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학기 내가 사는 층에 두명의 태국 여학생이 입주했다. 항상 밥도 같이 먹고 시장도 같이 보러 다니고 학교도 같이 간다. 피부 나빠진다고 인스턴트 음식은 절대 안 먹고 늘 저녁엔 다음날 먹을 음식을 준비한다. 아침엔 둘 중에 하나가 먼저 음식을 준비하고 다 먹은 후에는 음식을 준비하지 않은 학생이 설겆이를 한다. 하도 사이가 좋아보여 친해진지 얼마나 되었느냐고 했더니 고등학교때부터 단짝으로 서로 친구가 된지 10년 넘었단다. 둘다 한국문화, 한국음식에 관심이 많아 내가 뭘 만들고 있으면 재료도 물어보고, 요리 이름도 물어보고, 만드는 방법도 물어본다. 그리고 내일은 우리도 재료를 사서 네가 만드는 음식을 해먹겠다고 그런다. 문제는 만드는 방법이다. 나도 내 엄마의 요리습관을 그대로 이어받아 대충 감으로 요리를 하곤 하는데 물분량, 양념분량 뭐 이런걸 물어보면 난감하다. 

일본에 있을 때 일본인 집을 방문할 기회가 많았는데 그때마다 인상적이었던 게 집집마다 요리를 위한 계량도구들, 그리고 알람시계가 부엌에 비치되어 있었던 일이다. 내가 잘 가는 기노시타씨네 부엌에도 있었고, 아르바이트를 했었던 지체장애자 와타나베씨네, 츠쿠미시의 세키씨네, 미야기현 쿠리하라의 내가 방문한 집 부엌에 모두 그 두가지가 있었다. 그리고 요리할 때 다들 그 두가지를 사용했다. 

그 덕분에 일본은 한국요리 표준을 쉽게 정했는지 모르겠다. 한국은 같은 음식이라도 식당마다 음식맛이 다 다른데 일본의 한국음식 취급하는 곳은 대부분 비슷한 맛, 비슷한 모양의 한국 음식을 내놓는다. 기노시타씨한테 비빔밥을 해먹자고 한 날 대충 생각나는 재료를 사가지고 집에 갔는데 아주머니가 빠진 재료가 있다면서 수퍼에서 몇가지를 더 사오셨다. 일본 사람들은 한국의 비빔밥, 부침개를 자기들이 정한 재료, 정한 분량, 정한 시간으로 만들어 먹고 있었다. 일본인들에게 있어 비빔밥은 정해진 나물에, 달걀은 노른자가 그릇 한 가운데 꼭 있어야 한다.  아마 처음 그걸 배워서 알린 사람들이 그렇게 만든걸 다들 규칙으로 알고 따르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그런 이유로 음식점마다 비슷한 맛의 비슷한 한국음식이 나오고 있는 게 아닐까.

우리는 늘 원조만 부르짖고, 그런 걸 표준화 하는데 아주 인색하다. 어차피 날고 뛰어도 결국 우리 거라는 생각을 해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막걸리, 고추장, 된장, 김치, 비빔밥 이런 표준이 곧 일본 혹은 중국에서 나와 세계인의 식탁에 오를 것 같은 예감이 든다. 이곳 오리엔탈 숍에서 산 한국어 붙은 쌀, 장류 들이 사실 전부 중국에서 들어오고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 정부도 그렇고, 관계기관도 그렇고 참으로 느긋하다.

베트남, 캄보디아 등 동남 아시아권, 우즈베키스탄, 카자흐스탄 등의 중앙 아시아권에서 한국어 열풍이 아주 뜨겁다는 내용의 기사를 심심찮게 보고 있다. 한국 드라마, 한국 영화, 그곳에 나가 있는 한국 기업들, 그곳에 파견되어 활동하고 있는 한국국제협력단 등이 한국문화 붐에 견인차 역할을 했을 것이다. 한국어시험을 보려는 젊은이들을 위해 동네 주민들이 돈을 걷어 보탠다는 기사를 읽으면서 한국어시험 표준은 우리 정부가 잘 하고 있는지 궁금해졌다.  토익, 토플 못 믿겠다고 텝스라는 시험을 만들지 않았나. 대한민국이 만든 한국어시험 표준 못 믿겠다고 '우리' 조선족을 위한다며 중국이 또 나서지않을까 그런 생각을 했다. 미국에서 중국인들이 중국문화 홍보를 한다면서 우리나라 드라마 '대장금' 등을 홍보영상으로 상영하며 지금 여러 도시를 순회중이란다. 한국은 중국이랑 일본 사이에서 늘 제대로 챙기지도 못하고 재주만 부리다 세월 보내는 거 아닌지 원....

*사진출처: http://food.dcinside.com/food_sub02_list.php?contents_no=45&c_cate_no=7
  


Posted by 윤오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