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 먹을 시간에 학생 다섯이 작은 카페에서 피아노 라이브 공연을 하니 같이 가자고 방문을 두드렸다. 최근에 학생들과 프로젝트를 두 가지 진행하고 있는데 두 프로젝트에 모두 관여하고 있는 학생들이기도 하고 늘 있는 일이 아니라 그 학생들을 따라 나섰다.
장소는 교토에서 아주 흔하게 볼 수 있는 분위기 좋은 작은 카페였고, 기계없이 손으로만 커피를 내리는 곳이었다. 진지하게 피아노 공연을 감상하는 사람들도 있었고, 소곤소곤 이야기를 나누는 사람들도 있었다. 우리는 단체손님 자리에 앉아 피아노는 뒷전으로 하고 저녁을 먹으며 소곤소곤 이야기를 나누는 그룹이었다.
학생 중 하나가 일본 대기업 회장님 아들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그 학생을 대하는 다른 학생들의 태도가 너무 분명해 몹시 불편했다. 대놓고 도련님처럼 대하니 이야기가 제대로 이어지지 않았다. 복도를 오가며 자주 봤을 것 같은데 오늘 처음 인사를 나눈다는 학생들도 있었다. 그래서 다들 끼리끼리 논다는 이야기가 나오는지 모르겠다.
내가 대학생일 때 다른 학과에 아버지가 장관인 학생이 있었는데 상식으로 받아들이기 힘든 루머가 엄청 많았다. 지금 생각하면 그 학생은 동급생으로 편하게 학교에 다니고 싶은 마음이 있었을지도 모르는데 잘 모르는 주변 사람들이 사실이 아닌 내용을 눈덩이처럼 굴려 관계를 불편하게 만들지 않았을까 싶다.
연구과의 봇짱(坊っちゃん, '도련님'이라는 의미)도 본인은 다른 학생들처럼 학창시절을 보내고 싶은데 주변에서 과하게 관심을 보이면서 학교 생활을 어렵게 느끼고 있지 않나 싶다. 중간에 학교를 그만두고 유학을 준비하기도 했다는데 그런 이유 때문이 아닐까 싶고.
한국에서도 학생들과 프로젝트를 진행하려면 헤아려야할 게 한 두가지가 아닌데 여기도 만만치 않다. 결론은 세상에 쉬운 일이 없다,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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