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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1.01.25 나도 마누라가 필요해
지난 연말이었다. 어떤 기자가 몇 년전 내가 서울신문에 기획기사로 연재했던 같은 제목의 책을 출판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일부러 그랬을 거란 생각은 못했는데 누가 그 기자한테 내가 모~옵시 흥분하고 있다는 소리를 했는지 연락이 왔다. 제목은 저작권에 걸리지 않지 않느냐, 어차피 이렇게 된 거 홍보에 협조해 달라는 말도 안되는 소리를 했다. 문제는 내가 잘 아는 기자라는 사실이었다. 

우울하게 연말을 보냈으니 새해는 희망차게 맞이할 줄 알았다. 병원에 입원할만큼 심하게 감기에 걸려 지금도 고생 중이다. 약을 먹어도 안듣고 근육은 물론 뼈까지 다 아파와 이게 무슨 일인가 싶었다. 

어제 같은 과 한국인 동기가 안부전화를 했다. 아주 죽겠다고 했더니 오후에 잠깐 들른다고 해서 그러는 줄 알았다. 매운 게 땡겨 저녁은 태국식당에 가려고 마음 먹고 있었는데 저녁에 동기가 정말 집앞까지 찾아왔다. 주차장에 있으니 나오라고 해서 갔는데 커다란 봉투를 하나 줬다. 내가 뭐냐고 했더니 다 먹을 거라고 했다. 방에 들어와 열어보니 감동의 도가니였다. 마누라를 어떻게 구워삶았길래 아래와 같은 음식들을 준비할 수 있는지 원.  다 한국음식이었다. 


큰 통에 들어있는 건 소고기 육개장. 아무래도 잘 못 챙겨먹어 면역력이 떨어진 것 같다고 하더니 저걸 가져왔다. 김치에 소복하게 뿌린 참깨를 보고 웃음이 나왔다. 지난 여름에도 김치 담았는데 한번 먹어보라고 금방 한 따뜻한 밥이랑 저렇게 김치를 싸가지고 온 적이 있었다. 참 고마운 사람들이다.

저녁에 저걸 혼자 먹는데  눈물이 자꾸 났다.  그러면서 나도 문득 마누라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주말에 엄마한테 전화할 때 좀 알아보라고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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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윤오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