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사는 외국인 친구한테 최근에 들은 이야기다. 왜 한국인 커플들은 공공장소에서 큰소리로 싸우느냐고. 주의 깊게 보지 않았는데 그런 것도 같다. 젊은 커플, 나이든 커플 연령 불문인데 심한 커플들 중에는 전철 같은 데서 여자가 남자 뺨을 때리기도 한단다. 자기는 무슨 일로 싸우는지 잘 모르겠지만 주변에 있는 한국인들은 그 사람들 이름은 뭔지, 뭐 때문에 싸우는지까지 다 알 거라고 그랬다. 나도 그렇게 싸우는 커플들 주변에서 아, 나라면 이랬을 텐데 감정이입까지 해 본 경험이 있어 친구 말이 맞다고 그랬다. 외국인한테 부끄러운 모습을 모여주지 말아야 한다는 사대주의로 이런 이야기를 하는 건 아니다. 같은 한국 사람 입장에서도 쪽 팔린 일 아닌가. 애들도 아니고 다 큰 어른들이 남들 보는 앞에서 무슨 짓인가. 사랑하기도 부족할 판에 폭행까지 동반한 언쟁을 공공장소에서 펼치는 건 정말 부끄러운 일이다. 



좀 전에 헬기가 건물과 충돌해 기장과 부기장이 목숨을 잃었다는 기사를 봤다. 왜 짙은 안개를 뚫고 무리한 비행을 했는지는 잘 모르겠고, 그 사람들이 아무 준비 없이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났다는 사실에 내일 처럼 마음이 아프다. 내가 언제 죽을 지 알면 미리 버릴 물건, 남길 물건 등을 정리할 수도 있을 테고, 하고 싶었지만 못했던 말들도 할 수 있고, 매듭을 제대로 풀지 못했던 인간관계들도 어떻게든 해결을 하려 노력하지 않을까. 오늘 아침 늘 출근하는 남편으로, 아버지로, 혹은 아들로 집을 나섰을 기장과 부기장은 그런 준비는 커녕 가족들에게 나 없이 잘 지내라는 말 한마디 못 하지 않았나. 그렇게 갑작스럽게 떠난 남편, 아버지, 아들을 남아 있는 사람들은 또 어떻게 기억할까.



엄마가 다니는 노인대학에서 노래를 한 곡 가르쳐줘서 배우는데 갑자기 아빠 생각이 나서 눈물을 멈출 수 없었다는 이야기를 해주셨다. 조용히 고개를 숙이고 눈물을 훔치는데 주변에 혼자된 사람들은 전부 고개를 들지 못하더란다. 나도 그런 경험이 있다. 수애가 나오는 '님은 먼 곳에'라는 영화에서 수애가 영화 타이틀과 같은 노래를 부르는데 그만 가사가 내 이야기가 되어 들리는 게 아닌가. ".....사랑한다고 말할 걸 그랬지 망설이다가 가버린 사람". 이 노래를 듣는데 그만 아빠 생각에 나도 눈물을 훔치고 말았다. 살아 계실 때 더 많이 사랑한다고 말 해줄 걸....



이것도 저것도 아니게 그냥 찜찜하게 지내던 사람이 있었는데 얼마 전에 내가 먼저 다시 잘 지내보자고 말을 건냈고 다음 주에는 같이 식사하자고 초대를 했다. 내가 굳이 사과까지 할 일은 아니었지만 그냥 그러고 싶었다. 마음 먹기가 힘들지 말을 뱉어내니 아무 것도 아니었다. 저쪽에서도 오해가 있었던 것 같은데...하면서 많이 미안해했다. 



가능하면 마음의 빚 없이 편하게 살고 싶다. 미안한 일, 잘못한 일 있으면 바로 사과하고,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면 미루지 말고 그냥 내가 하면 된다. 갑자기 잘 지내라는 말 한 마디 못하고 이 세상을 떠날 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면 말하는 것도, 행동하는 것도 조심스러울 수 밖에 없다. 조금 양보하면 공공장소에서 뺨까지 때리며 싸울 일은 없지 않을까. 서로 사랑해서 만난 사람들 아닌가. 시간 날 때 싸우느라 에너지낭비 많이 하지 말고 서로에게 좋은 말 많이 해주고, 좋은 시간 많이 보내자. 맛있는 것도 많이 먹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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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윤오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