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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1.01.29 한마리의 새를 위한 애도 6
학교 캠퍼스 외곽의 보호림 안에 작은 호수가 있다. 이곳에 가면 물오리도, 청둥오리도 볼 수 있다. 오리들은 물 안에서만 노는 게 아니라 물 밖으로 나올 때도 있는데 이들 주변에 작은 새 한마리가 자주 동행한다. 새 이름은 잘 모르겠는데 온 몸이 까맣고 주황빛깔의 부리를 가졌다. 크기는  우리나라 참새보다 조금 크다. 오리들 사이에 섞여 걷는 모습을 보면 오리떼들에 치여 죽는 것 아닌가 불안할 정도로 작다. 용케 죽지않고 내가 그곳을 지날 때마다 보여서 '철학하는 새'라는 별명을 붙여줬다. 그 새가 걷는 모습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아웃사이더 같은 느낌도 나고, 꼭 사색에 잠긴 것 같아서이다. 날씨가 추운 데다 감기까지 걸려 한동안 철학하는 새 구경을 못했다.
 
오늘 오전에 지도교수와 면담이 끝나고 점심을 먹으러 집으로 향하는 중이었다.  길가에 위치한 건물 뒷쪽에서 갑자기 철학하는 새와 같은 종류의 새가 아주 낮은 속도로 날아 내려오는 게 보였다. 내가 아는 철학하는 새가 아닐 지도 모르지만 경쾌하게 나는 새의 모습을 보니  왠지 반가웠다. 그러다 새가 자세를 낮추는 게 보여 먹잇감을 발견해 땅에 착지를 하는 줄 알았다. 그러나 그게 아니었다. 그냥  2차선 도로를 건너려던 것이었다. 그 순간 도로바닥에서 한 30cm 정도 떴나 싶은 이 새를  엄청난 속도로 달려오던 빨간색 BMW가 치고 지나갔다. 나도 새에 팔려 달려오는 차를 못 봤는데 이 새도 다른 것에 팔려 정신이 없었나 보다. '퍽'하는 소리가 들렸지만 그래도 이미 날아올랐겠지 하고 떠나는 차를 바라보는데 바닥에 몸이 뒤집힌 새가 보였다. 갑자기 내 마음이 '쿵'하고 내려 앉았다. 정말 아주 깜짝하는 순간에 일어난 일이었다. 새를 어떻게하지도 못하고 그냥 그 자리를 떠나오는데 아직도 마음이 무겁다. 영국애들은 왜그리 차를 험하게 모는 지 모르겠고, 왜 새는 산에서 살지 않고 사람이 다니는 도로까지 내려와 그 변을 당했는지, 할 수 있다면 그 짧은 순간을 살짝만 뒤로 돌려놓고싶은 심정이었다. 아무래도 마음이 안 편해 내일은 보호림쪽 호수주변을 한번 둘러봐야할 것 같다.

*이 글 다 쓰고 구글링 해보니 영국에 아주 흔한 새로 새 이름이  그냥 검은새(blackbird)라고 한다.    
  사진출처: http://www.food4wildbirds.co.uk/blackbird.ht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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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윤오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