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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3.02.07 레 미제라블

분명 작년 대선이후부터였다. 뮤지컬 영화 <레 미제라블>에 대한 열기가 달아오르기 시작했고, 매체에서 기사가 계속 쏟아져나오는 것 보면 아직도 열기가 이어지고 있는 것 같다. 트위터의 네임드들 멘션에서 심심치않게 레 미제라블에 대한 글들을 읽으면서 사람들의 뜨거운 관심을 느낄 수 있었는데 한국만 그런 게 아닌 것 같다. 


메일함을 열었는데 간사이센터에서 내 튜터였던 선생한테 메일이 왔다. 메일 말미에 영화 <레 미제라블>을 봤느냐고 물으셨다. 선생님은 2010년 봄 태국에서 교사생활을 마치고 일본으로 돌아갈 준비를 하던 중 나를 보러 일부러 영국에 오셨었다. 둘이 어렵게 시간을 맞춰 우린 런던에서 만났고, 선생님이 예약해놓은 호텔에 묵으며 우린 런던 여행을 했다. 선생님은 태국에서 출발하기 전 메일로 조심스럽게 어디를 갔으면 좋겠느냐고 물으셨고, 난 런던이 내 베이스 캠프가 아니기 때문에 선생님이나 처지가 비슷하니 어딜 구경해도 상관이 없다고 했다. 그리고 런던에 도착해 점심을 먹으면서 난 개인적으로 런던의 무대예술에 관심이 있다고 그냥 아무렇지도 않게 이야기를 했다. 선생님은 갑자기, 혹시 뮤지컬을 좋아하느냐고 물었고, 난 러브한다고 대답했다. 우린 모든 관광일정을 취소하고 3일 동안 여섯 편의 뮤지컬을 보러다녔다. 표를 미리 예약하지 않았기 때문에 갑자기 떨이로 나온 표를 구하느라 줄을 서 있으면서 길가에서 식사를 해결해야했고, 극장을 이동하면서 보던 명소들로 런던 관광을 대신해야 했지만 선생님은 몇번이나 정말 행복하다고, 그리고 많이 고맙다고 그러셨다. 테스코, 세인즈베리 등등에서 샌드위치를 사 횡단보도를 급하게 건너며 먹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그때 우리가 보았던 가장 긴 시간의 뮤지컬이 레 미제라블이었고, 끝나고 나서 우느라 자리를 못 떠나는 선생님을 위해 난 한참이나 옆에서 기다려야했다. 다른 곳에서는 DVD만 사시더니 레 미제라블은 책이며 티셔츠 등 여러가지 기념품을 구입하시는 걸 보고 감동이 컸구나 싶었다. 일본으로 돌아가서도 DVD를 돌려보며 런던 여행도 생각나고 나도 많이 생각난다는 연락을 하셨는데 이번 메일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여전히 레 미제라블은 볼때마다 눈물이 난다고 그러셨다. 나도 판틴이 노래할 때, 그리고 마지막 군중이 노래하는 장면을 보면 여전히 눈물이 멈추지 않는다. 


오늘 트위터에서 만난 우리나라 공군의 레 미제라블 패러디(일명 '레밀리터리블')는 진짜 쩐다. 타이틀을 제대로 안봐서 처음엔 그냥 뮤지컬을 공부하는 학생들이 군복을 입고 흉내를 내는 건 줄 알았는데 정말 우리나라 공군들이 노래도 하고, 연주도 하는 거였다. 가사가 웃겨서 몰입하기가 힘들었는데도 진짜 뮤지컬 장면과 겹쳐지면서 묘한 감동이 밀려왔다. 정말 즐기는 사람들 앞에서는 속수무책일 수밖에. 요즘 내 주변엔 인생을 즐기는 사람들이 느무느무 많아 좋다.참고: youtu.be/lZunEARBb6I


이래저래 오늘은 레 미제라블을 봐줘야하는 날인 것 같다.


사진: 구글 이미지 (뮤지컬의 막이 오르기 전 내려진 무대의 커튼 한가운데에 저 코제트 사진이 걸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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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윤오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