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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1.02.28 오체투지하는 마음으로?
한국은 요즘 '정의'가 난리인가보다. 교수들이 쓴 책이 베스트셀러가 되기 어렵다는 출판계의 통설을 깨고, <정의란 무엇인가>는 아직도 대박행진중인 것 같다. 막 불기 시작한 인문학에 대한 대중의 관심때문인지, 정의가 실종된 한국사회에 다들 염증을 느껴서인지 바깥에 있는 나로서는 자세히 알길이 없지만 좋은 조짐인 것만은 분명하다. 

현지조사 가기 전에 연구윤리에 관한 서약 비슷한 걸 하고 떠나야 한다. 일본에서는 너무 당연한 거라서 이런 교육을 안 시켰는지 모르겠지만 여기서는 지도교수도 신신당부를 하고, 연구과에서도 서식같은 걸 작성하라고 보내줬다. 학교안에 전담하는 부서가 있어 현지에서 연구윤리에 관해 헷갈리는 상황을 만나면 연락하라고 연락처도 따로 줬다. 예를 들어 인터뷰를 하고나서 인터뷰 내용을 악의적으로 연구에 이용해서는 안되며, 누구인지 바로 추적이 가능한 개인정보를 바로 사용할 수 없다는 것 등등 조항이 많다. 기자들이 이런 윤리를 잘 어기는데 연구자들은 그러면 안된다고 하는 것 보면 연구자들도 그러는 사람들이 많아서 미리부터 이렇게 주입을 시키는 게 아닐까? 인터뷰를 위해 나는 조사지에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날 예정이고, 사회적 약자로 분류되는 사람들을 만날 가능성이 많기 때문의 그들에 대한 개인정보나 데이터를 처리할 때 주의를 해야하다는 다짐까지 받았다. 한 순간의 그릇된 판단으로 벌어질 수 있는 일들이니 마음 단속을 잘할 일이다.

<차마고도>라는 다큐멘터리를 본 적이 있다. 제2편에 오체투지를 하며 순례의 길을 떠나는 티베트 사람들이 등장한다. 오체투지란 자신을 최대한 낮추어 절하는 것을 의미하는 데 땅에 엎드리기 전에 박수를 세번 친다. 자신의 몸과 마음과 말을 전부 부처님께 바친다는 의미라고 한다. 영상을 통해 이들의 순례길을 따라가면서 인상적이었던 게 담장같은 장해물을 넘어야 할 때 다들 절을 몇 번 더 하는 장면이다. 도저히 엎드려 걸어가지 못한만큼 미리 절을 하는 것이라고 하는데 개울이 나오면 개울의 폭만큼 미리 절을 하고 건너는 식이다. 순례자들이 혼자 지키는 이런 마음이 우리 사회에도 공유된다면 '정의' '윤리' '공정' '착한소비' 이런 구호는 더이상 필요하지않겠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Posted by 윤오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