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ther Goose'에 해당되는 글 1건

  1. 2008.09.02 가족 모임 4
왠지 가을이 온 것 같은 생각에 블로그 스킨을 바꿔봤는데 내가 적응이 안된다. 기존의 것이 익숙해서 그런 건지, 아니면 바뀐 스킨의 컬러가 너무 부담스러운 건지 이유는 잘 모르겠다. 이거다 싶어 '적용'을 눌러버렸는데 영 낯설고 불편해 다시 바꿨다. 역시 구관이 명관이다. 왔다가 엥, 하셨던 분들께는 죄송~.

각설하고.

히토쓰바시대학 유학생과에서는 유학생을 대상으로 'Mother Goose'라는 현지인과의 가족결연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유학생이 유학생과에 이 서비스 신청을 하면 유학생과에서는 학교가 위치해 있는 쿠니다치 지역의 국제교류클럽 회원들과 유학생을 연결해 준다. 인연을 맺게된 일본인들은 학생이 유학생활을 마치는 동안 다양한 형태로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 물론 유학생활이 끝난 후에도 계속 연락을 주고받으며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사람들도 있다.

유학생들은 회원의 가족들과 함께 여행을 가기도 하고, 일본어가 부족한 유학생들 중에는 1대1 개인과외를 받는 경우도 있다. 회원들 중에는 유학생과 취미활동을 같이 하는 분들도 있다. 그리고 국제교류클럽에서는 계절마다 독특한 이벤트를 열기도 하는데 회원들과 유학생이 거의 대부분 참석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인터내셔널 파티가 된다. 'Mother Goose' 는 의무사항이 아니라서 유학생활 기간이 길어도 이런 관계의 현지인이 없는 학생들도 많다. 호스트패밀리에게 돈을 빌린다거나, 보증 혹은 구직을 의뢰하는 것은 금물이다. 금지조항에 이런 내용이 있는 것 보면 그런 사람들도 있나보다.

나도 작년에 일본에 오자마자 신청을 해서 기노시타씨를 만났다. 마음이 참 따뜻한 분이며, 가끔씩 소녀모드로 돌변해 나를 비롯한 주변 사람들을 사정없이 감동시키기도 한다. 이 분이 돌보고(?) 있는 학생들은 현재 셋으로 나 이외에 남태평양의 피지와 중동의 바레인에서 온 학생이 있다. 누군가에게 소개할 때 당신을 엄마라고 하기 때문에 그때 우린 당연히 형제가 된다. 우즈베키스탄에서 온 미도리르라는 친구가 딸 둘에 아내까지 동반해서 1년간 단기유학 생활을 하다 올봄에 돌아갔는데 미도리르도 우리 형제 중에 하나였다. 기노시타씨는 이 자원봉사를 20년 넘게 하셨다는데 그동안 이분을 거쳐간 학생들이 다 모이면 정말 굉장할 것 같다.

어제 저녁 기노시타씨가 긴급소집을 하는 바람에 오랜만에 다 모였다. 바레인에서 온 친구가 이번 주에 귀국을 하는데 식사도 같이 할 겸 모두가 보고싶어 연락하셨단다. 메뉴는 삼계탕. 뭐가 제일 먹고 싶냐고 지난 번에 묻길래 삼계탕이라고 했었는데 한국식당을 수소문해 예약을 해두셨다. 거의 1년만에 먹는 삼계탕이라 난 맛있었지만 외국애들한테도 이게 맛있을까 싶어 물었더니 지들은 자주 와서 먹는단다. 이런 배신감이라니...난 학교 근처에 그런 한국식당이 있는지 조차도 몰랐다.

작년엔 바빠서 식사모임에 자주 빠졌는데 올해는 될수록 빠지지 않으려고 노력 중이다. 만나서 같이 밥만 먹는 건 아니고 학교생활 이야기도 하면서 정보공유도 하고 아주 가끔은 관공서에 제출하는 서류작성 문의도 하고 그런다. 기노시타씨는 생활하면서 어려운 점은 없는 지 꼭 묻고, 가끔은 일본어 표현이나 유학생 관련 정부정책 등의 신문기사를 오려와 설명해 주기도 한다. 텔레비전이 고장났어요, 토스터기가 필요해요, 이러면 어디서 금방 구해다 주시기도 한다.

아는 사람 하나 없던 도쿄에서 이런 좋은 사람들을 만나게 해준 것 보면 아무래도 신은 내편인 것 같다.

'채널24: 일본 > 일본유학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글쓰기 연습  (0) 2008.10.23
기숙사 이용 백태  (7) 2008.09.29
9월을 시작하며  (2) 2008.09.01
남의 나라 역사책 속의 한국  (0) 2008.08.25
텅 빈 기숙사  (4) 2008.08.21
Posted by 윤오순