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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1.05.24 에티오피아 남부 커피산지 조사를 마치고 1
에티오피아의 유명한 커피산지로 짐마, 이르가체프, 시다마(시다모의 현재 이름), 하라르 등을 들 수 있는데 이르가체프, 시다마가 있는 남부의 커피 산지에 다녀왔습니다. 아프리카 하면 사막을 떠올리는 분들이 많겠지만 딜라, 워나고, 이르가체프 등은 아주 울창한 숲에 둘러 쌓여있어 이곳이 아프리카인가 싶은 곳이더라 말입니다. 아직 관광지가 아니라서 불편한 게 많았지만 좋은 구경 많이 하고 왔습니다. 한국은 요즘 걷기 열풍으로 난리라고 하는데 걷기에 에티오피아 남부의 커피산지만한 곳이 또 있을까 싶더라고요. 돈달라고 달려오는 꼬마들이 많아 성가시긴 했지만 걷기에 정말 좋았습니다. 물론 현지에서 커피도 마셨고요.  

돌아와서는 시름시름 앓다 이제야 정신을 차렸습니다. 열은 안나는데 전형적인 감기 증세에 기침이 심해 잠을 잘 수가 없었습니다. 말라리아일지도 모른다고 주변에서 그래서 놀라 병원에 갔더니 말라리아는 아니라고 하더군요. 증세에 대한 결과도 걱정이 되긴 했지만 바늘을 꽂아 피를 뽑을 때가 더 긴장되더군요. 2008년에 하라르에 갔을때 며칠 앓다 도저히 못참고 병원에 갔을 때는 의사의 혈액체취한다는 말에 그자리에서 주저앉아 울고 말았거든요. 더러운 키트로 피검사를 한다는데 어이가 없기도 했고요. 이번엔 포장지에 싼 주사바늘을 주길래 부들부들 떨면서 검사를 했습니다. 머리 자를때 혹시 더러운 가위로 귀를 자르면 어쩌나 걱정하면서 에티오피아에서는 미장원에 안가고 머리카락도 제 손으로 잘랐는데 이번엔 어쩔 수 없더군요. 구토도 멈추지 않고, 기침도 멈추지 않고, 이러다 꼭 죽겠더란 말입니다. 정말 꼼짝도 않고 며칠 자고 났더니 좀 움직일만 하네요. 먹기만 하면 쏟는 구토도 이젠 멈췄고요.

비만 오면 기름에 튀긴 음식이 땡기는데 객국을 떠돌아도 그 식성은 안변하더군요. 빈대떡이 없으니 도너츠라도 사서 먹어야 직성이 풀리는데 여기 에티오피아에도 한국에서 보는 도너츠보다 살이 훨씬 통통하게 찌고 크기도 큰 도너츠, '봄볼리노'라는 게 있습니다. 어떤 기름에 튀겼는지도 모르고 사서 먹고는 했습니다. 중국에서 유학할 때 아침시장에 가서 기름에 막 부쳐낸 지단삥(얇은 계란 부침)을 잘 사서 먹었는데 귀국하고 나니 절대 중국에서 사서 먹어서는 안되는 음식 중에 하나더라고요. 기름이 너무 더러워서요. 여기저기 다니면서, 강철도 소화할 위를 가졌다고 자신하며 길거리 음식도 잘 사먹었는데 나이를 먹어서 그런건지 아니면 위가 그 사이에 민감해진 건지 위생에 문제가 있는 음식들은 들어가기만하면 바로 위아래로 쏟아내는 통에 아주 죽겠습니다. 아무래도 연구지역을 바꿔야하는 것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지역연구자가 그 지역 음식을 제대로 못 먹으면서 무슨 연구를 할 수 있겠습니까.

내일부터 다시 서부 커피산지로 이동할 예정입니다. 한달 정도 걸릴 것 같습니다. 가깝게 지내는 일본인 연구자가 떠나기 전에 몸보신 시켜준다며 만났는데 한국 식당으로 가자고 하더군요. 매주 화요일은 삼계탕이 나온다는 정보를 주면서 그걸 먹일 계획이었다고 하네요. 예, 한마리 해치우고 왔습니다. 일 생기면 사륜구동차 보낼 테니 언제든 연락하라는 확답 받고 호텔로 돌아왔습니다. 약속 한 건만 끝나면 오늘 일정 끝. 내일 아침 일찍 떠날 계획이라 오늘 저녁은 짐을 챙겨야 할 것 같습니다.

서부 커피산지에 다녀와 다시 소식 남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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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윤오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