: 일본 > 사람들' 카테고리의 다른 글

수상한 식사초대  (2) 2009.09.29
다시 인연(2)  (4) 2007.11.08
인연(1)  (8) 2007.10.21
한여름의 산타클로스  (4) 2007.08.05
Posted by 윤오순
채널24: 일본/사람들2007. 11. 8. 21:08

작년에 에티오피아에서 한국으로 돌아오기 전날이었다. 여행 중에 만났던 사람들을 아디스 아바바에 하나 뿐인 한국 식당 '레인보우'에서 다시 만나기로 했다. 시간 맞춰 나갔는데 왠걸, 다들 30분 이상씩 지각을 하는 바람에 혼자 예약석에 멍청히 앉아 있을 수밖에 없었다. 그때 대각선으로 보이는 테이블에 정말 아무 대화도 없이 메뉴판만 들여다보며 앉아 있는 아시아인 둘이 있었다. 한국인인지 중국인인지, 아니면 일본인인지 도무지 감을 못 잡았다. 그러다 일행들이 와서 왁자지껄 떠들면서 아무튼 실컷 먹고 일어나다가 대각선 테이블로 눈이 갔다. 일본인들이었다. 내 일행 중에 메뉴판만 읽고 있던 아시아인들의 일행을 아는 사람들이 있어 졸지에 서로 인사를 하게 됐고 그리고 아무일도 없었던 것처럼 짐을 싸기 위해 숙소로 돌아왔다.

그런데 떠나는 날 오전에 전화가 왔다. 나를 만나고 싶은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다. 주소만 들고 무작정 찾아 갔는데 거기에 그 아시아인 둘이 있는 거다. 세계 배낭여행 중인 일본인 여대생들이었다. 하나는 와세다대, 또 하나는 츠쿠바대에 재학 중이었다. 국제관계 관련 공부를 하고 있다는데 아프리카를 다 훑고 이제 중동으로 넘어가는 중이었다. 이야기 하던 중에 내가 유학을 준비 중인데 학교를 교토대에서 도쿄에 있는 곳으로 옮기려고 하고 있다, 도쿄에 어디가 내가 전공하려는 학교로 적당한 지 정보를 좀 달라, 이런 부탁을 하게 됐다. 대뜸 지금 다니고 있는 히토쓰바시대학(一橋大學)을 추천해 주는 게 아닌가. 당시는 정말 듣도보도 못한 웃긴 이름의 대학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한국으로 돌아왔다.

오자마자 강원도 화천으로 가서 산천어축제 홍보팀장으로 정말 눈코뜰새없이 바쁘게 지내면서 퇴근 후에는 유학 갈 준비를 했다. 남들은 몇 년을 준비해서 유학을 떠나는데 난 그럴 상황이 못 되었다. 그간 준비한 교토대에는 못가게 되어 미안하다는 연락을 정중히 해 놓고 도쿄에 있는 학교를 거의 날마다 검색해서 결국 찾아 낸 게 신기하게도 히토쓰바시대학(一橋大學)이었다. 당시는 몰랐는데 내 지도교수는 위키피디아 검색으로도 튀어나오는 아프리카 전문학자이다. 한국에서는 발음하기도 힘든 이 학교가 일본에서는 우수한 인재들이 다니는 명문학교라는 것도 오고 나서야 알았다. 분위기는 우리나라 카이스트나 포항공대 이미지다. 지도교수와 첫 면담하는 자리에서 바보처럼 이 학교가 그렇게 유명하다면서요, 이런 질문을 날렸다. 몹시 난처해 하면서 많이 유명하지, 이러시는 게 아닌가. 내 지도 교수는 정치하는 것도 싫어하고 학생밖에 모르는, 그냥 현대판 선비 이미지의 교수다. 이것도 다 내 복이라고 생각한다. 한국인 선배가 얘기하기를 내가 합격했다는 소식에 지도교수가 몹시 기뻐했다는데 이유는 지금도 잘 모르겠다.

서론이 너무 길었다. 지난 10월 31일이 입학금, 수업료 마감일이었다. 이 학교는 입학금 수업료를 좀 늦게내도 된다는 소문을 듣고 버텼는데 더 이상 기다려줄 수 없다는 최후의 통첩이 날라왔다. 유학 와서 생활비 대느라 아주 정신이 없어 그냥 입학금 수업료는 남의 이야기처럼 살았는데 이제 그럴 수가 없게 됐다. 동전까지 탈탈 털어 일단 입학금이 아닌 수업료를 먼저 냈다. 그걸 내면 이번 학기 수업료 면제 대상 심사를 받을 수 있단다. 그런데 사실 순서로 치면 입학금을 먼저 내야 말이 되는 거 아닌가. 아무튼 그냥 학교를 때려 칠 판이라고 생각해서 내 맘대로 그래버렸다.

지도교수가 먼저 연락하는 법이 없는데 뜬금없이 상담을 하고 싶으니 오란다. 뭐 때문일까 머리를 굴리다 갔더니 입학금 얘기를 하신다. 바보처럼 배시시 웃으면서 그냥 학교를 그만 두겠다고 그랬다. 그만 두면? 돈 벌어서 다시 오던지 아니면 뭐 다른 일을 해야겠죠. 지금까지 딴 학점이랑 아깝지 않아? 방법이 없네요.

10월 31일 오전에 다시 오라고 하셔서 갔더니 잔돈까지 딱 맞춰서 입학금 금액을 내 손에 쥐어주시는 게 아닌가. 일단 이걸로 입학금을 내고 그 다음을 생각하자고 그러셨다. 그러면서 입학금 내러 가면서 돈 잃어버리지 않게 가방에 잘 넣으라고 신신당부를 하셔서 난 또 바보처럼 그 앞에서 웃고 말았다. 하도 걱정을 하셔서 영수증을 들고 지도교수를 다시 찾아 갔다. 돈 잘 냈다고. 돈을 어떻게 갚을까요, 조심스럽게 여쭈었더니 통장으로 입금하면 수수료 드니까 매달 말일에 직접 10,000엔씩 갚으란다. 곧 받게 될 장학금 두달만 모으면 갚을 수 있다는 것 아실 텐데도 그냥 그렇게 하라고 하셨다. 별로 부끄럽지도 않았고, 알았다고 하고 아무렇지도 않게 그 자리를 떠났다.

교수한테도 이제까지 없었던 일이고 나한테도 이제까지 없었던 일이다. 그냥 당연히 받아야 할 돈을 부모님한테 받은 사람 같았다. 이 교수와 나와의 만남도 분명 인연일 테지?



'채널24: 일본 > 사람들' 카테고리의 다른 글

수상한 식사초대  (2) 2009.09.29
기니아에서 온 '알리'  (1) 2007.11.28
인연(1)  (8) 2007.10.21
한여름의 산타클로스  (4) 2007.08.05
Posted by 윤오순
채널24: 일본/사람들2007. 10. 21. 15:55

일본에서 스티븐 호킹 같은 사람을 만났다. <오체불만족>의 주인공이자 저자인 오토다케는 사지가 아예 없지만 이 사람은 있어도 사용을 못하는 사람이다. 머리는 비상해 회사를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 윈도우 오피스 프로그램을 다 다룬다. 컴퓨터는 독특한 키보드를 사용하는데 내겐 그저 신기할 따름이다.

어머니랑 같이 살고 있는데 어머니의 상황도 거의 비슷하다. 컨디션이 안 좋을 때는 혼자 식사도 못하신다. 물론 화장실도 다른 사람의 도움 없이는 갈 수 없다. 문득 사람은 언제까지 살아야 하나, 의문을 가질 때가 많다. 혼자 먹지도 못하고 볼 일도 못 보고 사는 이유를 전혀 모를 때도 숨이 붙어있으면 그냥 살아야 하나, 하면서...

집안에 장기간 치료가 필요한 환자가 하나 있으면 가정이 완전히 풍비박산 나는 경우를 여러 번 봤다. 한국이라면 가족의 도움없이 이런 사람들이 살기 힘들 텐데 일본은 이런 사람들이 살 수 있는 시스템이 마련되어 있어 부럽다. 집에는 전문 스탭이 항상 상주한다. 하다 못해 청소를 하고 밥을 하러 오는 사람들도 자격증을 갖추어야 한다. 최근에 일본도 젊은 사람들이 이런 일을 귀찮아 해 필리핀 사람들이 이 일에 많이 뛰어들고 있다고 한다.

자격도 자격이지만 마음 없이 이 일을 하긴 쉽지가 않은 것 같다. 옆에서 보살피는 사람들을 보면 감동이 물밀듯 밀려온다. 이 사람 집에 오는 사람들만 그런 건지는 모르겠지만 마치 가족에게 하듯이  이 두 사람 대하는 모습을 보면 이런저런 생각이 많아진다.

각설하고, 자격도 없는 내가 이 사람들을 돕게 되었다. 장학금 타게 된 기념으로 시작했는데 '참 잘했어요' 라는 도장을 받아도 될 것 같다. 일 끝나고 돌아오는 길은 늘 기분이 좋다. 애초 자원봉사를 생각했는데 '스티븐 호킹'이 그럴 필요 없다고 해서 졸지에 아르바이트가 되어버렸다. 일을 시작한 지 한달이 채 안됐는데 내가 가는 날은 이 사람들이 밥도 안 먹고 기다린다. 도대체 이게 무슨 인연인지 모르겠다.

'채널24: 일본 > 사람들' 카테고리의 다른 글

수상한 식사초대  (2) 2009.09.29
기니아에서 온 '알리'  (1) 2007.11.28
다시 인연(2)  (4) 2007.11.08
한여름의 산타클로스  (4) 2007.08.05
Posted by 윤오순



드디어 방학이다. 한학기를 어떻게 버틸까 내 스스로가 의심스러웠는데 결국 시간이 해결해줬다.
바쁘다는 핑계로 블로그 관리도 제대로 못했는데 날마다 60 정도에서 조회수가 오르락내리락 하는 걸
보고 이곳에 꾸준히 오시는 분들이 어떤 분들인지 살짝 궁금해졌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하라주쿠의 오모테산도 힐즈 내부

지난 주 대학원 다닐때의 선생님이 도쿄에 오셨었다. 자칫 못 만날 수도 있었는데 연락이 겨우
닿아 만나뵐 수 있었다. 프로젝트 때문에 오셨는데 내게까지 연락을 해 주신 덕분에
좋은 말씀도 많이 듣고 맛있는 것도 많이 먹고 오랜만에 눈요기도 실컷했다.

선생님을 만나러 가는 길까지의 차비만 달랑 들고 갔었는데 가난한 유학생의 지갑 사정을 너무나
잘 아시는 선생님의 배려 덕분에 짧지만 내겐 아주 즐거운 여행이었다.

롯본기 힐즈 52층에 있는 모리 미술관에 가서 프랑스 건축가 르 코르뷔지에(Le Corbusier)의 작품들을
보며 오감이 요동치는 경험을 했다. 우리나라에서 이름깨나 날리는 건축가들이 이 사람에게 빚을 많이
지고 있다는 사실도 새롭게 알게 되었다. 그리고 현대 건축은 아직도 이 사람을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도. 산토리 미술관에서는 '물과 삶'이라는 주제로 진행되는 전시를 감상했다. 흔한 테마인데 전시
구성이 독특해 아, 또 감동받았다. 물이 주는 그 다양함이라니.  무리를 해서 들어간 신국립미술관의
'일본 미술 100년전'도 역시나 가기 잘한 전시였다. 우리나라 미술대전이 여전히 일본의 그늘 아래 있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나만의 착각인가.

참고로, 롯본기역을 중심으로 갤러리들이 많아 동선을 잘짜면 하루에도 여러 곳을 둘러볼 수 있다.

전시만으로도 배가 부를 지경이었는데 쇼핑을 가면 언제 뒤에 따라오셔서 내가 집었던 물건들을 다
계산하시는 통에 돌아오는 길에 가방이 묵직해질 수 밖에 없었다.

잔돈까지 탈탈 털어서 돌아가는 길에 차비에 보태라고 하신 후 선생님은 떠나셨다. 내가 지지리
궁상을 떨지 않았음에도 원래 유학생은 가난한 법이야, 이렇게 즐겁게 뭔가 베풀 수 있게 해줘서
오히려 내가 고마워, 이러시는데 할 말이 없었다.

집으로 돌아오는 전철 안에서 나도 언제가 될 지 모르겠지만 고학하는 유학생을 만나면 꼭 갚아야지,
그랬다. 한 여름에 도쿄를 다녀가신 산타클로스 덕분에 살면서 해야 할 일이 또 하나 생겼다.

'채널24: 일본 > 사람들' 카테고리의 다른 글

수상한 식사초대  (2) 2009.09.29
기니아에서 온 '알리'  (1) 2007.11.28
다시 인연(2)  (4) 2007.11.08
인연(1)  (8) 2007.10.21
Posted by 윤오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