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일본에 왔다. 이번엔 도쿄가 아니라 교토다. 교토대학의 아시아아프리카지역연구연구과에서 객원교수로 초청해 겨울과 봄을 교토에서 보낼 예정이다. 도착하자마자 이것저것 적어보려고 했는데 차일피일 미루다보니 2월이 되고 말았다. 10년도 전에 도쿄에서 유학할 때 교토에 몇 번 왔었는데 그때와 뭐가 달라졌는지 잘 모르겠다. 번화가는 서울의 다운타운과 다를 게 없어 잘 모르겠고, 교토대학 주변은 여전히 아날로그 감성이 숨쉬는 곳들이 많아 내마음의 일본 그대로 같아 잘 모르겠다.
도쿄에서는 겨울을 어떻게 보냈는지 전혀 기억나지 않는데 아무튼 여기 엄청 춥다. 옆나라에서 수천년이나 온돌을 사용하며 겨울을 따뜻하게 보내고 있었는데 여기는 21세기인데도 여전히 잠들기 전에 오후로(お風呂, '목욕'의 의미) 말고는 다른 방법을 모르는 사람들이 많아 보인다. 따뜻한 방에서 아침에 개운하게 일어나고 싶다. 아니면 빨리 봄이 오든지.
추운 것 말고는 다 좋다. 이렇게 연구환경이 좋은 곳에서 연구하는 학자들, 학생들이 너무 부럽다. 한국에서는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아 정말 쓸데없는 일로 보낸 시간들이 얼마나 많았는지 돌이켜보니 억울하기까지 하다. 한국인이 이 프로그램에 초청된 것도 처음이고, 일본어를 하는 외국인 객원교수도 처음이라 다들 신기해하고 있다. 덕분에 도착한 다음날 오후부터 석사논문 발표회장에 들어가 코멘트를 해줘야 했다.
나는 여기서도 커피 투어리즘을 연구한다. 박사논문을 끝낸 연구보조원이 만든 교토의 카페 맵을 들고 카페들을 돌아다니기도 한다. 커피 관련 세미나나 이벤트, 잡지 기사들이 나오면 다들 챙겼다가 연구실에 놓고 간다. 프로그램이 끝날 때 한국에 돌아가기 싫어지면 어쩌나 걱정이 많이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