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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수돗물은 사용하고 시간이 흐르면 하얀 찌거기들이 주변에 눌러 붙어 보기에 안좋다. 필터로 걸러 마시더라도 여전히 찜찜한 이유다. 그래도 그 물에 세수도 하고 샤워도 하고 요리도 하고 다 한다. 


카타르 도하에 잠깐 머문 적이 있는데 바깥의 열기로 수돗물이 펄펄 끓어 제대로 손을 씼을 수 없었다. 그런 상황은 두바이에서도 마찬가지. 공항 화장실에서 양치질은 물론 세수도 제대로 할 수가 없었다. 생수로 대충 씼고 나오면서 나라가 부자면 뭐하나 공공장소에서 편안하게 손 씼을 물도 없는 환경인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평균 기온이 30도가 넘기는 태국도 마찬가지. 찬 물을 틀어도 30도 이상의 따뜻한 물이 흘러 나와 땀 흘리고 한 샤워가 샤워가 아니다. 방콕의 괜찮은 호텔이라고 예약을 했는데 머무는 내내 밤새 에어컨을 틀어놔야해서 요란한 소음도 참아야 했다.


그리스 크레타에 갔을 때다. 수도 헤라클리온에서 제일 좋다는 별 4개 짜리 호텔에서 머물렀는데 역시나 물이 문제였다. 물탱크에 저장해 놓은 물을 써야 했는데 청소상태가 불량한지 냄새도 이상한 데다 수도 탭으로 온도조절이 안되어 이건 뜨거운 것도 차가운 것도 아닌 물이 흘러 나왔다. 나중에 양치질만은 생수로 하고 말았는데 샤워할 때마다 찝찝해 혼났다.    


북경에서 자주 가던 식당의 종업원이 자기 언니네 집에 초대를 해서 놀러간 적이 있다. 여덟 가구(여덟 명이 아님)가 수도 하나를 나눠 쓰고 있었는데 수도를 가운데 놓고, 사람들이 등목도 하고, 요리도 하고, 세탁도 하고 정말 다 하고 있었다. 그런 사람들에게 수돗물의 품질에 관한 논의는 사치겠지.


에티오피아 서남부의 카파에 있을 때 외국인들이 오래 거주했던 게스트하우스에서 머물렀는데 지붕 위에 큰 물탱크도 있고, 백열등 아래서 보니 깨끗해 보여 아무런 의심없이 양치질도 샤워도 그 물에 했었다. 허나 손톱 주변이 봉숭아 물을 들인 것 처럼 색깔이 변하고, 빨래한 옷들에 흙물이 드는 걸 보고 그제서야 이거 이상하다 싶은 생각이 들었다. 물을 조사해 보니 필터로 제대로 거르지 않은 빗물이었다. 낮 시간에 샤워호수로 흘로 나오는 물 색깔을 본 후에는 그 물에 양치질은 꿈도 못 꾸는 일이 되어 버렸다. 비가 많이 내린 날은 흙물이 샤워호수로 그대로 흘러 나와 그나마 샤워도 제대로 할 수가 없었다. 일주일간 물을 구할 수가 없어 물티슈로 고양이 세수를 해야했던 곳에 비하면 카파는 물 부족이 없는 곳이지만 깨끗한 물을 일상으로 사용하기는 힘든 곳이다. 관리인한테 물탱크를 자주 청소하느냐고 했더니 그럴 형편이 못 된다고 했다. 게스트하우스 운영에 대한 컨설팅을 부탁해서 외국인 게스트를 계속 받을 거면 물탱크도 청소하고 필터를 가는 게 어떠냐고 했더니 자기네들은 그 물을 음용수로 사용한다고 해서 지금은 물탱크 필터를 이야기할 단계가 아니란 걸 깨달았다. 큰 여행사를 통해 패키지 여행을 하는 외국인들은 수도 아디스 아바바에서 먹을 물 요리할 물을 차에 전부 싣고 여행한다.   


한국에 있을 때 수돗물을 그냥 마시면 큰 일 나는 줄 알았다. 허나 밖에 나와 보니 물만 보더라도 한국이 얼마나 살기 좋은 나라인지 새삼 느낀다. 수돗물을 사용하고 나면 그릇 주변이나 커피포트 주변에 하얀 결석 같은 것도 안 생기지, 좌우로 탭을 움직이면 찬물 더운물 온도 조절도 쉽지 않나. 공항에서 노숙 많이 하는 여행객들은 인천공항에 도착하면 천국이라고 생각할 것 같다. 한국인인 나한테도 그렇게 느껴지는데...


사진출처: http://together.khan.kr/1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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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윤오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